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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 Apr 03. 2020

정리정돈의 본질

틈새까지 채우기 전에 공(空)간 그 자체를





내일은 봄맞이 꽃구경...이 아니라 봄맞이 옷 정리를 할 예정이다. 날이 따뜻해져 이제 패딩을 슬슬 집어넣고, 본격적으로 옷으로나마 봄 느낌을 물씬 내고 싶어서다. 사람 많은 곳으로 벚꽃 구경을 하러가기보다는,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시킨 뒤 수납장을 활용해 옷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정리해놓으면 한 계절을 잘 보내고 다가오는 계절을 맞을 준비가 된 것만 같아 보람차다.      


내일은 장롱과 수납함에 있는 옷 정리를 할 것이지만, 2월에서 3월로 넘어갈 때엔 책 정리를 한 번 했었다. 정리정돈의 본질이란 무엇일까, 라는 심오한 생각이 드는 정리였다. 내 방은 침대와 책상, 책장, 옷장까지 하면 꽉 차는 비교적 크지 않은 방이라, 늘 환기를 자주 시키지 않으면 냄새가 났다. 쿰쿰한 냄새에 가족들은 방문만 열면, 환기 좀 시켜라! 라고 한마디씩 습관처럼 말하기도 했다. 작은 방의 정리정돈은 큰 방의 정리정돈보다는 좀 더 디테일하다. 틈새 수납장을 활용해 보이지 않는 곳까지 수납을 하면서 그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 물론 좋은 방법이지만 작은 방에도 그렇게 한다면? 틈새라 할 것 없는 작은 방에는 무조건! 필요 없는 물건과 반드시 필요한 물건의 구분, 분류가 중요하다.


      



정리는 물건들의 제자리를 찾아주는 것이다. 물건의 쓰임에 따라 적절한 동선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알맞은 수납을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정리법이라 믿고 있다. 나는 틈새 수납장 대신, 방에 붙어있는 작은 베란다를 활용해 캐리어나 박스 안에 덜 중요하거나 쓰임의 빈도수가 적은 물건들을 넣었다. 생활하는 방 안 책장에는 이번 달에 읽을 책 몇권만 채워 넣었다. 책 냄새가 가득찼던 방은 어쩐지 디퓨저나 탈취제로도 그 냄새가 해결되지 않았다. 특히 중고 서점을 이용해 샀던 오래되고 낡은 책들의 쿰쿰한 냄새가 작은 방을 꽉 채울 때면 갑갑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책을 정리하고 책장과 책장 안쪽에 쌓인 먼지를 쓸고 닦았다. 환기를 하고, 다시 방문을 닫은 채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방안을 꽉 채우던 공기가 어쩐지 가벼워진 기분이다.     


그 자리에 무엇이 있었는지 알기 위해 흔히들 정리와 정돈을 한다고들 한다.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물건들을 다시금 분류하면서 우리는 채워져만 있던 가구와 공간을 비우고 그 자리에 원래는 없었던, 그 빈 공간 자체를 다시 보게 된다. 늘 무언가 채워져 있던 자리, 가구 안에 또 다른 물건, 물건 안에 다른 소품을, 그렇게 수납하기 위해 수납장을 사고 그 수납장을 위한 무언가를 보태고 있진 않았나, 작은 방을 소유하고 있는 나는 또한번 미니멀리즘을 실천하지는 못하고 오늘도 머릿속으로 어림해 그려만 본다. 내일의 옷정리는 어떨지 기대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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