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중입니다

Good...b

by 김힝구


입 밖으로 내뱉어진 말은 나를 본심에 더 충실하게 만드는 것 같다.


지난 1년, 아니 그 이상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하는 동안 수도 없이 망설이고 현실 조건 앞에 타협이라는 그럴듯한 단어로 포장하며, 현실에 안주했다. 그렇게 무수한 시간이 흘렀다.



형사재판은 민사재판과는 달리 아직 전자화가 되지 못했다. 그만큼 업무량은 사건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조삼모사일 뿐 어차피 오늘 적으면 내일이든 모레든 정해진 사건 수만큼의 기록이 내 앞에 기다리고 있고, 그것이 내 업무다. 매주 격일로 진행되는 검찰 등사실 외근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 결심을 굳히는 데 한몫을 하고 말았다. 작년부터 부쩍 외근 후 쉽게 회복되지 않는 체력은 점점 더 심해져 그다음 날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사무실 근무를 마치고 퇴근 후, 그 저녁쯤 돼서야 컨디션이 괜찮아졌지만, 내일이면 또 반복되는 외근, 결국 악순환이 시작되었고, 결국 내 몸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까지 왔다. 쉬는 날이면, 쌓였던 피로와 체력적 부침으로 휴식이 아닌 몸살을 앓다 겨우겨우 몸을 추스르고 또 출근하는 일상이 반복되었고, 살기 위해 나는 퇴사를 결정했다.


마음속에 품고만 있었을 때는 평생을 반복할 것 같은 일이기에, 기계적으로 회사생활에 맞춰진 듯 몸이 절로 움직였다. 그런데, 퇴사를 말하고 퇴사일이 결정되고 나니, 내 몸이 고장 난 듯 내 말을 듣지 않는다. 내 통제 밖 영역에라도 있는 듯하다. 벌써 마음은 말을 내뱉는 순간 그곳을 떠나버린 것 같다.

아직, 내가 담당했던 일들을 마무리하고, 내가 퇴사한 뒤까지 생각하며, 업무량을 늘려 진행하고, 인수인계를 준비하고 할 일은 많은데, 평소처럼 몸이 착착 움직여 주지 않는다.

아직 나는 퇴사 중인데, 마음이 급하다.


오늘은 내 후임을 뽑는 면접까지 진행되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내 자리가 채워진 뒤에 떠날 수 있게 되어 안심하고 떠날 수 있다는 안도감과 홀가분함을 느끼면서도 회사 내에서도 진짜 피부로 느껴지는 퇴사 분위기가 묘하다. 너무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렀다. 나아가지 못하고 머물기만 했던 이곳에서 내 마지막 몇 주에 유종의 미를 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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