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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 Apr 10. 2020

이거 하나만 더 보고 자! 유튜브 당신...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 (여자) 아이들 신곡 안무 연습 영상을 보고, 아는 형님 지난주 방송분 하이라이트 클립 영상을 보고, 팝 뮤직 가사 해석이 실린 영상을 보고 나니, 이제 이어지는 영상을 보면... 근데 지금 몇 시지?     


잠 못 이루는 새벽 2시 40분, 잠들기 전 잠깐 보고 말아야지 했던 게 2시간이 순삭 됐다. 늦은 저녁에 마신 커피 때문인지, 전날 많이 잔 탓인지 몸은 피곤한데 잠은 오질 않고, 몇 시간 째 이어지는 유튜브 영상을 보다 보니 어느새 평소 취침시간을 한참 넘겨버린 것이다. 중간 광고가 나오는 몇 초의 시간 동안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살펴보면,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는 댓글들이 종종 보인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내놓은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저널리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연구 중이긴 하지만 다양한 연구기관에서 말하는 알고리즘의 공통 목적은 유튜브 이용자들을 유튜브에 오래 체류시키기 위함이다. 유튜브에 체류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프리뷰나 중간광고를 통한 유튜브 수익이 증대되기 때문이다. 이용자는 다양한 정보를 접하는 대신, 익숙하게 느끼고 본인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주로 접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필터 버블’이라며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튜브 이용자의 시청시간 중 70프로가 추천된 영상을 본 시간이라고 할 만큼, 이 전략은 꽤나 먹히는 듯 보인다.     


한편 실제 국내 이용자들은 필터 버블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통계상으로 나타났는데, 스스로 추천 영상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밝힌 응답자가 42.3%에 해당한다. 뉴스나 정치 관련 영상은 비교적 한국에서는 신뢰도가 낮은 편인데, 사용자가 정보의 타당성을 판별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온갖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고 있다. 맞춤 추천 영상 외에도, 왜 이런 게 추천 영상에 떴을까 싶은 뜬금없는 영상들도 올라온다. 유튜브 측은 추천할 영상 목록을 만드는 알고리즘과 그 목록에서 추천 순위를 정하는 알고리즘으로 구성돼 있다는 정도만 밝혔다. 어떤 데이터를 중요하게 보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오늘도 잠이 오지 않으면 유튜브를 찾게 된다. 요즘 불금에는 더 이상 밖에서 불타는 금요일을 보내는 게 아닌, 집에 와 방구석에서 유튜브가 쥐어주는 영상을 연속 재생하다 보낸다. 끊기 어려운 연속 재생의 지옥, 유튜브 당신...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의 세계 속에 오늘도 나를 맡겨버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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