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엘르>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라고 물을 때 우리는 짧은 문장으로 그 사람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미셸은 어떤 사람이야?”라고 묻는다면 쉽게 정리가 되지 않는다. 영화 내내 그녀는 일반적이지도 않으면서 일관적이지 않은 행동들을 한다. 굳이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욕망이 가득한 사람’이라고 정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그 한 문장으로 그녀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녀의 행동들을 보면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에 가깝다. 전 남편 리처드의 차를 들이받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은 모르는 일 인양 자신의 차를 끌고 유유히 사라진다. 또 자신의 성적 쾌락을 위해 안전이 보장받지 않은 상황에 과감하게 뛰어든다.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의 남편인 로버트와 불륜을 저지르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친구에게 당당하게 털어놓는다. 결정적으로 어렸을 때 아버지 조르주가 무자비한 범죄를 저지를 때 아무렇지 않게 아버지와 함께 물건을 태워버린다. 아버지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은 전혀 없이 아버지 때문에 자신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녀의 아버지의 모습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유전적인 이유로 그녀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해석할 수 있다. 과연 그럴까? 영화 속 그녀의 주변에 있는 이들을 자세히 보면 그 판단은 섣부르다. 그녀는 주변의 남성들로부터 언제든 위험에 처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있다. 여성이 극단적으로 남성에게 쉽게 폭력을 당할 수 있는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여성이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스스로 지키는 행동을 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욕망은 뒤틀릴 수밖에 없다.
아버지는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으로 간 상황에서 미셸과 그녀의 엄마는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해야 했다. 특히 아버지와 함께 가구를 태웠다는 사진 때문에 그녀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연스럽게 자신의 욕망을 누르면서 살았다. 건강하게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게임회사를 운영하게 되면서는 남성을 주 타깃으로 설정한 게임을 만들면서 남성의 욕망을 중심으로 두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녀 자신의 순수한 욕망보다는 남성의 욕망이 그녀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오게 되었다.
자신의 욕망을 스스로 잘 들여다볼 기회는 없었고 남성들의 욕망이 폭력적으로 다가와 자신을 덮친 상황에서 미셸은 그 욕망을 내재화했다. 남성들 앞에서 그녀는 공격적이면서도 당당하게 살기도 하지만 결국 남성들의 건강하지 못한 욕망을 자신의 욕망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렇게 건강하지 않은 욕망이 표출되는 과정에서 미셸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행동할 것 같지 않은 행동들을 했다.
그렇지만 이 모든 이야기는 영화를 보고 한 추측일 뿐이다. 그녀의 행동이 선천적인 요인 때문인지 후천적인 요인 때문인지 확신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요인이 그녀의 행동 전부를 설명할 수는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녀가 개인이 가지고 있던 성격과 그녀 주변을 둘러싼 사회적 상황이 결합하여 그녀의 일반적이지 않으면서도 일관되지 않은 행동들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그녀의 모습이나 행동에 대해 어떠한 평가도 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그녀에 대해 추측했을 뿐이다. 그것마저도 잘 되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들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