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 중반
젊다고는 할 수 있지만 더 이상 어리다고는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미래를 상관치 않고 그냥 도전할 수 있었던 때가 어릴 때라면, 요즘은 매사에 3년 뒤, 5년 뒤가 걱정이다.
보험비를 본인이 지불해야하는 지도 모르던 때가 어릴 때라면, 지금은 도저히 감당이 안될 것 같아 두렵다.
엄마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두렵고 든든했던 때가 어릴 때라면, 현재는 늘어가는 그들의 주름살이 안타깝다.
어떻게든 될 거라는 마음가짐으로 아무 생각이 없었던 때가 어릴 때라면, 더 이상은 모든 문제를 방관할 수는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어릴 때는 어리다는 게 너무 싫었다.
자유가 없는 것 같았고, 학교와 학업이라는 틀이 평생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얼른 어른이 되어서 원하는 걸 사먹고, 입고, 놀 수 있는 시기가 오길 바랐다.
성인이 되고도 몇년이 지나기는 했지만 지금도 나를 "어른"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아직은 그렇게 성숙해지지는 못한 것 같다.
단지, 옛날의 소원대로 원하는 것 쯤은 혼자 사먹을 수 있고, 학생 때에 비하면 할 수 있는 일도 놀이도 많아졌다.
하지만 이런 자율성이 꼭 좋지만은 않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이전까지 날 옥죄어 오던 덩쿨은 느슨해졌지만 그와 동시에 갑자기 여태까지 날 지탱해주던 것들이 사라져 버렸다. 혼자 서 있으며 균형을 잡기 위해 내 스스로 기준을 정하고 모든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어렸을 땨와 달리 이제는 더 이상 나이 드는 게 기대되지 않는다.
나보다 더 빨리 늙으시는 부모님을 보면 시간이 제발 멈췄으면 좋겠다.
날 설 수 있게 해주던 그들의 간섭이 사라졌을 때 난 과연 넘어지지 않을 수 있을까.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그 노쇠한 줄기에 영양과 물을 주며 보살필 수 있을까.
아직까지도 변하지 않은 점은 끊임없이 늘어나는 질문들인 것 같다.
언젠가는 그에 대한 만족할 만한 답변을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이가 드는 것이 다시 기대가 되는 인생을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