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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a May 23. 2020

유튜브를 이긴 브런치

글은 힘이 세다.

엄마, 내가 유튜브 보는 게 싫지?


얼마 전 온라인 개학으로 유튜브라는 굳게 닫힌 문이 열린 아이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아이와 남편은 내 글을 지지하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최고의 독자인데 이 글을 읽은 후 아이는

“이건 별로 재미없네. 그 전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어.”

라며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 무심한 반응을 보였다. 며칠 뒤 퇴근 후 함께 저녁을 준비했는데 그 날은 날씨가 꾸물꾸물해서 함께 반죽을 뜯어 수제비로 저녁상을 차렸다. 수제비를 먹다가 아이가 그런다.

“엄마, 내가 유튜브 자꾸 봐서 싫지?”

“응... 싫은 건 아니고 음...... 걱정이.... 되는 거지....... 유튜브도 좋은 거 엄청 많잖아.”

라며 마음과는 다르게 쿨한 엄마인 듯 용감하게 이야기했다.

“그렇지. 그렇긴 하지. 그런데 결심했는데 유튜브 줄이고 이제 다시 책 보려고.”

띠용~~~ 정말? 와~~~~~ 이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유튜브가 재미는 있는데 시간이 좀 아깝더라. 책도, 유튜브도 똑같이 재미있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꾸미고 마음대로 상상도 할 수 있는 건 책이 훨씬 큰 거 같아. 그리고 또다시 읽어도 재미있으니까.”

“정말?”

“응, 유튜브는 사촌언니가 오거나 엄마, 아빠 있을 때 하려고.”

이 반응은? 딱 원하는 정답에 가까운 교과서적인 반응인데? 과연 이 결심이 잘 지켜질지 모르는 일이지만 이렇게 이야기해 주니 어찌나 고맙고 안심이 되던지. ‘닦달하지 않기를 잘했어. 믿고 이야기 나누며 기다리기를 잘했어.’라며 내심 스스로를 칭찬해 본다.



미래의 유튜브는?


유튜브의 순기능 역시 모르지 않는다. 게다가 아이가 자라 주 활동을 하게 될 미래 사회는 지금 상상할 수 없는 최첨단 사회가 되리라. 어쩌면 아이는 유튜버가 될 수도 있고 이를 이용해 자신만의 세계와 사고를 구축하고 넓혀갈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의 삶을 살아온 내가 모르는 세계가 열릴 것이다. 그 역시 모르지 않기에 무조건적인 차단과 억압보다는 믿고 기다리며 스스로 조율하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소중하다고 생각이 된다.


지금껏 스마트폰을 쥐어주진 않았지만 얼마 후면 결국 아이 손에 내 손으로 스마트폰을 쥐어주게 될 테고 그 후 통제와 억압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때 조금 더 유연하게, 도구로서의 기기 사용이 가능하다면, 또한 필요한 순간, 긍정적으로 유튜브를 이용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긍정적인 모습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대화와 소통.




격한 감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소통이 어렵다면 글을 써서 정제된 감정으로 정리된 글을 서로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구나 싶다.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비밀일기도 함께 써보고 싶고 지난 겨울부터 쓰기 시작한 엽서 쓰기도 꾸준히 하고 싶다. 그리고 아이가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을 쓰도록 독려도 하고 싶다. 그 속에서 우리가 말로 다 하지 못한 이야기가 뿌리를 내리고 싹이 트고 꽃봉오리를 피어갈 것이라 믿기에....


지난 겨울부터 딸에게 쓰기 시작한 엽서들. 꾸준히 오래오래 써야지.




‘유튜브 그만 봐’라는 격한 말보다 브런치 글을 읽은 아이의 반응이 더 긍정적이었던 것처럼 글로 나누는 이야기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알게 되었다.


유튜브를 이긴 브런치


이래서 글을 쓰는 거구나.
이래서 글이 좋구나.
이래서 글은 힘이 세구나.
이래서 글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구나.
이래서 브런치를 하는구나.


엄마의 글을 읽으며 감정을 읽어주고 그 감정에 이입해 준 딸, 정말 고마워. 아직은 진행형이라 앞으로 또 어떻게 변화해 갈지 모르지만 매 순간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현명한 엄마이길, 내 안의 미성숙한 욕심쟁이 아이가 튀어나와 내 아이를 무조건 통제하며 괴롭히지 않기를, 그 순간마다 글로 마음을 가라 앉히고 아이와 함께 할 수 있기를, 그렇게 꾸준히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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