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름휴가가 끝이 났다.
너무 오랜만의 쉼이었기 때문일까. 긴장이 풀린 나에게 찾아온 것은 휴식만은 아니었다. 누적되고 있었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고, 그동안 돌보지 않았던 내 몸 여기저기에서 느껴지는 통증으로 인해 휴가가 아닌 요양이 되어버렸다. 결국 원치는 않았지만, 생각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혼자 보내게 되었다. 혼자만의 시간, 내 생각은 멈출 줄 몰랐고, 그 생각의 대부분은 언제나처럼 휴가 이후의 시간에 대한 것이었다.
작년부터 이어진 고민은 끝날 줄을 모르고 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던 생각이 끝이 났고, 결론을 내렸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새로운 변수들에 모든 상황은 리셋되어 버렸다.
한곳에 오래 머물러 있다는 것은 안정감과 익숙함, 한 분야에 대한 경력과 한 몸이 된 일 처리 능력을 가져다주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려 할 때 방해물이 되기도 한다. 나는 지금 새로운 선택을 하는 데 계속 주저하고 있다. 문제는 그 선택이 나에게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알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진짜 문제는 내 경력이 진짜 경력으로서 인정이 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이곳이기 때문에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것 같은 기분이 아닌, 현실 앞에서 나는 진짜 결정을 내려할 시간이 왔다.
8년이라는 시간이 나를 자꾸 타협하고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아닌 걸 알면서도, 후회할 걸 알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이 되면, 자꾸 또 머뭇거리다 기회를 놓쳐 버린다. 언제 끝날지 모를 생각 속에서 선뜻 결론 내리지도 못한 채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말았다.
올해, 작은 도전과 선택이 가져다준 결과는 결코 내 삶에서 작지 않았기에 나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야 한다고 자신을 북돋는다. 또다시 선택해야 할 타이밍을 놓친다면, 영영 이 자리에만 머무르다 안주해 버릴 것 같기에 나는 드디어 내 고민과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생각을 끝냈다.
휴가 이후의 내 삶은 지금과는 다르길 희망한다. 휴가는 단순한 쉼일 뿐, 휴식 이후, 그 전과 똑같은 삶을 산다고 해도 누군가는 무슨 문제가 있는 거냐고, 당연한 것이 아니냐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타인의 시선과 생각까지 신경 쓰느라 결정을 보류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내 힘듦을 누군가에게 굳이 이해시킬 필요가 없음을 안다. 사회적 나이, 내가 지금의 나이에 가져야 할 것들, 그리고 자신들이 가진 관점에서 무심하게 내뱉는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말들, 너무나 무심해서 오히려 나를 더 고민하게 했던 타인들의 말에 적당한 선 긋기가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