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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a May 20. 2020

개학 일주일 전

코로나는 처음이라서

여러 차례 연기되었던 개학이 드디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교실은 다시 아이들 목소리로 시끌벅적할 예정이다. 이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진 상황으로 아이들을 맞이해야 하지만 반드시 아이들을 ‘지켜낼 것’이다. 안전하게 꼭 지켜내야만 한다. ‘부디 모두들 안전하기를, 모두를 지켜낼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매일 기도하고 다짐한다.


떨어진 잎사귀에서조차 새로운 생명을 이어가는 이 아이들처럼 우리의 희망도, 의지도 절대 시들지 않을 것이다.




생활 속 거리두기 형 유치원은 어떤 모습


이전 여러 흥미 영역으로 나뉘었던 교실은 개별 활동  위주, 생활 속 거리두기가 가능한 모습으로 변화되어야 했다. 여러 날 고민을 거듭하다 교구장을 모두 벽으로 밀고 1인 1 책상 형태로 개별 자리를 마련했다. 참으로 어색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유치원 교실의 모습이다. 놀잇감은 매번 소독을 해야 해서 장난감 소독기를 준비했고 분무기 통마다 분무 소독이 가능한 알코올을 가득 채웠다. 상황별 매뉴얼과 지침에 따라 준비를 하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매일 확진자가 나오고 게다가 지역 감염도 꾸준히 나오는 상황에서의 개학이다. (오늘은 심지어 서른 명이 넘게 나왔다........) 놓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아이들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까? 무조건 지켜야만 한다!


놓친 것, 빠진 것이 없도록 매일 둘러보고 점검하고 있다. 그 와중에 공문은 계속 오는데 심지어 어제는 안된다고 한 것이 오늘은 된다고 할 때가 있고 어제는 된다고 했던 것이 오늘은 안된다로 바뀔 때도 있다. 그럴 땐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인데 크게 호흡하며 마음을 가라 앉히고 생각해 보면 누구에게나 코로나는 처음이라 다들 우왕좌왕 어수선하고 정신없어 그런 것 같다. 공문이 오면 시행 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안내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갑자기 바빠진다. 개학이 얼마 남지 않아 손과 마음은 더욱 분주하다.




어제는 강풍에 큰비가 내리더니 언제 그랬냐며 하늘이 맑간 얼굴을 보여준다. 언제 코로나로 힘들었냐싶게 다시 맑간 날이 되었으면


이것 하다 저것 하다 가슴은 여전히 두근대며 안정적이지 못한 상태로 퇴근을 하는데 하늘은 어찌나 예쁘기만 한지. 차를 멈추고 이렇게 저렇게 사진을 찍는데 그 아름다움이 다 담기지 못해 아쉬웠다. 그래, 다시 이렇게 맑간 날이기만 하면 된다. 지금이 힘들다고 앞으로도 매일이 그렇지 않을 것이다. 비가 오고 폭풍이 쳤다면 다음엔 나아질 것이다. 어제 천둥 번개에 폭우가 쏟아졌지만 결국 하늘이 맑간 얼굴을 보여주었듯 바이러스 없는 맑간 날은 오고야 말 것이다. 그때 모두 모여 앉아 오늘의 정신없음과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투지와 시행착오를 추억 삼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마법 같은 일상에 대한 그리움


바이러스로 많은 것을 빼앗기고 잃었지만 또 많은 것을 배우고 일상의 감사함과 미안함을 알게 됐다. 추상적으로 느껴질 만큼 많은 수의 사람들...... 매일 수만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수천 명이 여전히 사망하고 있는 이때에 그들과 나의 일상이 얼마나 마법 같은 축복이었는지를 무엇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다. 부디 마법 같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꼭 다시 돌아오기를 오늘도 간절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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