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얼룩 고양이

즐거운 츄르타임

by 김힝구


그 전날, 재료소진으로 일찍 마감해 버린 식당 옆에는 굿즈샵이 있었다. 목조건물로 만들어진 그 가게의 외관이 인상에 남았다. 아쉽게도, 그 가게 역시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고양이가 있는 그곳


다음 날, 식당 오픈 시간에 맞춰, 다시 그곳을 방문하니, 굿즈샵도 오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제주를 주제로 한, 작은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전까지 방문했던 굿즈샵과는 제법 다른 모습이었다.

그곳에는 목소리가 예쁜 얼룩무늬 고양이가 가게 입구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고양이의 낮잠을 방해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서도, 괜히 고양이에게 인사하고 싶어졌다. 내 방문이 방해되었는지, 얼룩 고양이는 잠에서 깨어나 몸을 쭉 펴며, 기지개를 켰다. 혹시 사장님께서 고양이를 만지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을까, 고양이를 쓰다듬고 싶은 마음을 누르며 물건에 집중하는 척했지만, 내 온 신경은 고양이를 향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딱히 선물은 하지 말자고 생각했지만, 마음을 끄는 물건들을 보자, 내 지인 몇몇이 생각났고, 곧 내 손에는 그 물건들이 들려 있었다. 사장님께 계산할 물건을 드리며, 그제야 고양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사장님은 제주도에 혼자 왔냐며, 말을 걸어오셨다. 제주도에서 2주 살기 중이라고 말하자, 갑자기 눈을 빛내시며, 맛 좋은 식당과 카페에 대한 정보를 마구마구 주셨다. 그러는 김에 나는 고양이가 너무 예쁘다는 말로 대화를 이어갔다. 사장님께서는 고양이가 애교가 많다며, 만져주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어머! 그래요?!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조심스럽지만 빠르게, 식빵 자세를 취하고 있던 고양이의 궁둥이를 냅다 통통 쳐주었다. 그러자, 고양이의 시크한 표정과는 달리 너무도 예쁜 목소리로 답해주며, 궁둥이를 더욱 높이 치켜들었다.


나를 보러왔냐옹


한참을 계산 중이던 사장님을 뒤로한 채, 나는 본격적으로 고양이와의 시간을 보냈다. 말을 걸며, 그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어 주자, 고양이도 즐거워하는 듯 보였다.

결제를 끝내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가게를 나서며 작별 인사를 했다. 내 마음을 아셨는지, 사장님께서 즐거운 제안을 하셨다. '손님, 고양이한테 츄르 하나 줘볼래요?' 나는 기꺼이 대답했다. '네!'


ppl 아님 주의, 츄르 먹는 고양이


사장님께서 츄르를 꺼내자, 얼룩 고양이는 항상 그곳에서 츄르를 먹었는지, 자연스럽게 가게 앞, 나무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사실, 힝구에게 츄르를 주기 시작한 지, 1주일 정도 되었을 때, 제주도에 내려온 상태였다. 그래서 그런지 츄르를 주는 내 자세가 불편했나 보다. 할짝대며 츄르를 먹던 고양이가 앞발로 덥석 내 츄르든 손을 휘어잡았다.

그러더니, 자기가 먹기 편한 자세로 내 손을 잡아당기는 것이 아닌가! 이 야무진 녀석! 어디서든 야무지게 잘 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의 박력 있는 발짓, 느긋하게 눈을 감으며, 맛있는 간식을 즐기는 얼룩 고양이에게 잠시 심쿵하고 말았다. 나는 고양이의 발이 닿은 손에 기분 좋은 느낌을 담은 채, 다시 제주 여행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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