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수의사 야화 Nov 08. 2021

설악산 대청봉 산행

설악산 대청봉 산행


글사세에 일주일에 한번 조금은 강제적으로 해야 되는 환경설정이 되고 나니 평일 팽팽 놀고 나도 주말이 가까워지면 예전엔 신이 났건만 지금은 약간 머리 회전을 위해 머리 속은 항상 윙윙 돌아가는 느낌이 난다. 뭘 쓰지 뭐가 재미있을까? 한참을 생각하다 내가 이렇게 특별한 일이 안 생기는 인간 이였나? 이러다 늙으면 독거 노인 될까 염려도 해본다.  가끔 싱글인 대학 동기 한데 전화가 오는데 집을 안 사두고 벼락 거지가 되어서 늙으면 폐지 줍거나 고독 사 할 수 있으니 자주 확인해 주자고 한다.  폐지 노인 얘기에 한참을 웃었다. 요새 줌 미팅이 유행이니 각자 마꼴리나 두꺼비 놓고 술 한잔 하자고 한다. 

오늘 저녁까지 뭘 쓸까 고민하는데 글사세 단톡방에 산행 얘기가 나온다. 그러고 보면 글사세 3기는 참 캐릭터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 많다. 글을 쓰기 위해 매주 산행을 하는걸 보면서 나도 글쓰기 위해 뭔가 해 볼일이 없을까? 뜬금없이 놀라운 일을 벌이고 싶기도 하다.


산을 가 본적이 언제일까? 문득 설악산이 생각났다. 말로만 듣던 대청봉을 2019년 가을, 사진작가인 지인 언니랑 1박 설악산 산행을 계획했다. 언니는 산행 베테랑이라 난 그냥 열심히 따라 가기로 했고 운 좋게도 대청봉 아래 산장 예약이 되었다. 밤하늘 별 사진을 찍고 별을 볼 생각에 언닌 먹을 것과 사진기를 무겁게 챙겨왔다. 나는 나름대로 단풍 산행에 맞게 1박 산행에 맞게 가볍게 짐을 챙겼건만 막상 짊어져 보니 엄청 무거웠다. 내 나이엔 잘 생긴 짐꾼이 있어야 되건만 먹을 양식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짐 무게만 조정을 했다. 

새벽 6시 동서울 터미널에서 언니를 만났고 설악동 어딘가 중간 지점에서 내린 것 같았다. 날씨는 아름다웠고, 짐을 무거웠고, 조금만 올라가도 심장을 터질 것 같았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산 중턱을 넘어서니 그 전경은 심장을 펑 뚫고도 남을 풍경이었다. 짐을 줄이기 위해 조금만 가다 먹은 간식들, 사진을 찍기 위해 일부러 더 자주 섰던 순간들. 매 순간 순간이 찬란함을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8시간 이상 올라가고 대청봉 아래 산장에 도착 했다. 짐을 맡기고 대청봉 일몰을 보러 올라가는데 붉게 물들어가는 노을 펄럭이는 등산 잠바, 어떻게 하면 더 멋진 포즈가 나올까? 그냥 대청봉은 설악산은 그냥 심장이 뛰는 그런 단어였고 내가 본 풍경들은 나 대청봉 다녀온 여자야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조금 재미있었던 일화 하나는 난 산장이란 곳에 처음 자 보았는데 담요를 나눠주고 여자 방은 따로 있고 군대 내무반 같은 곳이었다. 우린 새벽 별을 보기 위해 약간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내 곁에 있는 여자가 자꾸 궁 시렁 거리면서 가까이 다가오는 묘한 느낌이 났다.  잠꼬대 일까? 다리도 넘어왔다. 썩 기분이 편하지 않지만 일단 참아 보기로 했다. 드디어 인내심에 바닥이 났고 더듬어 들어오는 손이 있었다. 정신이 번쩍 들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옆에 여자도 벌떡 일어나더니 중얼거리면서 밖으로 나갔다. 곁에 언니에게 얘기했다. 옆에 여자가 자꾸 더듬는 것 같아요. 우린 잠이 깨였고 별도 볼 생각이라 밖으로 나가면서 산장 지기 에게 고발을 했다 이상한 여자가 있다고. 그런데 알고 보니 그녀는 혼자 산행을 왔고 옆에 팀과 술을 마시다가 많이 취한 것 같다고 했다. 취해서 그런걸 알고 나니 안도감이 생겼다. 언니랑 사진기를 챙겨 나갔다. 별을 찍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데 셔터를 열고 꽤 오랜시간 있었다. 이렇게 많은 별들이 내린걸 본 적이 언제 였을까? 까만 밤하늘에 빼곡히 박힌 별들, 사진 작가답게 언니는 별 사진 찍는걸 좋아했고 좋은 작품을 가지고 있었다. 가을 새벽녘은 꽤 추었고 아쉬운 별을 뒤로 하고 꿈나라로 별을 만나러 떠났다. 


다음날 아침 곁에 있는 여자는 대학생 정도의 어린 친구 였고 혼자 짐을 싸는데 자기보다 더 큰 짐이었다. 산행 전문가 느낌이 났다. 어제 술이 너무 많이 마시고 넘어져서 얼굴에 상처 및 입 주변이 약간 찢어진듯 해서 우린 챙겨온 반창고를 건넸다. 

젊음이 좋긴 좋다. 혼자 산행 오고 술도 잔뜩 먹고 넘어져 살도 찢어져 보고 아마도 나 같으면 아마 몸 져 누울 컨디션 같이 보였건만 짐 챙겨 하산 한다고 먼저 인사를 하고 떠나는 그녀를 보면서 산행의 아름다움을 느껴본다. 늦은 단풍 이였지만 노랗고 빨간 단풍들을 내 눈에 내 맘에 넣었다. 곧 다시 오리라 생각했건만 빠르게 시간이 흘렀다. 설악산, 대청봉 다시 가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주말 일상 생활- 단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