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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월 Apr 24. 2020

나는 '야한' 장애인이고 싶다

『희망 대신 욕망』같이 읽기 1


『희망 대신 욕망』, 김원영, 2019, 푸른숲

(이 책은 2010년에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라는 제목으로 처음 출간되었다.)




11.

네 주제에 남들 하는 대로 다 하려고 살려고 욕심내면 안 된다.

파괴적이고 덧없는 욕망을 추구하기보다, 숭고하고 은혜 넘치는 인간적 삶이 실존할  있음을, 욕망의 악다구니로 경쟁하는  시대에  줄기 빛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 사람들은 산골짜기에서 아무런 자원도 기회도 없이 평생을 보낸 중증장애인의 삶에서 그와 같은 희망을 발견하기를 기대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내가 말하고자 한 바는, "네 주제에 남들 하는 대로 다 하려고 살려고 욕심내면 안 된다."라는 말을 직간접적으로 들어온 사람이라면, 이 세속적이고 덧없는 욕망을 품어보는 일이야말로 전복적이고 저항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바로 그 "모든 것을 다 해본 후에 삶이 덧없음을 깨닫는" 일이야말로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고르게 배분되어야 할 귀중한 삶의 기회가 아닌가?







며칠 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최근 '장애학의 도전' (김도현, 오월의 봄, 2019)을 읽으면서 김원영 작가의 '희망 대신 욕망'을 함께 읽게 되었다. 장애학의 도전을 먼저 읽기 시작했는데, 희망 대신 욕망을 먼저 완독 했다. 장애학의 도전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완독 전에 브런치 <같이 읽기> 매거진을 통해 발췌독을 해보고 싶다). 저자는 희망 대신 욕망의 11페이지의 한 구절처럼 한 인간의 욕망하는 삶에 대해,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은' 장애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평소 비장애인의 눈으로 장애인을 보았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는 간접적으로나마 장애인의 눈을 통해 비장애인을 비춰보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한번쯤 장애에 대한 자신의 시선을 돌아보고, 자신에게 익숙한 삶의 풍경에서 조금 벗어나 다른 삶도 상상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혼자 살 수 있는 사람은 없고, 모두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21.

나는 이제 ‘야한’ 장애인, 뜨거운 인간이 되고자 한다.

나는 이제 ‘야한’ 장애인, 뜨거운 인간이 되고자 한다. 내 피는 지금 이 순간도 세상과 죽을힘을 다해 싸우고, 사랑하고, 그 속에서 함께 살라고 부추긴다. 절대로 ‘싸가지 없이’ 굴지 못했던 미약한 존재들, 세상에서 영원히 찾아주지 않을까 봐 자신을 숨겨야 했던 존재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것조차 쉽게 할 수 없었던 존재가 이제 감히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40.

전통적으로, 유약한 신체를 가진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상처에 관대한 마음가짐이 아니었던가.      




49.

열다섯 살이 되어서야 나는 초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몸 상태가 어느 정도 안정되었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강해졌을 때였다. (...) 시험장은 서울의 한 중학교였다. 긴장한 마음으로 서울에 올라온 나는 난생처음으로 학교 교실에 들어가 보았다. 내가 앉은 책상에는 아이들의 낙서가 가득했다. 누구랑 누구랑 사귄다더라, 연예인 아무개가 제일 멋지다 따위의 글이 혼란스럽게 적혀 있었다. 나는 그 내용을 찬찬히 읽었다. 정돈되지 않고 정신없는 세계, 그렇지만 무엇인가 다양한 자극으로 가득한 세계, 아이들의 상상력과 욕망, 질투, 자유와 억압이 뒤얽힌 세계. 그것이 바로 병원과 고향마을을 제외한 ‘진짜’ 거대한 세계와 나의 첫 번째 만남이었다.      




51.

공식적으로 장애인이 된다는 것은 사회적인 추락, 투병 과정에서의 실패 그리고 세계의 바깥으로 밀려남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또한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비정상의 굴레를 뒤집어쓰는 것이다. 휴대폰 요금을 30퍼센트 할인받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추락시킬 사람은 많지 않다. 같은 이유로 나의 부모님도 당연히 내가 장애인으로 등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장애인이 된다는 것은 부모가 결국 이 아이를 포기했다는 의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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