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육퇴와 함께 집안일 퇴근도 필요해
내 하루의 절반 이상은 주방에서 생활한다. 아이들 물과 음료부터 식사 준비와 식사 챙기기, 음식과 설거지 등의 집안일까지 하다 보면 '내가 주방의 지박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역시 내 하루의 시작은 주방이었다. 일어나자마자 아이들 물부터 먹였다. 출근하는 남편에게 물과 영양제, 간식을 챙겨주고, 출근 인사를 끝내고 나면 아이들 아침식사 준비다.
아침 식사 준비를 하다 보면 아이들은 놀다가 주방으로 오겠다며 성화다. 아이들이 주방에 들어오고 나면 아침을 먹이는 동시에 음식 준비와 정리, 설거지가 이루어진다.
아침을 먹고 나면 점심식사는 금세 돌아온다. 남편의 점심시간에 맞추어 아침의 일과를 반복한다. 다른 것이 있다면 우리의 식사도 챙겨야 한다는 것. 덕분에 주방의 점심 마무리는 아침식사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오후 시간에는 아이들 우유와 간식을 챙겨 놀이매트로 향한다. 놀이매트에서 놀다 보면 저녁식사 준비를 하러 빠져나오기 힘들다. 때문에 점심 마무리 전에 저녁식사를 하기 위한 준비를 최대한 해두고 아이들과의 시간을 보낸다.
배꼽시계에 알람이 울린 아이들의 칭얼거림이 심해진다. 낮잠을 못 잔 둘째는 품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이를 안고 저녁준비를 시작해 본다. 아이들의 투정과 칭얼거림을 오롯이 받아낸 저녁 식사 시간은 여러 번 한숨을 삼키게 만든다.
저녁식사가 끝나면서 취침 음악이 흐르고, 기다리던 육퇴의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의 자는 모습은 삼켰던 한숨을 뚫리게 만들어준다. 오늘 하루 나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혹여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까 돌아보게 된다.
다시금 주방으로 들어가야 하건만 오늘따라 주방에 가고 싶지가 않다. 육퇴와 함께 집안일에서도 퇴근하고 싶은데, 엄마의 일상에서는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위해서 오늘은 다 미뤄두고 그냥 퇴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