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다. 이 키다리 친구는 1학년 첫 수업 본인 소개에서 동물과 식물을 더 알고 그들과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애완동물학과에 진학했다고 했다.
식물과 더 행복하게 라는 표현을 써서 인상적 이였다. 어느 날 수업 중에 흥이 났는지 노래 부르듯 흥얼거리길래 물어봤더니 본인이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했다. 그게 무슨 병인지 물었더니 일종의 자폐증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눈치가 좀 없는지 그다지 표시 나지 않아서 잘 몰랐었다.
새학기가 시작되었고 몇 일전 수업을 끝낸 후 후다닥 점심 먹고 밀린 일이 있어서 식당으로 뛰어가던 중 이였다. 키다리 친구가 퍽 나타나더니 “교수님 나랑 같이 밥 먹어요~~” 라고 말했다. 학생과 둘만은 밥을 먹지 않았지만 너무 생각지도 않은 요청은 거절하기 힘들었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 키다리 친구는 아스퍼거 증후군 증상과 자신이 어떤 상황이 닥치면 얼마나 긴장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있게 된 건 가족들이 항상 그 자리에 있어 주기에 가능하다는 얘기를 한다.
이 친구와의 대화가 점점 재밌어 진다.
이 친구는 자신을 식물과 동물, 세상 공부를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역사 지리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고 식물 또한 박사급이다.
특수동물을 키우는 교실에는 식물도 많다. 분 갈이를 할 예정이고 나랑 같이 분 갈이를 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쉬는 시간을 이용하기로 했다. 우리 학교에 특수동물을 키우는 교실엔 여러 동물들이 많다. 나는 수의사지만 뱀은 무서워한다. 심지어 지렁이도 무섭다.
분갈이 하는 탁자 바로 옆에는 비단뱀 두 마리가 위 아래층으로 사이좋게 살고 있다. 이 친구가 흙을 가지러 간 사이 난 뱀을 구경하고 있었다. 자는 듯이 보이는 두 마리를 넉 놓고 보고 있는데 “오빠 왔어! 오빠 왔어! 라는 말이 들려왔다. 이 교실엔 나 밖에 없는데 뱀이 얘기를 하는 건가? 너무 무섭고 놀라웠다. 범인은 누구일까? 바로 금강 앵무새였다. 대각선에 있는 말하는 앵무새. “오빠 왔어”를 반복하며 신나게 반기는 모습이라니
분 갈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흙을 덮는 동안 식물을 잡아 주었다. 물주는 방법을 물어보니 흙아래로 막대를 꼽고 1/3이 말라 있을 때 물을 줘야 뿌리가 섞지 않는다고 했다. 맘대로 물을 줘서 다육이를 다 죽여 버렸던 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식물도 그 상태를 알기 위해 막대를 넣어 체크를 하는구나.
졸업 후 좋아하는 식물로 창업을 하면 나에겐 좋은 식물을 골라주겠다고 했고 나는 행복한 식물을 달라고 미리 주문을 넣어두었다. 어떤 식물이 올지 궁금하다. 나는 분명 햇빛과 물을 잘 주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