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ra May 17. 2020

온라인 개학, 유튜브 알고리즘에 눈뜨다.

COVID-19 ‘때문에’ 알게 된 유튜브 알고리즘

그 시작은 온라인 개학이었다. COVID-19로 1월부터 겨울방학 중이던 학교는 결국 문을 열지 못하고 몇 차례 개학이 연기되었다. 그러다 4.20. 온라인 개학으로 드디어 학교가 문을 열었다. 컴퓨터 속 학교라니...... AI시대에 그럴듯한 멋진 타이틀의 개학이었다. 역시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IT 강국, 멋지다.




때문에? 혹은 덕분에?


남편도, 나도 부랴부랴 출근하고 나면 아이는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노트북을 켜 학교 출석을 하고 수업을 들었을 터이다. 그 수업 중에는 선생님이 직접 제작한 콘텐츠도 있었으나 몇몇 콘텐츠는 유튜브와 연결되어 있었다. 기기, 매체에 엄격한 나는 아이에게 컴퓨터, 스마트폰과 유튜브를 알려준 적도, 손에 쥐어준 적도 없었다. 굳이 그런 매체가 없어도 유독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책과 잘 지냈기 때문에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종종 친구들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하는 난해한 상황은 있었다.


여러 날 풀어놓은 수학 문제가 어이없는 실수들로 가득한 일이 반복되었다. 단지 집에 혼자 있으니 집중되지 않았을 거라 치부하고 매일 오늘은 잘해 놓으라는 다짐만 반복적으로 하는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말도 안 되는 어이없는 실수가 가득하여 안 되겠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튜브, 네가 문제였던 거니?


“사실은 유튜브를 틀어놓고 문제를 풀었어.”

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을 들었다.

“언젠가 유튜브를 보다가 시간이 한 시간도 넘게 지난 것을 알게 되기도 했어.”

라고도 했다. 예상하지 못한 말이 아이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게임 중독, 스마트폰 중독, 유튜브 중독이라고 고민해도 내 아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므로 별로 관심이 없었던 엄마가 이런 말을 듣게 되다니...... 수업 중 일부가 유튜브 콘텐츠로 링크가 연결되니 자연스럽게 그 옆 목록들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이렇게 온라인 개학과 더불어 신세계,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눈을 뜨고 자연스럽게 유튜브를 영접하게 된 것이다.


유별난 엄마는 알려주고 싶지 않았던
닫힌 문 너머 저 쪽 세상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마력이 있는 신세계는 내 아이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다만 그동안 엄마의 억척스러운 유별남으로 봉인되어 있던 그 세계의 문이 온라인 수업과 더불어 생각하지 못한 경로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스르르 열린 것이다. 무척 당황스럽기도 하고 사실 화도 났는데 화를 내면 아무 거리낌 없이 천진난만하게 고백해 준 아이를 배신하는 것 같아 깊고 긴 호흡을 했다.

“그래? 그랬더니 이런 일이 생겼네.”

라고 지극히 교과서적으로 차분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기분이 어때?”

물으니 자신도 당황스럽고 기분이 좋지 않다고 했다.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누는데 과연 이렇게 봉인 해제된 세계가 다시 차단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여전히 온라인 수업에 유튜브는 상당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말이다. 심지어 아이는 보고 싶은 콘텐츠를 ‘검색’했노라고 더 놀라운 고백까지 했는데...... 이렇게 전혀 다른 방법으로 아이의 세계가 확장되는 것이구나. 놀라운 재발견이 이루어진 날이었다.


차단인가, 해제인가?


유난스럽게 매체와 기기를 차단한 유별난 엄마에게 상상하지 못한 당황스러운 상황이 어느 날 아무렇지 않게 도래된 것이다. 수업을 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미 눈 떠버린 그 세계를 아이가 혼자 있는 집에서 차단할 수도 없고 어떤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새로운 선택지를 손에 받아놓은 상태이다. 차라리 더 늦게 감당할 수 없게 빠져들기 전 자연스럽기 접하게 된 지금이 다행이라 생각하며 안심을 해야 하는지, 매일 아이를 닦달하며 잔소리를 해야 하는지......  유별난 엄마의 직관적인 감정과 교과서적 이론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하루 30분만 보기(결국 이런 타협을 해야만 하는 것인가?)
매일 사용 시간 반복 확인하기
숙제 잘해 놓기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과연 어떻게 마무리, 아니 진행될지 지켜봐야한다. 이제 시작이니 유튜브 회사가 문을 닫는 일이 생기기 전까지 마무리란 단어는 평생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곧 등교 개학이지만 아이의 학교는 아무래도 등교와 온라인 수업이 병행 될 듯하다. 그렇다면 엄마 없는 혼자만의 온라인 수업은 앞으로도 한동안 진행된다는 이야기고 그에 따라 유튜브 알고리즘의 세계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은 더 깊어질 예정이다. 다음 이야기는 유튜브 전면 차단이 될까? 아니면 긍정적인 도구로서의 유튜브가 될 것인가? 문 열린 유튜브 세계의 차단이 아닌 그 과정에서 무언가 배울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우선 아이를 믿고 더 지켜보기로 한다. To be continue...


매거진의 이전글 슬픔을 마주할 용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