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개학
이른 아침 운동장에 아이들 소리가 났다. 잔뜩 긴장한 모습에 웃음끼 없는 모습이었지만 마스크 너머 작은 소리들이 얼마나 그립고 그리운 순간이었는지...... 텅 빈 운동장에 아이들 발소리가, 아이들 말소리가, 아이들 그림자가...... 그것으로 충분한 날이었다. 물론 걱정과 우려, 두려움, 무서움이 함께 하지만 무척이나 기다리고 그리던 순간이었다.
점심시간에 칸막이 너머 밥 먹는 아이들을 보다가 눈물이 날 뻔했다. 이 아이들도 코로나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첫날의 긴장 탓이었을까? 누구 하나 투정 부리지 않고 밥을 먹는다.
‘먹기 싫어요.’
‘매워요’
하며 투정 부리는 것이 당연한데 말이다. 그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 어쩐지 아이들이 갑자기 부쩍 커버린 것 같아 슬프기도 했다. 코로나는 어른들만 변화시킨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을 이렇게 커버리게 했구나.
한 아이가 소곤소곤 이야기를 한다.
“선생님, 저 마스크 안에서 보면 이 뺐어요.”
얼마나 자랑하고 싶었을까? 울지 않고 씩씩하게 이를 뺐노라고. 그 모습을 먼저 알은체 해 주어야 하는데 정말 멋지고 용감하다고 감탄해 주었어야 했는데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알 수 없었다.
“에잇 나쁜 마스크, 우리 **이 이 뺀 모습을 가려버리다니”라고 하니 까르르 웃는다. 사실 마스크가 나쁜 건 아닌데 나쁜 것은 바이러스인데......
어제는 개학에 대한 걱정과 설렘으로 잠이 오지 않았는데 아이들을 만나니 감사함으로 다시 설렌다. 어쩜 다들 이리 예쁠까, 어쩜 다들 투정 한 번 부리지 않고 밥도 잘 먹을까, 어쩜 이리 마스크를 잘 쓰고 있을까. 어쩜 다들 이리 의젓할까.
화장실에 갈 때도 한 명씩
양치할 때도 한 명씩
밥도 칸막이 안에서 따로따로
책상도 따로따로
놀이도 따로따로
친구와 닿지 않도록 줄도 멀리멀리
코로나 시대는 아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힘들고 나쁜 기억보다는 한 자락 추억으로만 사실은 조금만 마음속에 남았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뻤노라, 행복했노라, 즐거웠노라 추억하며 말할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부디 모두 안전하고 건강하기를......
대한민국 모든 아이들이 제발 건강하고 안전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