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진정으로 남을 위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걸까?
영화 <하루>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흔히 우리는 이타심을 인간의 미덕으로 여긴다. 언제나 본능에 충실하기보다는 타인을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반대로 이기심은 인간이 자신의 본능에만 충실하고 자신만을 생각하는 악덕으로 여긴다. 영화 초반에는 이타심이 충만한 준영(김명민)과 이기심이 가득한 민철(변요한)이 등장한다.
영화 속 준영은 이타심을 가지고 있는 의사로 그려진다. 이타심을 가진 그는 딸을 혼자 두고도 오랜 기간 해외의 전쟁터에서 의료봉사를 해왔다. 뿐만 아니라 돌아오는 공항에서 딸과 연락을 하는 중간에도 목에 사탕이 걸려 고통스러워하는 아이에게 달려가 도와주기도 한다. 그는 언제나 의사로서 자신의 삶보다는 타인의 삶을 우선시하며 살아온 것으로 보인다.
이타심이 충만한 준영에게 닥친 딸 은정(조은형)의 사고는 너무 가혹하게 느껴진다. 딸이 죽는 순간에도 준영은 누군가를 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딸을 구하려 서둘러가면서도 목에 사탕이 걸렸던 아이가 사탕을 먹지 않도록 막고 간다. 타인을 위한 선행을 해도 준영은 딸을 구하지 못한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하루에 지치고 고통스러워져만 간다.
영화 속 민철은 아내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구급요원으로 그려진다. 아내를 구하기 위해 무엇이든지 하지만 그가 하는 행동들은 때로는 이기적으로 보인다.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라고 해도 허위로 신고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경찰을 해치기도 한다. 아내를 살리고 싶은 자신의 마음에 충실해 누군가에게 해를 입혀가면서까지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기심이 가득한 민철도 결국 아내를 구하지 못한다. 아내를 구하지 못한 그는 죽기 전 다투었던 상황을 후회한다.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형편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아이를 갖자는 아내에게 화를 낸 것이었다. 아내에게 했던 행동으로 인한 죄책감에 그 역시 반복되는 하루에 지치고 고통스러워져 간다.
하지만 강식(유재명)이 준영의 딸 은정과 민철의 아내 미경(신혜선)을 죽인 것은 준영과 민철의 이기심 때문이었다. 민철은 교통사고를 내고 도망치려 했었다. 이기심으로 이른 신고를 하지 않은 탓에 강식과 하루의 상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준영은 딸 은정의 심장 이식이 급한 상황에서 뇌사 상태에 빠진 하루의 심장을 꺼내 은정에게 주었다. 이기심으로 혼수상태에 있는 강식의 지장을 찍어 수술을 한 것이었다. 결국 강식은 동의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하루를 잃은 것이었다.
이타심이 충만해 보였던 준영도 결국은 이기심으로 누군가의 목숨을 잃게 했었던 것이다. 심장 이식 수술을 하고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그가 그 죄책감을 덜기 위해 해외에서 봉사를 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결국 자신을 우선순위에 두고 자신이 사랑하는 딸을 구하고 자신의 죄책감을 덜고 좀 더 편하게 살려고 해외 봉사를 다닌 걸 수도 있다. 우리는 타인을 위해 행동한다고 하지만 결국 자신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고려 하에 행동하는 것일지 모른다.
강식의 용서도 그가 이타심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과 하루에게 고통을 안겨준 이들을 용서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일 수 있다. 은정과 미경을 죽이는 복수를 해도 결국 그의 마음속에 깊은 한은 풀어지지 않을 것이며 누군가를 죽였다는 고통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식도 그들을 용서하고 편하게 살고자 용서를 선택했을 것이다.
인간이 타인을 고려하고, 타인을 위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그 기저에는 자신을 위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