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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 Apr 04. 2020

막 쓰는 글

양으로 조지자





 다 써 버리거나 먹어 없애다



조진다는 말이 표준어라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속되게) 쓰거나 먹어 없애다’라는 뜻으로, 글을 양으로 조지자 라는 게 일단 4월의 목표다. 새삼 쓸수록 어감도 마음에 들고, 목표도 훈화말씀같지 않고 마음에 와닿는다. 글의 퀄리티를 따지는 건 중요한 일이다. 다만 퀄리티를 다듬고 재느라, 시간이 너무도 오래 걸려 정작 일순위로 따졌던 질조차 담보하지 못한다면?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자기 검열이 심해 맞춤법은 물론이고 글 내용까지 너무 다듬어서 재미까지 다듬어 버린 글이 나 조차도 지겨워졌다. 종이쪼가리에 남기고 버릴만한 핸드폰 메모는 2천 여개에 카카오톡과 사진첩에 캡쳐해놓은 각종 참고자료들은 또 어쩌고. 그러니 노트북에 담긴 저장글이야 오죽하겠나.



일단 양으로 조지자



물론 장편 소설이나 단행본 작업은 물리적인 시간이 양적으로 수개월은 확보되어야 하고, 퇴고의 퇴고를 거쳐서 다듬어 나오는 게 필수다. 그런데 온라인 블로그 글은? 무조건 빨리 많이 쓰는 게 좋은 방법은 아니다. 퀄리티를 보장하지 못하는 글에 높은 조회수와 좋아요가 수백 수천인 글도 있다. 그럼에도 일정 분량 이상의 글을 쓸 수 있는 힘, 매일 쓰는 습관의 힘, 주어진 시간 내에 정해진 글감으로 글을 뽑아낼 수 있는 것도 글 쓰는 사람에게 필요한 자질이며 중요한 능력이다. 그걸 다듬을 수 있는 시간은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시간이 기회일 때가 있다. 지금 이 시간, 오늘 이 순간을 잘 활용해서 무언가 써 보고, 아니면 또 다시 고치는 게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미완성 저장글들을 다시 살펴본다. 노트북 저장글 100개 보다 가능하면 일단은 완성한 발행글 10편을 만들어 두는 편이, 누군가가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쓰는 글이 조금은 더 읽을 만한 글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게 지금의 판단이다.

막 써보자. 양으로 조지면서 퀄리티를 맞춰 나가자. 그런 뒤 다시 저장글이 되더라도 그게 뭐 그리 대수인가.      




공언 효과, 이른바 '떠벌림 효과'



Profess Effect, “공언 효과”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결심이나 의지를 드러냄으로써 주변 사람들의 지원은 물론 매번 찾아오는 유혹과 나태함으로부터 스스로를 통제하게 되는 효과다. 새해면 으레 세우는 다이어트, 금연, 자기계발 등의 목표를 공언하는 것이 그 예다. 발행글 수를 높이고, 내가 염두에 둔 독자들이 읽을 만한 글들을 써 내기 위해 양적으로 승부를 보는 것. 모바일 플랫폼에 맞는 콘텐츠도 생산해내는 걸 목표로 글을 계속 써보려 한다. 주 5편 이상의 글, 편마다 5매 이상의 분량으로. 글을 국수 뽑듯 뽑아내 보자. 여러 가지 얕은 시도를 더해가며 글이 아닌 습관을 다듬어 가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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