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아이를 위한 거리1
둘째 아이가 막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몇 개월이 안 되었을 때다. 둘째 아이는 코로나 19로 인해 등교 수업과 원격 수업을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생활 리듬이 엉망이 되어갔다. 어쩌다 등교라도 하는 날이면 새벽에 일어나 학교에 가야했기 때문에 집에 오면 피곤해하기 일쑤였다. 인근 일반고를 추천했지만 둘째 아이는 자신이 가고 싶은 학교를 먼 거리의 통학을 감수하며 입학했다.
한두 개월은 생활 리듬에 적응하는 과정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서너 개월이 넘어가자 서서히 여러 걱정이 들었다. 둘째 아이는 공부에 집중하는 것 같지도 않고, 의욕도 없어 보였다. 나는 시간을 내어 남편과 둘째 아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아이가 뭔가 헤매고 있고, 자신의 위치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아이의 행동 습관과 성격을 분석하며 최대한 해법을 찾으려 노력했다.
우리 부부가 내린 해법은 이런 식이었다.
‘지금 우리 **가 자기 생각을 자기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왜 공부하는지에 대한 동기나 의지가 없는 것 같아. 근본적으로 아이 스스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느끼게 해주어야 해.’
그리고 둘째 아이에게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는 거다.
‘바뀌어도 좋으니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대학 전공, 그리고 현재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를 생각해보고 이야기해보자’
우리는 둘째 아이에게 일정한 시간을 주고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는 나름 진지하게 자기 생각을 스크립트까지 써가며 정리해 말했다. 현재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 왜 그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지금 무엇이 부족한지 등….
하지만 그 마음이 행동으로 이어지고 계속 유지되게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얼마 전 전학을 결정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지만 부모로서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큰아이의 친구 A 엄마는 아이가 고1이 되었을 때 방황하는 아이를 지켜보다가 학원을 모두 관두게 하고, 그 시간에 하고 싶은 것이 뭔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한다. A는 농부가 되고 싶다고 말했고, A의 엄마는 지인 농장에 부탁하여 아이가 1학년 방학 동안 농사를 경험하게 했다. 보통의 엄마는 공부가 하기 싫어 그냥 해본 이야기가 아닌가, 혹은 일반적이지 않은 아이의 선택을 그대로 하게 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했을 거다. 하지만 A의 엄마는 아이를 믿고 그 선택을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었다. A는 현재 농업을 전공하여 농사짓는 사람이 되겠다는 계획으로 관련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다.
정말 나는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너무 아이를 미숙한 존재로만 생각하고, 어떤 문제가 생기면 해법을 같이 찾아 줘야 된다고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건 아닐까?
아이의 방황과 선택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꼬리를 물며 심란하다.
아이의 인생에서 엄마는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거리를 가져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