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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아 moi May 28. 2024

회사 밖은 맑음

ft. 수박주스

 

 회사 확장 공사로 이번 주 재택근무가 갑작스럽게 결정되었고, 어제 오전에는 회사에서, 오후에는 집에서 업무를 보느라 어찌 하루를 보냈는지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낮에 회사 이외의 곳을 걷는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특히나 오랜만에 그 길을 걸으니, 추억까지 떠올라 묘한 기분까지 더해졌다.


 전에 다녔던 회사와 집 사이는 걸어서 고작 10분. 꼭 퇴근할 때만 걸었던 그 길을 정말 오랜만에 걸었다. 그 길도 분명 지하철역과 연결되지만, 이상하게도 퇴사 후에는 그 길을 이용하지 않게 되었다. 아마도 전 회사건물을 지나쳐 가기에는 혹시나 마주칠 상황들이 어색할까 그랬던 것 같다.


 회사를 나와 법원 방향으로 길을 건너면, 근처에 조성된 공원 덕분에 나무들로 잘 가꿔진 길이 이어진다. 특히 여름이면 햇빛이 나무 사이사이를 투과하여 만든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거기에 시원한 바람까지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는 퇴근을 즐길 수 있었다.


 대표님의 허락하에 이뤄진 이른 퇴근길, 여유롭게 그 길을 다시 걸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내 최애 수박주스 맛집에서 음료를 사 들고 나오느라, 오랜만에 내 동선이 자연스레 그 길로 향하게 된 터였다. 수박주스를 마시며 맞는 시원한 바람과 왠지 땡땡이친 후 얻은 자유시간 같아 더 꿀 같았던 순간이 어우러져 휴식과 같은 시간이었다. 비록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날 업무를 마치기 위해, 다시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지만, 그 길을 다시 떠올렸을 때는, 원래 그런 순간순간의 행복을 다시 떠올리며 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것이 지란 심오한 생각에까지 이르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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