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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 Bori Aug 11. 2024

인터뷰는 인터뷰어가 느낀 인터뷰이의 인상과 해석

 브랜드 매거진 <Porch> 객원 에디터 업무 회고(2)

프리랜서 에디터로 처음 참여하게 된 프로젝트는 ‘주거문화’ 브랜드 매거진 <Porch>였다. LSR 연구소에서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매거진의 주제를 발굴하고, 해당 주제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취재원을 찾아 3호 매거진의 전체 구성을 고민하여 배열표를 작성하고 그중 두 개의 라운드 토크를 진행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했다. 매거진 주제 발굴과 전체 기사 구성, 물성이 있는 책으로 엮어내기까지의 전 과정은 보조하며 경험해 보는 것에 가까웠다. 담당한 기사는 2편. 모두 '라운드 토크'로 대학생과 창업가 그룹 인터뷰였다. 각각 어떻게 진행했고,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지 회고하며 남기는 글. 



<Porch>

LG전자의 LSR(Life Soft Research) 연구소와 브랜드 미디어 컨설턴시 아장스망이 함께 창간한 주거 문화 리포트 매거진. 달라진 집의 의미를 포착하기 위해 주거 산업과 공간 트렌드를 살피며 주거 문화의 변화를 관찰하고, 삶과 생활이 담긴 집의 의미와 역할을 연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간되었다. LG전자 임직원에게 한정 배포되고 있다. 
LG전자의 문화 리포트 매거진 <Porch>


<Porch>의 호별 테마

1호 <Satellite Home> 

2022년 2월 발간. 팬데믹 기간 떠오른 ‘집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 집 밖에서 집의 역할을 하는 공간과 집이라는 공간을 벗어난 새로운 주거의 의미를 살핀다.

2호 <The Harmless Home>

2023년 1월 발간. ‘앞으로 우리의 집은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가?’ 무해한 집과 라이프 스타일을 갖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새로운 가치에서 답을 찾는다.

3호 <Neighboring Home> 

2024년 2월 발간. ‘핵개인 시대, 사람들이 집에 기대하는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고자 새로운 연결과 이웃감을 만들어가는 사람들과 공간을 조명한다. 



창업가 라운드 토크 

연결로 일상의 파동을 일으키는 사람들, 관계 기반 스타트업 창업가




STEP 1. 기획방향

창업가 3~4인이 대담을 나누는 방식으로 에디터가 모더레이터가 되어 질문하고 창업가들이 각자의 생각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라운드 토크'라는 형식이 먼저 정해졌다.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게 좋을지 먼저 2개의 안으로 나누어 고민했다.

 

1안) 로컬 중심으로 연대하는 동네 기반 서비스나 공동체를 통해 사회적 연대감을 만드는 이들에게 요즘 시대의 외로움과 돌봄, 그리고 오프라인의 연결감에 대한 생각을 나눈다. 

2안) 외로움 경제의 시대, 단절된 개인들이 느끼는 외로움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일상에서 연결과 스침을 만드는 커뮤니티 창업가들이 바라보는 요즘 관계에 대해 나눈다. 



STEP 2. 취재 & 취재원 검색 및 섭외

고독, 외로움, 커뮤니티, 연대감 등에 관련한 책과 기사를 읽고 창업가들과 어떤 이야기를 만나면 좋을지 먼저 큰 틀을 잡으면서 취재원을 찾고 섭외했다. 


인터뷰 기획 시 참고한 책

장대익『사회성이 고민입니다』

노리나 허츠의『고립의 시대』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의『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조성익『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실험』

존 리비『당신을 초대합니다』


취재원 검색 및 섭외

해당 기사는 매거진 전체의 기사들 중에 후반부에 진행하게 되면서, 다른 기사와 인터뷰이들이 확정되는 과정을 보며 전체적인 흐름과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방향을 고려했다. 1안으로 고려했던 로컬 콘텐츠는 다른 인물 인터뷰에서 다루게 되어 2안으로 방향으로 결정되었다. 하나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창업가 3인의 조합을 고려해야 하기에 취재원 섭외가 불발되면 대체자를 찾거나 전체적인 방향이 조금씩 흔들리기도 했다. 

로컬 기반의 서비스나 커뮤니티로 시작하여 친구 찾기 서비스, 취향기반의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연대감 중심의 커뮤니티, 자기 돌봄 커뮤니티 등 다양한 형태의 창업가들 약 마흔 명을 검색하며 후보로 찾았다. 최종적으로는 관계 기반의 스타트업 창업가로 밑미의 손하빈 대표, 위피의 김봉기 대표, 오뉴의 현준엽 대표가 섭외되었다. (이렇게 밑미와의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STEP 3. 질문지 구성

세 브랜드는 모두 온라인 서비스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밑미와 오뉴는 커뮤니티 기반의 서비스, 위피는 친구 찾기 서비스이면서 동네친구를 연결하는 하위 서비스도 있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세 브랜드 모두 메인 타깃의 연령대가 조금씩 달라서 다양한 집단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요즘 시대의 개인이 느끼는 고립감, 요즘의 관계에서 어떤 페인포인트를 느껴 창업을 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연결감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공간과 주거에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등을 큰 틀로 구성했다. 


전체구성

part 1. 요즘 사람들의 고립감과 연결감

part 2. 오프라인 공간은 꼭 필요할까?

part 3. 관계 기반 비즈니스의 미래  



STEP 4. 인터뷰 진행

약 2시간 동안 3인과 대담을 나누었고 동시에 촬영팀이 인터뷰 스케치 사진과 영상 그리고 프로필 사진을 담았다. 3명의 창업가가 나눈 대화 중에 주요한 발언은 따로 추려서 영상으로 담고, 영상 촬영을 하며 프로필 사진도 촬영했다. 



