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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수의사 야화 Aug 30. 2022

버킷 리스트 중에서

주말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도 요새 트랜드는 방콕인지라 강의 준비 겸 자료 정리를 하고 나니 목이 뻣뻣이 아파왔다. 어제는 붙이는 파스를 목주변으로 꽉꽉 눌러 붙이고 일찍이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서 파스를 때어보니 붉게 얼룩덜룩 알리지가 생겼다.

목주름도 무서운데 붉은 알러지는 깜짝 놀랄 일 이였다.


약상자와 집안 곳곳을 뒤져 보았지만 굴러다니는 연고도 많건만 웬일인지 알러지에 바를 스테로이드 연고가 하나도 없었다. 큰 결심으로 옷을 걸치고 약국 까지만 가야지 하면서 나간 길에 가민 시계를 차고 나갔다. 파스를 바르고 피부가 이상하다고 목청껏 얘기해 봤지만 약사는 나 몰라라 못 들은척한다. 연고 하나를 사서 애써 약국서 발라본다.

 

너무 큰일을 하고 나니 임수 완수와 같은 자신감이 몰려온다. 이 참에 약간 산책이나 가볼까?

오늘 코스는 우리 귀염둥이 개 사랑이와 자주 갔었던 비밀코스. 우리만 알고 남들은 알려주기 싫은 좋은 느낌의 코스이다. 남산 국립극장을 갈수 있는 단거리 코스이다. 엉덩이를 씰룩씰룩 꼬리를 똥글똥글 말아 올리면서 가벼운 발걸음을 뛰던 사랑이의 뒷모습이 지금도 그냥 그 자리에 있는 듯하다. 혼자는 오랜만에 이 길을 걸어본다. 추억 이란 건 그래서 좋은가 보다. 혼자 걸어도 그 길에서 만나는 기억들로 행복하니까.


버킷 리스트에 언니들은 거창한 계획도 들어있고 안 가본 멋진 나라들이 많이 들어 있었다. 

문득 나의 버킷 리스트에는 내가 가본곳들 중에 정말 좋았던 곳 그곳들이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 진다. 나이가 달라지니 다른 느낌이 들려나 싶기도 하다.


그중 첫번째는 우리 개 사랑이랑 많은 시간들은 보냈던 서울대학교 후문 호암교수회관 근처에 다시 이사 가서 살아보고 싶다. 주말이면 서울대 넓은 운동장까지 뛰어가서 사랑이 목줄을 풀어놓고 맘놓고 드넓은 잔디밭은 뛰놀던 생각, 그러다 개똥을 등에 골고루 묻히고 온일, 물론 집에 와서 언니한데 거금 5만원을 주고 목욕을 주문했던 일 나는 아마 개똥이 무서웠나 보다. 


두번째는 연어때가 거슬러 올라오는 걸 보려고 그때에 맞춰 알래스카를 여행 한일, 진짜 연어를 확 낚아채는 곰을 코 앞에서 본거, 큰 빙하가 둥둥 녹아 떠내려 오던 바다, 멋진 고래때들


세번째는 빙하를 보러 떠난 노르웨이에서 생각지도 못한 뭉크를 만난일. 오슬로는 참으로 멋진 도시였고 뭉크 박물관에서의 그림들, 뭉크의 절규는 정말 절규스러웠다. 문외한인 내가 봐도 그는 천재였던 것 같다.


나는 오늘 산책길에서 나의 버킷 리스트에 3가지를 적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단호박 언니 랑 또 같이 가보면 지금은 어떤 느낌일까? 참으로 궁금하다. 

옛추억을 얘기하고 새 추억을 덧붙여 오는 거 그게 행복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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