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허리병이 나고 응급진단으로 책상에 앉아 있는 거 금지라는 자가진단후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바람부터 다른 제주도는 참 좋다. 연말부터 오고 싶었는데 차일 피일 미루기만 했었다. 그런데 그냥 비행기 티켓 끊고 오면 되는 곳이었다.
계획하고 떠난 것이 아니었기에 유명 관광지는 나름 가보았기에 언니 랑 나는 지도를 펴고 서로 속으로 어느 곳을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나름의 계획을 그려보았다.
그때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제주 수선화가 제철이라고 했다. 검색의 여왕 단호박 언니의 폭풍 검색으로 한림공원이 선택되었다.
서둘러 아침을 먹었지만 외계인 방앗간 빵집에서 요것 저것 군것질 거리를 샀다.
네이버 블로그에는 두어 시간 산책하기 좋다고 나와 있다는데 언니 랑 둘러본 한림공원은 우리에겐 반나절을 다 잡아먹을 정도로 좋았다.
1971년에 창립자인 개발자가 워싱턴 야자나무를 심고 있는 흑백 사진을 시작으로 지금 그 야자나무는 하늘 꼭대기를 처다 보아야 그 끝이 보일 정도로 자랐다. 공원안에는 석회동굴, 공작, 타조 등과 같은 동물들, 열대식물과 선인장, 분재와 돌까지 모아둔 박물관은 하나하나에 정성이 들어가 있어서 참으로 놀라웠다.
우리 돌다 제일 좋았던 곳으로는 지금 이 순간에 제일 맞는 수선화였다.
그 중에서 금잔옥대수선화 그 향은 난생 처음 맡아보건만 나를 취하게 했고, 나르시시즘 이란 꽃말처럼 아름다웠다. 더구나 딱 지금 시기에, 이 순간에 왔기에, 전 날은 비가 왔었고 다음날이라 아마도 향이 더 짙었음이라. 요리 찍고 저리 찍고, 둘이 찍고 꽃 속에 묻혀서 찍어보고 둘이라서 더 재밌는 시간이다.
카르페디엠은 포도 농부가 좋은 포도주를 위해 언제 포도를 잘 따야 하는지 항상 살피다가 가장 적기에 따는 것이 카르페디엠이라고 알고 있다. 가장 적기를 맞추려면 항상 살펴보고 노력하는 삶이리라. 나 또한 이 시기에 수선화를 만났기에 그의 아름다음과 향기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둘이라서 단호박 언니랑 둘이라서 더 좋았다.
이호테우 해변 근처엔 도두항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내 눈에 보인 건 갈매기 한 마리가 바닷돌에 앉아 있고 나머지 무리들은 해변에 쫘 악 앉아있었다.
“언니 제는 왕따 조나단 인가 봐. 먹이를 구하는 게 아니라 비행술을 연구하는 거지!”
“사진의 제목은 왕따 조나단, 영어제목은 Jonathan Livingston seagull a story 맞지?”
“머라구? 시골 조나단? Seagull 이 언니에겐 시골로 들리다니”
언니는 풍경 제목이 “시골 조나단” 이라고 우겼다.
각자 다른 눈으로 같은 풍경을 보는 것, 아름다운 풍경을 같이 바라 보는것
이것이 사람사는 재미인 것 같다.
제주도 자주 갈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