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도로를 달리다

만난 풍경

by 김힝구


저 멀리 지평선 위로 둥실 떠 있는 구름을 향해 쭉 뻗은 제주의 도로 위를 달리는 기분은 언제나 좋았다. 한참 동안을 달리다 사이드미러에 비친 하늘을 보곤 했는데, 점점 멀어지는 듯하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새파란 하늘에 시선을 빼앗겨 버린 적이 많았다. 대한민국 땅 위의 같은 하늘이라 말하기에는 제주도의 하늘은 남달랐다. 하늘 아래의 에메랄드빛 바다가 무슨 영향을 주고 있는 듯, 마치 바다의 투명한 초록빛이 필터 작용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몰을 앞둔 순간, 태양은 수평선 아래로 가라앉고 있는데, 그 마지막 빛은 구름에 투영되며, 하늘을 향해 점점 더 넓게 퍼져나갔다. 하늘을 붉고도 푸르게 물들이고 있는 그 빛이 보랏빛인 듯, 오렌지빛인 듯, 정확한 답을 내지 못했는데, 순식간에 그 빛이 하늘을 물들이다, 사그라져 버렸다.

파란 하늘은 매일 눈부실 정도로 빛나다가 뜨겁게 식어갔다. 나는 매일 그 도로를 달리며, 마지막 빛을 눈에 담았다. 또 언제 바라볼 수 있을지 모를, 제주 하늘을 기억하기 위해, 서울에서라면 반갑지 않을 운전이 좋았다.


오늘의 노을은 오렌지


내가 본격적으로 운전을 시작한 지는 이제 1년 반 정도가 되었다. 운전할 때면, 그 운전감을 찾는 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가끔 하는 운전은 내 운전 실력을 키우기에는 부족했다. 이번 제주도에서 보낸 시간은 운전을 제법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운전 초보가 말한다면, 누군가는 웃을 수도 있지만, 핸들링의 맛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서울에서의 운전과는 다른, 진짜 달린다는 표현이 맞았던 제주도의 도로는 매 순간 눈이 즐거웠고, 그 시간이 좋았다. 애월읍을 지나 협재해수욕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펼쳐지는 바다의 모습, 잘못 든 길이 좁디좁아 이 길이 진짜 도로인지 의문을 가지는 순간에도, 돌담길 따라 들꽃들이 흔들리던 그 길의 풍경이 운전하는 동안 느꼈던 피로를 사그라들게 해 줬다.


또 언제 제주도의 도로를 달릴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내 운전을 조금은 즐겁게 해 준, 제주도의 도로에서 마주한 풍경들을 이곳에 남겨 추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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