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우리 집은 왜 이럴까?

나도 한 번쯤 내봤던 조바심

by 찬란한 하루

영화 <우리집>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우리집 포스터.jpg 영화 <우리집> 공식 포스터.


영화 <우리집>은 하나의 불안한 시선에서 시작된다. 부모님의 다툼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서 연약하게 흔들리는 하나의 눈빛. 그 눈빛을 보다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한다. 부모님이 작은 말다툼을 하더라도 아이들은 불안해진다. 애석하게도 그 불안의 결과는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혹시 내가 잘못한 게 있어서, 내가 문제가 있어서 부모님이 싸우는 게 아닐까. 부모가 아무리 너 때문이 아니라고 해도 아이들은 그 의심을 쉽사리 지우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이 잘하면, 노력하면 바뀌지 않을까 하는 믿음을 가진다. 하나 또한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부모님과 사이가 좋았던 가족 여행을 가려 애를 쓴다. 본인이 엄마 일을 돕고 가족 여행을 갈 수 있도록 만들면 부모님의 사이가 다시 좋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가 여행을 위해 오빠를 협박하는 장면은 귀엽지만, 한편으론 애쓰는 것만 같아 안타까워 보이게 만든다.


우리집 4.jpg 가족여행을 가려 온갖 애를 쓰는 하나. 영화 <우리집> 공식 스틸컷.


유미와 유진의 상황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부모님의 근무환경으로 인해 자주 이사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 유미와 유진에게는 둘을 끈끈하게 만드는 원인이자 외롭게 만드는 이유다. 언젠가는 이사를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 때문에 한 군데에 정을 붙이지 못하고 늘 불안한 마음을 기저에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다가온 하나는 반가운 사람이기도 하지만 떠나보낼 사람이기도 했다. 이사를 가게 되면 다시 보지 못할 사람이기에. 하나와 가까워지면서 이사를 가게 될 것 같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유미는 더 심란해한다. 친해지고 싶은 좋은 언니를 만났는데 헤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 유미, 유진은 함께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이사 오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자신들이 방해를 하면 아무도 이사를 오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유미와 유진은 이사를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방해하는 장면 또한 귀엽기도 했지만 뭔가 안타까워 보이기도 했다.



우리집3.jpg 이사를 방해하는 세 어린이들. 영화 <우리집> 공식 스틸컷.


부모님과 가족 여행을 가게 되면 부모님이 화해할 수 있다는 생각, 이사오려는 사람들을 방해하면 이사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 모두 엉뚱하면서도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귀여우면서도 절실한 생각들이다. 이렇게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에 힘을 쏟는 아이들에게 온전히 자신들이 상자로 된 집을 짓는 행동은 모든 걸 잊게 해주는 행복한 순간이다. 자신들 뜻대로 공간을 만드는 과정, 그 집에는 물론 살 수 없겠지만 그런 공간을 만드는 것 자체가 이들에게는 행복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셋이 어울려 놀 때 가장 기뻐하고 밝은 표정을 보인다.



우리집4.jpg 이들에게 행복한 집을 만드는 순간. 영화 <우리집> 공식 스틸컷.


그렇지만 이렇게 행복한 순간도 잠시 이들이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무너지는 순간 이들의 관계도 무너지게 된다. 가족 여행을 가자고 하는 부모님의 말에 자신이 원하던 행복한 가족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하나는 부모님의 이혼 소식을 엿듣게 되면서 좌절한다. 유미도 결국엔 누군가가 자신들의 집에 이사를 오는 게 확실해지는 순간부터 좌절한다. 이들이 스스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던 상황들이 부정되자 당황하고 속상해한다. 이들은 결국 마지막으로 바꿔볼 수 있는 유미네 이사를 막기 위해 보리해변으로 향한다.


우리집2.jpg 보리 해변으로 향하는 아이들. 영화 <우리집> 공식 스틸컷.


아이들은 보리 해변에서 다투고 화를 낸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는 것이다. 물론 어린아이들이기 때문에 그 분노가 엉뚱한 방향으로 향했지만, 그랬던 만큼 아이들은 찰나의 순간 웃고 화해한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기 전 "그래도 언니는 진짜 우리 언니 해줄 거지?"라고 묻는 유미의 질문은 조바심에도 용기를 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성인이 된 나는 이제는 더 이상 아이들이 갖는 조바심은 갖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나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 그렇지만 애석하게도 유미를 보며 조바심에도 용기를 내는 모습은 잃어버리지 않았나 조금은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조바심이 사라진 대신에 달라지지 않을 거란 생각에 용기도 내지 않는 나. 그런 내가 조금은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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