STEP 5. 기사 정리 

창업가들의 경우 자신만의 생각도 잘 정리되어 있고, 조리 있게 말로도 잘 표현하는 이들이라 처음에 의도했던 질문 방향대로 답변도 잘 나와서 그들이 했던 말을 잘 정리하면 되었다. 힘들었던 건 리드를 작성하는 일. 

*리드(lead)란? 

기사의 첫 문장을 리드(lead)라 한다. 리드는 인터뷰의 핵심 문장으로 이 인터뷰 글을 읽도록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behind story. 


“리드는 인터뷰어가 느낀 인상”


리드를 어떻게 써야 할지 헤매고 있을 때 선배가 해주었던 말이다. 사실 그 순간 온전히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몇 번의 인터뷰를 거치고 리드를 쓰고 또 한 번 이 말을 반복해서 듣고는 그제야 진짜 의미를 알게 되었지만 그때는 듣고도 감을 잡지 못했다. 

인터뷰는 인터뷰어가 느낀 인터뷰이의 인상과 해석이다. 당시에 해야 할 이야기가 정해져 있었다고 생각했고 그 말을 잘 꺼낼 수 있는데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다 보니 인터뷰어만의 독창적인 인상과 해석이 부족했다. 그러니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했다. 인터뷰집, 매거진을 책장에서 다 꺼내서 읽으면서 흉내 내듯 리드를 완성했던 기억이 있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다가 마감도 지키지 못했는데, 이때의 피드백도 메모해 두었다. "여기까지가 내 능력이다. 잘 터는 것 또한 능력이다."


그날의 인터뷰 내용을 친구에게 가볍게 전달하듯 얘기해본다. 

"어땠어?" 
인터뷰 후의 인상이나 이미지, 느낌들. 인터뷰가 전체적으로 어땠는지, 실제로 그 사람을 만나보니 어땠는지 등을 말해본다. 

"뭐래?"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말해본다. 그날 인터뷰이가 한 말 중에 기억에 남는 말, 재밌는 농담부터 의미 있는 대화까지 생각나는 대로 꺼내본다. 
- 장은교, 인터뷰하는 법 



“에디터에게 글쓰기는 중요하다. 하지만 에디터는 글만 쓰는 사람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부분은 바로 사진이다. 인터뷰 진행 당일 기획한 방향과 비슷하게 진행되는지, 혹시 생각지 못했지만 더 이끌어낼 만한 내용은 없는지, 글로 만들 콘텐츠와 영상에 담을 발언은 무엇이 좋을지 고민하느라 사진을 확인한다는 걸 놓치고 말았다. 날씨가 너무 추운 날이었고, 인터뷰가 진행되는 실내도 추워서 따뜻한 차로 몸을 녹여가며 진행했는데 추위 때문이었는지 사진에 담긴 인터뷰이들의 표정이 어두워서 사진을 많이 활용하지 못했다. 현장에서 사진을 한 번만 확인했더라면 얼른 밝은 표정으로 재촬영을 진행했을 텐데. 모더레이터 역할을 했던 경험은 많았기에 진행은 큰 걱정이 없었고 오히려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기사를 글로 정리할 부분만 집착하다가 사진을 놓친 셈이 되었다. 이후에는 사전에 공유한 질문지에 나만의 체크리스트를 추가해 두고 인터뷰를 진행한다. 

매체와 내 소개 

가벼운 근황토크: 분위기 편하게 만들기

전체 진행 방향 공유

문답 진행 

사진 체크: 프로필, 인물스케치(다양한 앵글, 가로/세로, 평소 사무실/작업실 사진 등

마무리 인사하며 향후 계획, 혹시 부족한 경우 서면 인터뷰 요청드릴 수 있다는 점 언급하기


온라인 콘텐츠만 담당하다가 오프라인 매거진을 준비하며 처음 경험해 보는 일들도 있었다. 페이지 레이아웃을 고려해 구성과 분량을 조정하고, 대표 발문을 뽑고, 사진과 적절히 배치하는 것. 그리고 초교와 2교를 거쳐 1차 원고를 마감하고 이후 교정교열과 디자인 작업이 완료된 후 최종 발행 상태의 n차 원고를 확인하는 작업까지. 이 작업만도 두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일정이었고 이번에는 어깨너머 배우는 정도로 마무리되었다. 


'에디터로서 과연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많았지만, 이렇게 다양한 역량이 필요하리라고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이 경험 이후 인터뷰도 프로젝트이고 에디터도 일종의 PM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데스크와 기획 방향을 논의하고 확정하는 것, 취재와 조사, 인터뷰이 섭외(기획 의도와 방향 공유), 질문 구성 및 사전 질문지 협의, 인터뷰 장소 물색 & 촬영팀 섭외, 현장 세팅 소품 준비, 인터뷰와 촬영, 최종 사진 셀렉 및 보정, 콘텐츠로 정리하고 취재원과 최종 확인, 다음을 기약하며 마무리하기까지. 어느 것 하나 사소하지 않다. 



브랜드 매거진의 객원 에디터를 경험하며 느낀 점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의도에 따른 메시지를 찾고, 그 메시지를 잘 표현할 콘셉트와 취재원을 찾고, 발언을 잘 이끌어낼 질문지를 만들고, 글뿐만 아니라 사진과 영상과 디자인으로 다양하게 담아내는 것. 에디터는 종합예술인에 가까웠다. 그래서 힘들기도 하지만 흥미롭다. 아쉬운 점 없이 완벽하기도 쉽지 않겠지만 때문에 늘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기대가 생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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