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꼭 봐야 할까?

by 찬란한 하루

브런치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영화를 보고 나서 10여 편의 리뷰를 남겨왔다. 이전까지는 주로 인물이나 주제에 대해 논했다면 이번엔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택시운전사5.jpg <택시운전사> 공식 포스터

영화를 보아야 하는 이유 3가지


첫째,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듯 이 영화에는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송강호, 유해진 모두 연기력을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어쩌면 국민 대다수에게 호감인 이들이다. 이들이 선택한 영화고 열연한 영화라면 봐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변호인>에서 열연했던 송강호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 영화를 선택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둘째, '1980년 5월 광주로 간 택시운전사'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5.18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하고 있다. 소재로 다룬 것을 넘어 실화를 다루었다. 택시운전사 김사복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는 모두 실존인물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사건 중 하나를 직접 겪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를 다룬 영화이고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이기 때문에 한 번쯤 볼만하다.


셋째, 외국인 기자가 그 당시 광주의 모습을 담으려고 하는 과정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한국 영화에서 한국을 배경으로 하면서 외국인을 주인공으로 설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실존인물인 만큼 주인공은 반드시 외국인으로 등장해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택시 운전사4.jpg



영화를 보지 말아야 하는 이유 3가지


첫째, 예상을 벗어나는 장면이 없다. 김만섭(송강호)이 구사하는 유머는 이미 한국영화에서 질릴 대로 보았다. 영어를 잘 못하는 이가 외국인 앞에서 하는 행동과 말, 위기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하는 능청스러운 대사 등은 수없이 봤었다. 심지어 다음 대사가 예측될 정도다. 구재식(류준열)이 희생되는 장면과 황태술(유해진)이 만섭을 돕는 장면 또한 예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재식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재식은 희생될 인물이라고 생각됐다. 또 만섭이 광주를 빠져나가기 직전 태술이 돕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이 예측들을 하나도 빗나가지 않았다. 한국 영화가 어느 정도 흥행할 수 있는 공식의 반복이었다. 소재가 달라졌을 뿐 그 안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둘째, 5.18 민주화 운동은 분명 한국 현대사에서 중요하게 기억되어야 할 사건이기에 영화로 제작되는 것 자체는 찬성한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그려내는 방식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5.18 민주화 운동을 다룬 작품이 많지는 않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작품은 영화 <26년>의 애니메이션 부분과 한강의 책 <소년이 온다>였다. 영화와 책 모두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배우는 것을 넘어 그 안에서 일어났던 일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여 메시지를 전달한다. 두 작품 모두 5.18 민주화 운동을 겪었던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이 겪었을 아픔을 잘 그리고 있다. 그러나 <택시운전사>는 실화라고 하더라도 결국 그 사건의 1차적 피해자에 대해서는 잘 다루고 있지 않다. 관찰자로서 광주로 들어간 택시운전사와 기자가 주인공이므로 그들이 나중에 동참하였다 하더라도 관객들에게 메시지가 확연히 잘 전달되지 않는다. 광주 안에서 살면서 그 피해를 겪은 이들의 모습을 좀 더 집요하게 파고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영화적 소재가 고갈되면서 한국영화에서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가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늘어났다. 영화적 상상력이 더 이상 발휘되기 힘든 상태에서 자극적인 실화는 좋은 소재이다. 실제 이야기라는 이유만으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실화라는 이야기 구조가 이미 존재하므로 영화적 각색만 넣으면 되기 때문에 좀 더 효율적이다. 그러나 실화를 소재로 하면서 가장 큰 문제가 이 영화 속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드러나지 않는다. 단지 그 당시 있었던 특이하고 기억에 남을만한 사건을 선택해 이야기로 만들었을 뿐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한 감독만의 철학이나 메시지를 느끼기는 어려웠다.



개봉이 한 달 여 남은 상태에서 영화를 보지 말아야 할 이유에 방점을 둔 것이 마음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 영화가 역사적 사건과 실화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는 생각은 확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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