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백 요리사 시즌1‘을 보고 느낀 삶의 태도에 관한 고찰
삶을 닮은 요리?
1년이나 지나서야 한 때 핫했다던 흑백 요리사를 시청했다. 요리사들에게는 나름의 삶이 있고 요리는 그들의 삶을 닮았다. 태도, 가치관, 철학과 마음 자세까지. 요리가 그럴 일인가?라고 잠시 생각했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 오랜 시간 식재료와 사투하며 고뇌한 그들에게는 그 자체가 한 켜, 한 켜 쌓여 삶이 되었던 것이다. 요리하는 모습 그대로 그들의 삶을 감히 가늠해 보며 나를 생각해 보았다. 허세와 조바심으로 가득한 모습도, 묵묵히 자신의 요리를 해 나가는 모습도, 자신감과 열정, 모두 다 삶을 닮아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권성준 셰프가 편의점 바닥에 앉아 초콜릿을 먹는 장면이었다. 패자 부활전에서 올라왔기에 자신을 다시금 보여줄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찾느라 분주한 그곳에서 여유롭게 초콜릿을 까먹고 있다니……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포기한 건가? 어떻게 저런 여유가 나올까?
그는 말했다. 원래 남을 신경 쓰지 않는 데다가 매일 퇴근하면서 편의점을 돌아다니는 게 취미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자신을 따라올 사람은 없을 거라고.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자신감에서 여유와 안정이 오는구나. 오만이 아닌 자신감. 그건 어떻게 갖게 되는 거지?
(사실은 자신의 밤 퓌레를 냉동하기 위한 시간 동안 냉동고를 지키고 있는 장면이었는데 이 부분을 보기 전까지 굉장히 충격이었다.)
나의 일도 나의 삶을 닮았을까?
나는 어떨까? 28년 동안 같은 일을 해 온 나에게, 나의 일도 삶을 닮아 있을까? 이 생각을 하니 문득 두려웠다. 과연 삶을 담을 만큼의 열정과 애정을 담았을까? ‘오늘 하루를 버티자.’라는 생각으로 그저 견디고만 있었던 날들이 있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인데. 쌓여있는 일에 치여, 밤잠을 설칠 만큼 두렵고 조바심 나는 날들이었다. 다이어리 가득 해치워야 할 일 목록을 적어놓고 하나하나 퀘스트처럼 처리해 나가기 급급한 날이었다. 그 안에 나의 삶이 그대로 담겼겠구나. 그 순간이 한 켜 한 켜 쌓여 삶의 태도와 철학이 되어버렸겠구나 생각하니 씁쓸했다.
삶의 철학이랄 게 그 안에 쌓였을까? 남을 신경 쓰고 눈치 보며 조급해하던 순간? 오만함에 여유로운 척 바닥에 앉아 초콜릿을 까먹고 있는 순간? 허세 가득, 덜어내지 못한 것들을 가득 껴안고 있는 맥시멈 한 순간? 다 있었다. 다다 있었다. 으앙.. 정말 울고 싶다.
삶은 지층과 같다?
지금 이 순간의 반성과 고찰도 한 켜 쌓이겠구나. 이렇게 저렇게 매일이 쌓이는 거구나. 그렇게 쌓이고 쌓여 삶이 되는 거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삶이 지층의 단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엔가는 촘촘하게 빈틈없이, 어느 날엔가는 허술하게 설렁설렁, 가끔은 비바람과 벼락도 맞고, 따스한 햇살 한 줄기도 받고 그렇게 순간순간이 쌓이는구나. 그렇게 그렇게 쌓인 순간이 모여 삶이 되는 것이구나. 지금은 어떤 순간을 지나고 있을까? 허세롭기도, 날벼락을 맞아 지치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층의 단면처럼 아름답다 느끼게 될까? 조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까?
삶의 지층이 어떤 모습일지 모르지만 또 하루를 살아내 본다. 지나간 층을 들여다보며 좌절만 하지 말고 또 한 층을 살아낸다. ’ 나의 일이 삶을 닮았다면 지금부터라도 조금 덜 부끄럽게 하루를 살아보자 ‘ 생각해 본다. 잔에 차가운 물을 가득 채우고 꿀꺽꿀꺽 마시며 용기를 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