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미러 시즌5> 낮아진 충격, 높아진 공감도
<블랙 미러 시즌5>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다양한 넷플릭스 콘텐츠 중에서도 가장 신선하고 충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콘텐츠는 단연 <블랙 미러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공개된 시즌5 역시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었다. 그렇지만 공개된 이후 기대보다는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다. 기존 <블랙 미러 시리즈>가 주었던 신선한 충격에 비해 시즌5는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필자는 충격은 낮아졌을지 몰라도 공감도가 높아진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았다. 충격을 주었던 에피소드 속에서의 과학기술은 피부로 와 닿기에는 좀 멀었기 때문에 '나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의문점을 가지긴 했지만 가까운 공감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이번 시즌5에서 등장하는 3개의 에피소드 속 기술들은 어느 정도와 닿을 수 있었기 때문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
세 개의 에피소드에 대해 순서대로 간단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P1. <Striking Vipers>
<Striking Vipers> 스틸컷
개인의 숨겨왔던 욕망이 표출될 수 있는 도구가 된 MR 게임으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둘째를 가지는 게 목표인 아내와 결혼생활을 이어가지만 그 생활이 못내 따분하고 지루한 대니와 정반대로 젊은 여성들과 자유로운 연애를 이어가지만 더 이상 설렘이 없는 칼은 MR 게임을 하게 되고 그 안에서 자신들의 숨겨져 있던 욕망을 분출한다. 물론 이 이야기는 MR 게임이 자신이 몰랐던 성 정체성을 깨닫게 해 준다는 단순한 퀴어물이 아니다. 대니와 칼은 현실에서 만났을 때는 상대를 성적 대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는 MR 게임 속 가상세계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이 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Striking Vipers>에서는 대니와 칼이 가지게 된 새로운 정체성을 일정한 시간에만 게임을 함으로써 표출할 수 있도록 만들면서 이야기가 긍정적인 결론을 맺는다. 앞으로는 가상세계가 점점 더 발전하면서 더 현실처럼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 가상세계 속에서는 게임 속 캐릭터가 내가 투영된 대상을 넘어서 아예 다른 자아가 될 수 있다. 숨겨왔던 혹은 자신도 몰랐던 모습이 또 다른 자아가 되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자아가 만들어지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면 그 자아를 잘 표출하고 제어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해질 것이다. 그러한 시선에서 이 에피소드는 충분히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었다.
EP2. <Smithereens>
<Smithereens> 스틸컷
SNS로 인해 인생이 무너진 남자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크리스는 SNS '스미 더린'의 대표인 빌리와 통화하기 위해 인턴을 납치하고 결국 대표인 빌리와 통화한다. 음주운전을 한 사람으로 인해 약혼자를 잃은 것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사실 크리스가 운전하다가 SNS를 보아 약혼자를 잃었다는 사실을 대표인 빌리에게 털어놓으며 SNS의 중독성에 대해 경고한다. 묵언수행을 하고 있는 대표 빌리는 크리스에게 자신은 커져버린 스미 더린 속에서 자신은 발언권이 더 이상 없고 그 중독성과 위험성에 대해서는 막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다른 한편에서 청소년들은 SNS에 실시간으로 상황 중계를 하고 있는데 그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막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SNS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SNS의 출발점은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치가 있으면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SNS는 공감보다는 보여주기 위한 도구가 되었고 사람들은 그 도구에 중독되어 스스로를 불행에 빠뜨리고 있다. 즉, SNS는 과연 공감을 하도록 만들어주는 도구인지에 대해 의문점을 던지는 이야기였다. 물론 이미 많이 그려진 이야기라 참신함은 다소 떨어진다고 해도 SNS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으로서 의미 있는 에피소드였다.
EP3. <Rachel, Jack and Ashely too>
<Rachel, Jack and Ashely too> 스틸컷
AI 로봇이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되찾도록 도왔다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전학을 가 적응하기도 힘들고 기분이 가라앉은 레이철에게 애슐리 투는 활력을 주는 도구이다. 물론 언니인 잭은 팝스타 로봇에서 활력을 찾는 레이철이 못마땅하다. 한편 슈퍼스타이지만 고모에 의해 좌우되는 삶을 살며 불행한 애슐리는 그 자리를 내려놓고 싶어 한다. 레이철의 애슐리 투가 고장 나게 되면서 레이철, 잭이 현실의 애슐리를 구출하면서 이들은 자유를 찾고 행복해진다.
AI 로봇이 개성, 자유 등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성을 해친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이 이야기는 역으로 그 기계가 고장남으로써 자유와 행복을 되찾았다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물론 이야기 소재와 구성 자체가 참신하고 차별성 있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나답게 만드는 건 무엇인지,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에피소드였다.
<블랙 미러 시즌5>는 이전 시즌에 비해 아쉽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지만 충분히 유의미한 에피소드들로 채워져 있고 고민해볼 지점을 여전히 던져주고 있다. 넷플릭스 시즌제의 맹점에서 가장 벗어나 있는 <블랙 미러 시리즈>이기에 다음 시즌 역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