나는 끝내 이별에 익숙해지지 않는 사람이다.

정 많은 사람의 어쩔 수 없음

by 서율

이별만큼은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흔들리는 마음이 나약함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것은 내가 진심으로 있었던 시간의 또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




나는 정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수많은 이별을 겪고도, 여전히 헤어짐 앞에서는 어린아이가 되어버린다.


며칠 전에도 그랬다. 일을 함께한 지 고작 일곱 달밖에 되지 않은 사람과 작별을 해야 했다. 아무렇지 않게 보내주고 싶었지만, 그 사람이 그만둔다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마음 한쪽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던 날에는 울음을 참느라 입술을 몇 번이나 삐죽거렸고, 결국 혼자가 되자 그동안 눌러둔 마음이 와르르 쏟아져 버렸다.


이렇게까지 무뎌지지 않는 감정이 또 있을까 싶었다. 나만 유난히 받아들이기 힘든 마음을 가진 것 같아 억울하기도 했다. 나도 사람들처럼 담담하게 인사하고, 멋지게 돌아서고 싶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예외는 없었다. 이별은 언제나 나에게 슬픔의 얼굴로 다가왔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에서는 이런 생각이 자라났다. 언제쯤이면 나도 담담하게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고. 거울 앞에서 담담한 표정을 연습해보기도 했고, 머릿속으로 미리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며 감정을 조율하려 애써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번도 ‘멋진 인사’를 건네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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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지금도 이별이 두렵다. 헤어짐이 찾아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주변 사람들에게 더 잘하려고 애쓴다. 마치 예쁨 받고 싶어 손을 내미는 아이처럼, 조금이라도 오래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이 나약함이 때로는 안쓰럽고 형편없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나는 이제 안다. 나는 끝내 이별에 익숙해지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오래 걸렸지만,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순간마다 흔들리는 마음은, 그만큼 내가 진심으로 있었던 시간의 증거라는 것을. 앞으로도 나는 쉽게 울고, 쉽게 흔들리고, 누군가의 빈자리를 오래 붙잡겠지만 그 또한 나라는 마음의 모양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무뎌지는 법을 배우는 일이 아니라, 아프더라도 끝까지 마음을 쓰는 법을 배우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유난스러워도 괜찮다. 나는 이렇게밖에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고, 이렇게밖에 이별할 줄 모르는 사람일 뿐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나답게 서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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