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여름 같았던 초봄은 이른 벚꽃의 개화를 예상하게 했지만, 다시 겨울이 찾아온 듯,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한 지역의 벚꽃 축제는 2주 연속 연기되고 나서야, 무사히 축제를 마칠 수 있었다고 한다.
사실 나의 벚꽃 나들이도 쉽지 않았다. 석촌호수를 다녀온 지인들이 전해 주는 벚꽃 사진에 나는 성급하게도 벚꽃 드라이브를 결정했었다. 팔당호 벚꽃길에는 3천여 그루의 벚꽃 나무가 있다고 하니, 조금 이른 감이 있어도 꽃봉오리 정도는 피어있지 않을까?
그러면 그 수많은 벚나무가 모여 봄기운 정도는 풍겨주겠지, 나는 무작정 팔당호로 향했다.
세상일이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거라지만,
함께 한 친구의 어이없다는 핀잔에, 꽃 한 송이라도 찾기 위해 나는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그날 내가 본 건 개나리로 추정되는 꽃 조금과 저 멀리 산 꼭대기에 피어있던, 울긋불긋한 형태의 무언가가 전부였다. 앙상하기만 한 나뭇가지, 어쩜 꽃봉오리 하나도 피우질 못한 거니.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왔지만, 그리 실망스럽지 않았던 건, 다음 주로 예정되어 있는 안면도 여행 때문이었다. 그곳에도 벚꽃길이 있다고 하니, 나는 활짝 피어나 도로를 가득 채웠을 벚꽃길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 전날까지 이어지는 쌀쌀함과 곳곳에서 들려오는 축제 연기 소식에 지난주 팔당호가 떠올랐다.
아.. 또?
역시나 그랬다. 그래도 지난주보다는 곳곳에서 벚꽃을 발견할 수 있었고, 나름 사진 속에 담긴 벚꽃에서 봄이 느껴졌기에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올해 벚꽃 구경은 쉽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서울로 돌아왔고, 집 앞에 도착한 나는 발견했다. 이곳에서 두 번의 봄을 맞이했는데도 이제야 알게 되다니. 벚꽃 명소는 바로 우리 집 앞에 있다는 것을.
차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가는 그 길, 그 어떤 곳보다도 한가득 활짝 피어있는 벚꽃에 다른 곳에서 열심히 벚꽃을 찾았던 것이 왠지 허탈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피어 있는 꽃을 보니, 기분은 좋았다.
어느새 꽃 피는 봄이 와있있다. 그런데 내 봄은 아직인 걸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때가 되어야 피는 벚꽃처럼, 내 봄도 그렇게 오려나. 내 때는 참 여유롭구나. 그러다 생각을 바꿔 봤다. 내가 보지 못한 집 앞의 벚나무처럼 내 때도 지금일지도. 그렇게 매 순간 내가 인지하는 그때가 내 봄이라 생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