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아이 캔 스피크> We Need to Speak

(Feat. 영화 <군함도>, 영화 <귀향>)

by 찬란한 하루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 공식 포스터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촬영 소식을 기사로 접했을 때, '촌스럽지 않을까? 재미없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앞섰다. 구청에서 일하는 9급 공무원 박민재(이제훈)와 온갖 트집을 잡아 민원을 넣는 할머니 나옥분(나문희)의 이야기. 영화 초중반까지 둘이 투닥투닥하다가 영화 후반부에 할머니의 사연을 알게 되면서 할머니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리지 않을까 짐작했었다. 예상대로 영화는 그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


이태원에서 실전 연습하는 옥분. 영화 <아이 캔 스피크> 공식 스틸컷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한국 영화의 전형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우선 영화의 코미디 코드는 이미 흔하게 사용돼 온 방식이다. 중심 공간이 되는 명진 구청, 그 구청의 공무원들은 영화에서 하나 같이 웃음을 주기 위한 요소이다. 양 팀장(박철민), 아영(정연주), 종현(이지훈) 모두 영화 속에서 재미를 주기 위해 동원된 인물들이다. 또한 옥분이 영화를 배우는 과정에서 이태원 술집에 가서 외국인에게 말을 거는 장면도 웃음을 주기 위한 장치다. 할머니가 영어를 배운다고 해서 흔히 청자켓을 입고 링 귀걸이를 하고 이태원에 가지는 않는다. 영화 속 재미를 주기 위한 한 포인트이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반복되는 이런 코미디 코드들은 다른 영화에서도 약간은 다르지만 비슷한 형태로 활용되어 왔다.


코미디 코드뿐만 아니라 감동 코드도 이미 한국 영화에서 흔하게 사용돼 온 방식이다. 옥분이 위안부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밝히자 냉정하게 대하다가 사실은 서운해서 그런 거였다고 밝히는 진주댁(염혜란)은 감동을 주기 위해 동원된 인물이다. 또한 영화 후반부에 옥분이 연설을 하기에 앞서 긴장하는 순간 민재가 나타나서 도움을 준다. 이 장면은 영화가 감동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인위적인 느낌이 든다. 감동 코드 또한 다른 영화에서도 약간 다르지만 비슷한 형태로 활용되어 왔다.


이러한 포인트들은 영화의 극적 재미나 감동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포인트들은 흔하게 쓰여왔다. 즉, <아이 캔 스피크>만의 특징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촌스럽지 않았다.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해야 할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옥분은 단순히 심술궂어 민원을 넣고 다니는 도깨비 할머니가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었다. 가족마저도 부끄러워했기 때문에 드러낼 수 없었던 사실. 바로 자신이 위안소에 끌려가 희생된 피해자였다는 것이다.


'위안소에 끌려가 희생된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이야기 중 하나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해가 갈수록 병이 들고 돌아가신다. '지금' 공론화하고 활발하게 이야기 나누지 않으면 피해자들은 그 어떤 사과도 받지 못한 채 끝나버릴 수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우리 대다수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공론화가 한정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렇지만 생각의 범위를 넓히면 우리는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사과를 받는다는 것만으로 우리 사회는 분명 더 나아질 것이다. 사과받아야 할 사람들이 사과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다. 우리들도 언제나 사과받아야 할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과를 받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그 점을 잘 파고들었다.


그에 비해 영화 <군함도>는 '금' 해야 할 이야기를 담아내지 못했다. 지금은 하시마 섬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선정된 시기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문화유산 지정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사실 관계와 상관없이 하시마 섬에 조선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배신하고, 이간질했다는 이야기는 맞지 않다. 적어도 일본이 자신들이 강제 징용을 한 것을 인정하고 사과할 때까지는 초점을 일제의 잔혹성에 맞추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영화 <군함도>가 사람들의 외면을 받게 된 것도 이 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해야 할 이야기를 할 때도 선을 넘지 않았다. 영화 <귀향>에서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그렇지만 일제의 잔혹함을 고발하기 위해 자극적인 방식을 취했던 것은 논란이 되었다. 물론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도 그런 장면이 있었다. 그렇지만 최대한 그 잔인함을 줄이려고 한 것처럼 보였다. 물론 실화의 초점 자체가 옥분이 이미 할머니가 되었을 때이긴 하다. 그렇지만 충분히 방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영화는 덜 자극적으로 전달하고 싶은 바를 확실히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도깨비 할매 옥분. 영화 <아이 캔 스피크> 공식 스틸컷

영화는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야기가 적어도 역사를 다룸에 있어 해야 할 이야기를 한다. 지금 해야 할 이야기를 해야만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 기여는 단순히 사회를 위한 것뿐만 아니라 그 영화가 좀 더 빛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요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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