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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Bori Mar 06. 2023

EP1. 어쩌다가 독립출판까지 함께?

리추얼에서 시작된 독립출판 프로젝트 <내 이야기로 독립출판하기> 

작년 10월에 시작한 <내 이야기로 시작하는 글쓰기> 리추얼. 

매일 일기를 쓰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주말의 귀한 시간을 들여 에세이를 써보려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에세이를 시작도 못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의 마음이 한편에 있었다. 

리추얼을 시작하는 분들의 마음에는 글을 써보고 싶지만 첫 글을 꺼낼 용기가 부족하거나, 혹은 글 쓰는 걸 좋아하는데 꾸준히 써보고 싶어서 오신 분들이 많았다. 


쓰고 싶다는 간절함의 힘은 대단했다. 

첫 주말 대부분의 메이트들이 에세이 초고를 썼고, 리추얼이 끝날 때쯤에는 절반이상이 한 편 이상의 에세이를 완성했다. 심지어 에세이 쓰는 게 너무 재미있다며 매주 한 편씩 뚝딱뚝딱 쓰시는 분들도 있었다. 나도 그 속도로 써내진 못하는데 말이지. 

내 이야기를 글로 꺼내보고 싶다는 간절함을 품은 메이트분 덕분에 단조로웠던 나의 ‘쓰는 일상’이 무척이나 버라이어티 해졌다. 브런치에 참여작가로 함께 쓰는 매거진을 만드는 걸 시작으로 이 글의 주된 이야기가 될 독립출판까지, ‘함께’에 방점이 찍힌 새로운 도전이었다. 



어쩌다 독립출판까지? 

리추얼 3개월 차에 접어들면서부터 주중, 주말에 관계없이 재밌고 가볍게 쓰는 자신의 페이스를 발견해 꾸준히 글을 쓰는 메이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리추얼을 시작할 때, 에세이를 처음 시도해 보는 사람들에 포커싱하여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리추얼 1주 차 주말에 일기와 에세이를 차이와 에세이 쓰는 팁을 가볍게 나누고, 각자의 일기에서 글감을 찾아 나누는 온라인 미팅이 바로 그것. 하지만 두세 달 이상 꾸준히 지속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뭘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매달 반복적으로 참여하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보니, 꾸준히 쓰시는 분들을 위한 다른 뭔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시작보다 지속이 어렵다는 걸 알기에 지난한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할 동력을 불어넣어 주고 싶다는 바람도 들었고. 



지속하는 메이트를 위한 공동의 목표 

“혼자서는 잘 안 돼서 함께하는 힘이 필요해요!” 리추얼을 신청한 이유로 많은 분들이 언급하는 부분.

그 연대의 힘을 더 키워볼 수 있도록 작은 공동의 목표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즈음 독립출판페어에 다녀와 나도 언젠가는 독립출판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글로 쓴 분이 있었다. 

“이거다! 에세이 독립출판에서 제일 어려운 건 글쓰기인데, 이미 한 달 이상 매일 쓴 글이 있으니 그걸로 엮어보는 가벼운 독립출판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

사실 이미 매일 쓰는 일기 자체가 함께하는 메이트들 독자로 생각하고 에세이로서 손색없는 글을 쓰는 분들도 많았기에 책으로 엮어보는 경험을 직접 해보도록 하고 싶었다. 



왜 굳이 독립출판? 

나 같은 완벽주의자에게는 기성출판은 넘사벽 느낌이었는데 독립출판은 그런 부담감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었다. 뭐 어때?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해 볼 수 있다. (물론 그랬음에도 '내 책이 세상에 굳이 나올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나를 자주 주저앉혔지만...)

글이라는 걸 쓰기 시작하면서 내가 문을 열고 마주한 세상이 인류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의 느낌이라면, 글을 엮어서 한 권의 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연 문 너머에서는 지구 밖에 우주의 존재를 알게 된 것과 같다고 해야 할까? 글쓰기와는 또 다른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다.

내 이야기를 글로 꺼내고 책으로 엮어보고 싶다는 욕망을 실현하면서 인생 처음으로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은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꼈다. 처음으로 남이 인정하지 않아도 나 스스로 만족하고 재미있을 수 있는 일다는 스스로 인정하는 성공의 경험이었다. 

때문에 글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 적극 권해야겠다 생각했다. 이런 생각이 있었기 때문인지 당시 일부러 독립출판과 관련한 수업이나 워크숍도 다양하게 듣고 참여했고, 관련된 책도 많이 사모았었다. 

그 경험을 엮어서 일단 나눠봐야겠다 싶었다. 


이론 공부로 준비운동 & 수요조사

정말 독립출판을 해보고 싶은 분들이 얼마나 있을지 확인도 해볼 겸 독립출판이 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진행되는 건지 간략하게 PPT로 정리해서 <독립출판 맛보기>로 우선 이론부터 나누었다. 

리추얼 1주 차 주말에 <에세이 쓰는 법> 온라인 미팅이 끝난 후 2부로 이어서 진행했는데 많은 분들이 두 시간 넘는 동안 귀를 쫑긋 열고 메모해 가며 열정적으로 들어주셨고, 참여하신 분들 대부분이 독립출판에 도전해보고 싶다 했다. 심지어 이 이야기를 듣는 동안 이미 자신이 만들고 싶은 기획안을 머릿속에 그려본 분도 있었다. 두세 분만 있어도 함께 시작하겠노라 생각했는데 6명이 넘게 모였다. 


12월에는 내가 정리한 독립출판 과정에 대해 들으면서 각자의 독립출판물에 대한 기획방향을 생각해 보고 고민을 나누면서 본격적으로 함께 독립출판을 준비해 보기로 했다. 앞으로 매달 리추얼을 마무리하는 회고미팅이 끝나면 독립출판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은 이어서 각자의 독립출판물 진행상황을 공유하기로! 매일 글쓰기를 같이 하기에 모든 게 가능했다. 


이렇게 <내 이야기로 독립출판하기>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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