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분노> 이 영화를 보고 분노하는 당신에게

by 찬란한 하루

영화 <분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분노>의 공식포스터.

‘분노’의 사전적 정의는 ‘분개하여 몹시 성을 냄’이다. 우리는 흔히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거나 정당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때 ‘분노’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곤 한다. 어찌 보면 분노는 인간의 본능이라고 볼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화를 내고 그 이상의 감정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듯 본능적 감정일 수는 있지만 표출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특히 표출을 통해 타인에게 해를 가하는 행위는 정당화되기 어렵다. 암묵적인 사회적 약속을 하고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이러한 행위는 도덕적인 범주에서 벗어난 행위라 할 수 있다.


살인사건 현장. 영화<분노>의 스틸컷

이 영화는 살인 사건의 범인이 살인 현장에 피로 ‘怒(노)’를 써놓고 떠난 장면에서 시작된다. 범인의 집에는 주변에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을 비웃는 글귀로 집안이 뒤덮여있었다. 범인이 살해를 한 동기는 자신을 동정하는 인간에 대한 분노였다. 그는 누군가를 비웃고 경멸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우월감을 찾았다. 스스로의 만족감을 위해 표출한 그의 분노는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삼았기에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범인의 감정의 극단적 표출 외에도 이 영화에서는 수많은 장면에서 분노를 가지고 사는 이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극 중에서 마키 요헤이(와타나베 켄)는 딸 마키 아이코(미야자키 아오이)가 정체가 불분명한 타시로 요헤이(마츠야마 켄이치)와 가까이 지내고 함께 산다고 했을 때 속으로 분노한다. 그렇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타츠야 치넨(사쿠모토 타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코미야마 이즈미(히로세 스즈)가 미군에게 성폭행을 당했을 때 속으로는 분노했지만 처음에는 겉으로 크게 표현하지 않았다. 후지타 유우마(츠마부키 사토시)는 오오니시 나오토(아야노 고)가 다른 여자를 만나는 걸 보며 분노했지만 막상 상대방에게 격하게 표현하지는 않았다.

분노는 자신의 불만족스럽고 부당한 상황을 알리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분노라는 감정을 안고 살고 쉽게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만약 분노를 통해 자신의 상황을 알려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상황을 알리고 나서는 그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이성적 설득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단지 심정이 아닌 이성적으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인식한다면 그 상황을 바꿀 수 있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분노라는 감정이 지나치게 쉽게 표현되는 순간부터 사람들의 감정이 정말 중요하게 전달돼야 하는 순간에 잘 전달되지 않는다. 그 순간부터는 감정만 남고 이성적 설득은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즈미가 강간을 당했을 때도, 타츠야의 아버지가 오랜 기간 시위를 하면서 분노해도 그들의 감정은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포기한 것이다.


분노를 너무 쉽게 내뱉지 말자. 그래야 분노가 필요한 상황에서 분노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범인처럼 분노할 상황이 아닌 곳에서 분노하고, 이즈미처럼 분노해야 할 때 분노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게 바로 분노라는 감정이 모두에게 좀 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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