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모임에서는 현재까지 쓴 글을 출력해서 만나기로 하고 서로의 목표나 고민을 나눠보기로 했다. 리추얼을 하며 온라인 줌미팅으로만 만나던 분들을 실제로 만나는 자리라 사실 조금 어색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서로 할 얘기가 너무 많아서 집에 못 갈 뻔했다.
먼저 우리는 독립출판을 완성한 메이트분들의 책을 봤다. 출력부터 제본까지 직접 한 분들도 있었다. 사진으로만 봤던 책을 실물로 보니 신기하고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나도 얼른 완성하고 싶은 그런 기분!
리추얼 메이커인 보리님이 참고할만한 책들도 여러 권 보여주고, 예전에 만들었던 책을 만들기까지의 간략한 과정과 현재 준비하고 있는 독립출판물도 공유해 주셨다.
나도 출력해 온 내 글을 보여드렸더니 보리님이 물었다.
이렇게 출력해 보니까 어떠셨어요?
독립출판을 준비하기 위해 글감을 쌓으면서 예전에 있었던 일이나 감정을 기록해 놓지 않은 것이 참 아쉬웠었다. 기억을 조금씩 더듬어 가면서 글로 남겨보니 오히려 과거의 상황이 선명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저 과거의 상황과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에 아직 미숙할 뿐.
인쇄를 해서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글의 양이 많았다. 처음 기획안을 쓸 때는 글이 많지 않고 가끔 그림도 들어가 있는 여유로운 분위기의 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예전의 일을 떠올리면서 생각나는 대로 쓰다 보니 글이 점점 많아졌다.
독립출판 강의도 듣고 있는데 내가 안 써봤던 인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이 나오자 머리가 지끈거려서 잠시 멈춰둔 상태이다. 아직 글감을 쌓지 않은 상태에서 강의를 듣는 건 나를 과부하 상태로 만들며 부담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첫 모임의 숙제였던 현재까지 쓴 글을 출력하기 위해, 일할 때 주로 사용하는 한글(hwp) 프로그램에 내 글을 옮겼다. (역시 익숙한 게 최고다.) 한글에 옮겨 출력을 해보니, ‘소책자 인쇄하기’도 가능하고 ‘여백 설정’이나 ‘쪽 번호’ 기능 등을 쓸 수 있어 편하게 테스트 출력을 할 수 있었다.
출력 작업을 테스트로 해보니, 왜 출판작업은 한글이 아닌 인디자인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할 까 궁금해졌다. 아마 아직 내가 모르는 여러 편한 기능이 있겠지? 글감이 어느 정도 쌓이고 여유가 생기면 인디자인 강의를 들어봐야겠다.
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서 한 달 뒤 오프라인 미팅을 하기로 정하고, 다시 한번 내가 만들 책의 기획의도와 피드백받고 싶은 부분을 공유했다.
기획안을 쓰고 나서 이걸 내가 진짜 할 수 있을까 막막했는데, 고민을 공유하고 나의 기획의도를 반복해서 정리하고 설명할수록 뿌옇던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 든다. 계획한 일정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완성본을 들고 있는 내 모습이 흐릿하게나마 보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