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이유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상 깊게 본 장면이 있다. 자신이 왜 그림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림 그리기가 좋다고 말하는 출연자에게 한 화가가 그 이유를 알려준다. '그림은 너 안에 쌓인 스트레스를 종이에 뱉어내는 거야. 그렇게 스트레스가 덜어진 너는 기분이 좋아지고 그래서 너는 그림을 좋아하게 되는 거지.' 그 화가의 말을 듣는 순간, 어쩐지 내가 글을 쓰게 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유난히 힘들고 버거울 정도로 내 안에 가득 차, 눌러지지도 그렇다고 뱉어내지도 못한 온갖 감정들로 힘든 날이면, 꼭 일기 형식으로나마 나는 글을 쓰게 된다. 한창 힘든 시기를 보내고 난 뒤, 그 당시 썼던 내 노트를 다시 읽어 보면, 초등학생 때보다도 더 꾸준히, 매일 같이 일기를 썼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처럼 나는 글을 통해 내 감정을 뱉어냈다. 그렇다고 그렇게 빠져나온 감정이 내게서 떨어져 나와 그저 버려진 감정의 부스러기는 아니다. 뒤죽박죽 얽혀있던 나의 감정과 나의 이야기가 나의 상황, 혹은 처지와 맞는 글감을 만나는 순간, 그 소재를 통해 나를 온전히 글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게 문자화된 문장들은 나와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게 글로 정돈되는 과정을 거쳐 온전한 글로서 존재하게 된다.
정리하면, 내가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온갖 감정들 속에서 거품은 거둬내고 진짜 나를 찾아내 종이 위에 나를 써내려 가는 것이다.
그때, 내가 어떤 글감을 만나느냐에 따라 글과 내 모습이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어떤 새로운 글감을 만날지 기대된다. 글감은 문득 떠올라 내가 선택할 수도, 선택될 수도 있다. 그 소재가 내 앞에 주어진 순간, 새로운 모습으로 표현될 내가 궁금하다. 이미 내 안에서 수많은 모의실험을 거쳤기 때문일까, 오히려 세상 밖으로 나온 감정들은 쉽게 문자화되어 간다. 이 과정을 마치고 나면 나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나를 정돈 해 놓은 글을 읽으며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기에 나는 글쓰기를 놓을 수 없다. 이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다. 어느 순간 차오르는 글쓰기에 대한 마음은 쉽게 끝나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