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싱글 라이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영화 시작하는 장면에 고은의 ‘순간의 꽃’이 등장한다.
"그냥 내 자신을 견디고 있습니다."
고객들에게 부실채권을 매입하게 한 강재훈(이병헌)은 죄책감에 시달리다 호주로 떠난다.
그곳에서 자신이 알던 모습과는 다른 부인과 아들을 만난다. 그는 어학능력 향상을 명분으로 부인과 아내를 호주에 보내 놓고 2년 동안신경도 쓰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부인은 너무나 달라져있다. 외부인의 침입을 극도로 경계해 이중 잠금장치를 설치했던 그녀는 고장 나 닫히지 않는 뒷문을 그대로 두고 살고 있었다. ‘매일매일 쉬지 않고 노력하는 거 귀찮아’라며 바이올린을 팔려던 그녀는 시립 교향악단에 입단하려 오디션을 보려고 한다. 남편의 호주 유학 제안을 탐탁지 않아했던 부인은 그곳에서 누구보다 생기 있고 활력 있게 산다. 변한 아내에게 재훈은 다가가지 못하고 곁에 맴돌기만 한다.
그러다 한 음식점 안에서 유지나(안소희)를 만나게 된다. 쓰러지려 하는 지나를 재훈이 숙소까지 데려다준다. 한참을 흐느끼던 지나는 재훈에게 자신의 처지를 말한다. 그녀는 워킹홀리데이를 온 학생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농장에 가서 힘들게 일 해 번 돈을 싸게 환전하려다 돈을 모두 빼앗겼다. 재훈에게 돈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한다. 그는 “너무 좋은 거래는 항상 거짓이 있죠.”라면서 지나에게 돈을 돌려받지 못할 거라 이야기한다. 재훈은 지나 틈틈이 옆에 있어 있어준다.
모든 것을 잃고 난 재훈에게 이 두 여인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아내인 이수진(공효진)에게 처음에는 분노했다가 시간이 지나며 안도감을 느꼈을 것이다. 오랜만에 본 아내는 옆집에 사는 크리스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 보였고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한국서 정신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으며 견디는 자신과는 다른 아내의 모습에 화가 났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곳 생활이 아내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켰고 주체적인 삶을 살게 됐음을 알게 된다. 수진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삶이 아닌 현재를 살고 있는 것이었다. 재훈이 절실하게 깨닫고 난 뒤 살아야 할 삶을 살고 있어 안도감을 느끼게 되어 그곳을 떠났을 것이다.
지나는 또 다른 자신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을 것이다. 두 사람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고 목표만을 향해 달렸다. 그러다 한 번의 선택으로 인해 쌓아 올렸던 삶이 무너지게 된다. 자신과 같은 길을 걸었지만 아직은 어린 지나에게 재훈은 위로를 건넨다. 이미 너무 늦은 상황에서 그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재훈은 메리 스트리트를 떠나 자신이 아내와 아들과 함께 하지 못했던 태즈메이니아로 발길을 돌린다. 그곳에서 아들이 아버지와 함께 하지 못했다며 찍어 보낸 영상을 생각하면서 그 길을 걸으며 그는 얼마나 지금을 놓쳤던 것을 후회했을까.
재훈처럼 목표만을 바라보다 현재를 놓치지 않길 바라며 고은의 ‘노를 젓다가’로 글을 마무리해보고자 한다.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