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코 후미코가 사랑한 박열의 본질
“나는 박열의 본질을 알고 있다. 그런 그를 사랑하고 있다.”
박열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여느 독립 운동가들의 모습과는 다르다. 진중하면서도 비장한 그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박열의 모습은 조금 낯설다. 거침없으며 적극적인 그의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진 독립 운동가가 됐지만, 거친 말투와 과장된 행동은 사람들이 독립운동에 임하는 그의 자질을 의심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불령사 동료들은 박열의 독립운동가 자질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중에서도 가네코 후미코는 누구보다 그를 신뢰하고 그와 끝까지 함께한다.
가네코 후미코는 처음 박열의 시를 읽고 그에게 반한다. 보잘것없을지언정 자신을 억누르는 자들에게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그의 본질이 그 시에 담겨있었다. 어린 시절 불후한 생활을 겪으면서 참고 참아왔던 그녀에게 그의 본질은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본질을 알게 되면서 그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그녀는 박열과 동거를 하게 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불령사에서 함께 활동하게 된다.
불령사에서 같이 활동을 하면서 가네코 후미코는 박열의 본질을 더욱 잘 알게 된다. 자연스럽게 그를 신뢰하게 되고 그와 함께라면 두렵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박열은 폭탄 테러를 통한 주요 인사 암살이라는 목표로 함께 활동하지만 단원들을 존중한다. 다른 선택을 한 이들을 배신자라고 여기고 처단하지 않는다. 그저 계속 함께하지 못하게 된 것을 아쉬워하면서 그냥 떠나보낸다. 그는 자신과 함께한 사람들 위에 서서 지휘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인간이 인간을 억누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서로 평등한 관계로 바라본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조선인 중 누군가가 총대를 매야할 때 주저하지 않고 자신이 맡았다. 혹자는 영웅 심리를 가진 허울뿐인 자라고 비판했지만 단순히 영웅 심리만 가지고 그런 행동을 할 수 없다. 처형을 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뛰어들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그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거침없이 뛰어드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최선을 선택함에 있어서 외로울지언정 당당히 혼자 겪으려 했던 것이다.
가네코 후미코는 박열을 사람들을 모두 평등한 존재로 여기고 선택을 존중하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거침없이 뛰어들 수 있는 인물로 보고 그런 그와 끝까지 함께하려고 했던 것이다. 결국 박열은 자신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던 가네코 후미코라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끝까지 져버리지 않았고, 가네코 후미코도 박열이라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같은 선택을 했던 것이다.
서로의 본질에 대한 사랑이 있는 관계는 쉽게 어긋나거나 끝나버리지 않는다. 본질을 깊게 이해했기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가 형성된다. 그 신뢰는 둘을 아주 끈끈하게 잇는다. 결국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는 서로의 본질을 이해하고 사랑했기 때문에 끝까지 함께 했던 것이 아닐까. 서로의 본질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단계까지 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