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교감은 TV를 타고
우리 부부는 일로 정신없이 바쁜 일주일을 보낸다. 그러다 보니 주말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걸 택했다. 주말 아침 TV 보며 함께 뒹굴뒹굴하는 것이 우리 부부의 휴식이다.
우리 가족이 애청하는 TV 프로그램 시간에는 모두 그 시간을 함께하기로 약속이나 한 듯 기다린다. 곧 20대를 바라보는 Z세대 아이들이 여전히 함께해주고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가족들 서로의 다양한 반응을 보는 게 재밌어서이지 않을까? 혼자보다 함께 보는 게 재밌다는 것을 우리 가족은 어느 순간 알게 된 것 같다. 혹 누군가 중요한 일로 함께하지 못할 때는 다른 가족도 보지 않고 기다리다가 VOD(지금은 OTT 서비스)로 보는 것은 우리 집의 규칙이다. 시리즈물일 경우 그다음 내용이 궁금하여 인터넷을 통해 약간의 정보라도 확인하면 순식간에 배신자(?)가 된다.
일반적으로 TV 프로그램을 많이 보는 것은 교육적으로 좋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 부부도 아이를 기르는 부모로서 우리가 너무 TV 보는 시간이 많다는 반성을 해왔다.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TV가 우리 가족을 돈독하게 해주는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가족이 함께 봐도 교감이 없거나 대화가 없다면 TV가 가족 소통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거다. 그러나 가끔 TV 예능에도 의미 있는 포인트가 있고 우리가 만나보기 힘든 다른 누군가의 감수성을 상세하게 느낄 수 있는 지점이 있다. 그 지점을 가족 중 누군가 반응해주면 잠시 집중하여 생각해보기도 하고 의미 있는 간접 경험을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자라는 아이들과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소재를 꾸준히 만들 수 있다.
다만 이 모든 것이 좋은 프로그램이니 함께 보자는 식의 강요보다는 각자의 취향을 저격할 만한 프로그램을 찾아 자발적으로 함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 모두가 TV 프로그램을 스스로 기대하고 그 시간을 기다리게 하는 거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가족은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그 모든 것이 처음부터 계획된 건 아니었다. 아이들이 10대 중반이 되고 나서부터는 때로는 아이들이, 어떤 날은 내가, 가끔은 남편이 제 나름의 방법으로 함께하도록 만들고 있다.
가족과 함께하는 TV 프로그램은 어쩌면 그 내용보다는 보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자신의 편안함을 극대로 올리며 추임새를 맘껏 쏟아 낼 수 있는...
소파에서 뒹굴거리며...
서로 기대며...
서로 싫어하는 장면이 나오면 뒤로 숨고...
바보같은 표정으로 서로 놀릴 거리를 주며....
그 순간의 공기를 즐기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