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충격을 안기고 있습니다.’라는 표현이 담긴 기사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 기사를 읽은 사람들은 ‘정말 충격적이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또 그 사건·사고가 영화·드라마·소설로 만들어질 때 홍보 문구로 ‘충격적 진실’, ‘충격 실화’라는 표현을 쉽게 볼 수 있다. 여기서 사용되는 ‘충격’이란 단어는 ‘슬픈 일이나 뜻밖의 사건 따위로 마음에 받은 심한 자극이나 영향’의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사람의 마음에 심한 자극으로 흥분을 일으키는 일’의 의미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전자와 후자가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마음에 받은 자극이나 영향’과 ‘그로 인한 흥분’ 둘 중 어디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다르게 다루어지고 전달하는 바도 달라질 수 있다. 자극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사건·사고들이 앞 다투어 보도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진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자극, 흥분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 모으는데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심도 자극, 흥분이 무디어지는 시기가 되면 줄어든다. 영화·드라마·소설로 만들어져도 그 사건·사고를 겪었던 사람들의 모습을 잘 다룬 경우보다는 사건·사고를 하나의 소재로 이용한 경우가 더 많다.
그렇지만 영화 <룸>은 충격적 실화를 하나의 소재로 사용하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단지 이 사건이 하나의 소재로만 사용되었다면 7년 동안 방 안에 가둬 둔 가해자 남성과 갇혀있던 피해자 여성을 초점으로 그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탈출하려다 실패하는 여성, 그런 여성을 잔혹하게 대하는 남성의 모습이 중심 이야기였을 것이다. 물론 이런 방식이 무조건 나쁘기만 한 건 아니다. 그러나 자칫하면 흥분, 자극에서 그쳤을 가능성이 크다.
영화 <룸>은 방 안에 7년 동안 갇혀있으면서 겪었던 일 자체보다도 그 방에서 나와 살아가는 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모자에게 이 7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마음에 심각한 자극을 주었고 영향을 받았는지를 그린다. 방 안에서 의연하게 버티어 가던 조이는 방 밖으로 나오면서 무너지게 된다. 그녀에게 방 안에서의 일은 삶을 송두리 째로 흔들만한 충격이었다. 잭은 방 안에 있을 때나 방 밖에 있을 때 모두 천진난만하게 그려진다. 방 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더 넓은 세상이 낯설긴 하지만 빠르게 적응해나간다. 이런 모습을 보면 잭에게는 심각한 자극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잭은 아파하고 고통스러운 엄마를 보면서 마음 아파한다. 결국 이 둘에겐 방 안에서의 일이 방 밖까지 이어져 살아가야 하는 삶이 되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모자가 방 밖에서 살아가며 마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우리가 흔히 사건·사고를 대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우선 자신이 겪었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조이가 바라는 것처럼 마음 아파할 수 없다. 그저 이겨내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겪었던 일이 하나의 사건이 되고 사람들의 입에 쉽게 오르내리고 기자가 인터뷰하는 과정이 조이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된다. 그녀가 했던 행동을 평가의 대상으로 삼고, 자신의 일이 아닌데도 쉽게 판단하고 이야기해버린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관심, 응원은 금방 식어 사라진 상황이다. 조이와 잭은 사람들의 잠깐의 관심과 반응으로부터 얻은 상처도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문이 열렸으니까 더 이상 방이 아니야.”라는 잭의 말처럼 조이와 잭에게 이 방 안에서 있었던 일은 분명 어떤 의미에서든 영향을 주었다. 억압과 고립에서 벗어났기에 분명 그들에게 빛이 되었다. 그렇지만 그들에겐 이따금씩 그들을 괴롭히는 아픈 기억이 떠오를지 모른다. 또 다른 사람들의 말로 인해 상처를 받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들은 스스로 이겨낼 방법을 찾아나가면서 살아갈 것이다. 영화는 그들의 삶의 일부분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우리가 관심을 갖지는 않지만 그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건·사고를 겪고 나서 살아가는 방식이다. 영화는 그 부분에 초점을 둠으로써 사건·사고를 겪고 나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차분하게 그린 것이다.
영화 <룸>을 보면 모자가 안타깝기도 하고 잘 이겨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듯, 사건·사고로 기사를 쓰는 사람들도, 읽는 사람들도, 또 그걸 영화·드라마·소설로 만드는 사람들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사건·사고를 받아들이면 좋겠다. 적어도 사건·사고로 인해 충격을 받은 사람들에게 위로는 되지 못할망정 상처는 되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