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우리에게 할 수 있는 위로
영화 <위로 공단>의 영어 제목은 “Factory Complex”이다. 제목이 말해주듯 영화는 공장 단지에서 일하는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1970-80년대 공장 노동자였던 여성들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여성 노동자들의 처참한 현실을 알 수 있다. 남성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차별 대우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성폭행이라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아도 덮고 넘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영화 <비키니 워드>에서는 이 당시 ‘바지 사장’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성은 사장이 될 수 없다.’라는 사회의 차별적 시선 때문에 사장임에도 사장이라 말하지 못했던 것이다. 노동자의 위치에 있건 사장의 위치에 있건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은 “을 중에 을”이었다.
영화는 1970-80년대 여성 노동자의 삶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 후로 약 40년이라는 세월 동안 대한민국의 여성 노동자의 삶을 보여준다. 40년 동안 대한민국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그 성장에 여성 노동자는 없었다. 여성 노동자는 여전히 “을 중에 을”이다. 마트에서 판촉 업무를 하거나 계산을 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휴게공간이 없어 바닥에서 휴식을 취한다. 콜센터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온갖 욕설이나 성적 희롱을 듣는 고된 업무를 해도 적은 임금을 받고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다. 비행기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스튜어디스’라는 이름하에 무릎까지 꿇어가며 손님을 모셔야 한다.
이전부터 여성 노동자들은 자신들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고 마땅히 받아야 할 권리 주장했다. 그렇지만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없었다. 결국 그들의 외침은 공허한 주장이었다. 이들의 목소리가 사회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국가가 가장 먼저 귀 기울여야 한다. 국가가 보호해야 할 대상에 여성노동자도 포함되어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위로 공단>의 공단(工團)은 공장단지를 의미한다. 그렇지만 다른 의미의 공단도 있다. 바로 공단(公團)이다. 공단(公團)은 국가적인 차원의 일정 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설립된 특수 법인을 말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문득 국가가 위로 공단(慰勞公團)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가 노동자인 국민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그런 일을 해야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국가가 되는 길일 것이다.
얼마 전 5월 11일 광화문 광장에서 ‘임금 차별 타파의 날’ 행사가 열렸다. 그날 여성 노동자들은 “동일한 노동을 하면서도 성별과 고용 형태에 따라 발생하는 임금 차별은 없어져야 한다.”라고 목소리 높여 주장했다. 더 나아가 “저평가된 돌봄, 서비스 노동에 대한 가치 재평가가 이뤄져야 여성 노동의 현실이 달라질 수 있다.”라며 여성 노동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정을 요구했다. 여성들은 이렇게 자신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편견에 맞서 싸우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노동자의 삶을 낫게 하는 것보다 더 큰 성장은 있을 수 없다. 노동자가 당당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 얼마 전 출범한 새 정부가 내세운 기조다.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할 것을 약속했다. 새 정부의 행보는 노동자의 권익이 향상될 수 있는 긍정적인 움직임의 첫걸음이 되고 있다. 정책적인 움직임이 시작이 되어 노동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깨질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한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위로 공단>에서 보았다시피 40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편견과 차별에 조금씩 금이 가는듯한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 정부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든 노동자들을 위한 진정한 위로 공단(慰勞公團)을 만들어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