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아 moi May 24. 2024

미용실, 진실의 거울


대한민국 3대 진실의 거울에 대해서 들어본 적 있나요?


 오늘 나는 그중 하나를 만나고 왔다. 지난달부터 계속된 고민을 끝내고 오늘 나는 미용실에 다녀온 것이다.

 주중의 마지막 날, 불금이라 좋지만, 피로가 쌓일 대로 쌓인 퇴근길에 들른 미용실, 그곳에서 마주한 내 모습은 짠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진실의 거울이 있는 그곳에서, 너무나도 진실한 나를 만나버렸다. 젖은 머리가 착 달라붙은 채 의자에 앉아 있던 나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고,

 거울 속 나와 눈이 마주치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거울 속 내 어깨너머 어딘가를 바라보다가, 헤어디자이너의 손길에 눈길을 보내기도 하며 나는 길고 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조명 탓인가?

아! 오늘 너무 피곤했으니 그럴 수 있어!

진실의 거울이라던데 여기 거울은 그리 진실하지 않군.


 세심한 디자이너 쌤의 여유로운 가위질과는 대조적으로 나는 나와 어색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행히 커트가 끝나 갈수록 내 머리에 드라이기로 볼륨이 더해질 때마다 나는 나와 마주하기 편해졌다. 그리고 거울 속 나를 인정하게 되었다. 나였구나.


 다행히 세팅이 끝나고 나자, 평소의 나로 돌아왔고, 완성된 머리는 매우 맘에 들었다. 맘에 드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그 과정이 쉽지 않은 법이지. 다음번에는 마스크 쓰고 와야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한결 가벼워진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봄, 벚꽃,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