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듯 우울한 듯
새해가 밝았고, 나의 마지막 대학교 겨울 방학이 시작 되었다.
다음 상반기를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느끼는 한편, 공백 기간을 메꾸기 위해서 꾸준히 인턴이나 알바 자리를 지원하고 있다.
사실, 인턴까지는 몰라도 알바 정도는 당연히 될 줄 알았다. 적은 수를 뽑는 자리이긴 했지만, 전공과 관련이 있는 업무였고, 인터뷰도 망쳤다고 느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탈탈탈.
나름 평이하고 무난하게 소소한 실패를 겪으며 지내오기는 했지만 요즘처럼 인기 없는 때가 또 있었나 싶다.
겨우 알바 자리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는 것에서 오는 안타까움도 있고, 동시에 붙은 사람보다 대체 내가 부족한 것이 뭔지 궁금한 미련도 생긴다.
원래도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면서 그나마 있던 자존감 마저 사라지는 느낌이다.
그 전에는 다른 건 몰라도 내 자신이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생각 정도는 있었는데......
그걸 보여줄 기회조차 안 주어지니 잘 모르겠다.
눈에 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 것을 좋아하고, 조직에 조화롭게 녹아드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데 그런 것이 취업 시장에서는 먹히질 않나 보다.
너무 많은 탈탈을 겪다 보니 웬만한 곳이 아니고서야 떨어져도 별 느낌도 들지 않는다.
그래서 괜찮은가 싶다가도, 그래도 밤에 자기 전에 한두번씩 곱씹어 보면 다시 우울해지고.
뭐라도 또 지원해 보기 위해 이것저것 뒤적거리며 스스로를 다독여봐도 뭔가 허탈하고 동떨어진 느낌에 동기부여가 영 되지 않는다.
방학이 되면 하려고 이것저것 세워 놓은 계획들도 많았는데, 다 하기가 싫다.
어휴.
점점 한숨만 깊어지는 것 같다.
언젠가 이 길이 부디 내가 원하는 길로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지쳐가는 심정을 잘 가다듬고, 적어도 주말이라도 마무리를 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