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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Apr 04. 2024

집사라면 영광의 상처 하나쯤은

집사 작위를 받던 날


 누군가 지금 너의 고민이 무엇이냐 물어 온다면,

지금... 아니 오늘 내 고민은 우리 집 고양이 힝구의 깨물기라 말하고 싶다.


 그래 집사라면 영광의 상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거지. 그것은 집사의 표식이니까. 하지만 제법 날카로운 힝구의 송곳니와 발톱은 아파도 너무 아프다.


 요즘 내가 하는 고민 중 가장 많은 빈도수를 차지하는 힝구의 깨물기는 사실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었다. 아직 고양이의 언어를 빠르게 읽어내는 능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갑자기 훅하고 들어오는 힝구의 입질에 방어할 틈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나니 이제 무섭기까지 하다.

 고양이에게 체벌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짧고 굵게, 단호한 어조로 수없이 '안돼'를 외쳤고, 무심히 돌아서며 힝구의 행동을 무관심으로 혼내곤 했는데, 이 방법이 이 녀석에게는 도통 통하지를 않는다.


 힝구 너는 이제 힝쪽이야! 쌓이고 쌓였던 아픔과 서운함이 터졌는지, 오늘 아침까지도 나는 힝구와 데면데면했다. 지난 밤, 결국 피를 보고 말았기 때문이다. 힝쪽이 힝구는 그런 내 마음은 전혀 모르는 눈치다. 서운함과 사랑이 비례하게 커져간다. 노랫말처럼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지만, 내 아픈 사랑은 그래도 사랑이 맞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힝구 입질의 역사는 생각해 보니 힝구와의 첫 만남부터였다. 3개월간의 고민을 끝내고 나는 곧 힝구가 될 아비시니안, 그 아이를 직접 안아보기 위해 매장으로 향했다. 장난기 많은 친구라고 힝구를 소개해 주던 사장님이 건넨 힝구를 안아보았다. 오랜만에 반려동물을 안다 보니 어색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작은 힝구의 가벼움에 더 당황스러워 그대로 얼음이 된 내 손가락을 깨무는 힝구, 그 모습에 반하고 말았다. 그렇게 힝구는 진짜 내 고양이가 되었다. 진짜 귀엽구나 너!


 그날부터였을까. 귀여움에 내주던 내 손가락을 넘어 오른팔은 너덜너덜해지기 시작했다. 어! 팔이 왜?... 당황하며 말을 잇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아 저 집사예요. 고양이 집사' 그러면 다들 내 팔 상태에 수긍한다. 이런 당연한 수긍은 고양이기에 가능한 거겠지.


 그래도 귀여움과 깨물기는 별개의 문제다. 금쪽이에게는 오은영 선생님이 계신다면, 힝구에게는 묘(猫)은영 선생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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