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매거진 <Porch> 객원 에디터 업무 회고(1)
프리랜서 에디터로 처음 참여하게 된 프로젝트는 ‘주거문화’ 브랜드 매거진 <Porch>였다. LSR 연구소에서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매거진의 주제를 발굴하고, 해당 주제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취재원을 찾아 3호 매거진의 전체 구성을 고민하여 배열표를 작성하고 그중 두 개의 라운드 토크를 진행하고 정리하는 역할을 했다. 매거진 주제 발굴과 전체 기사 구성, 물성이 있는 책으로 엮어내기까지의 전 과정은 보조하며 경험해 보는 것에 가까웠다. 담당한 기사는 2편. 모두 '라운드 토크'로 대학생과 창업가 그룹 인터뷰였다. 각각 어떻게 진행했고, 무엇을 느끼고 배웠는지 회고하며 남기는 글.
LG전자의 LSR(Life Soft Research) 연구소와 브랜드 미디어 컨설턴시 아장스망이 함께 창간한 주거 문화 리포트 매거진. 달라진 집의 의미를 포착하기 위해 주거 산업과 공간 트렌드를 살피며 주거 문화의 변화를 관찰하고, 삶과 생활이 담긴 집의 의미와 역할을 연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간되었다. LG전자 임직원에게 한정 배포되고 있다.
1호 <Satellite Home>
2022년 2월 발간. 팬데믹 기간 떠오른 ‘집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 집 밖에서 집의 역할을 하는 공간과 집이라는 공간을 벗어난 새로운 주거의 의미를 살핀다.
2호 <The Harmless Home>
2023년 1월 발간. ‘앞으로 우리의 집은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가?’ 무해한 집과 라이프 스타일을 갖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새로운 가치에서 답을 찾는다.
3호 <Neighboring Home>
2024년 2월 발간. ‘핵개인 시대, 사람들이 집에 기대하는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고자 새로운 연결과 이웃감을 만들어가는 사람들과 공간을 조명한다.
제목: LG크루 5인에게 듣는 MZ세대의 ‘연결’과 ‘단절’
Z세대의 시각에서 고객경험을 제안하는 LG전자 대학생 크루의 ‘좋은 경험 콘서트'의 발표 자료에서 영감을 얻은 LSR 팀의 아이디에서 시작되었다. 일(Work)·쉼(Rest)·놀이(Play)·식(Eat)의 네 영역에서 그들의 경험과 생각을 담았는데 놀이와 쉼의 파트가 각각 ‘연결’과 ‘단절’을 추구하는 대조적인 모습이 이번 주제와 연결된다는 의견이었다.
그들은 놀이 자체를 ‘여러 사람이 모여서 즐겁게 노는 일'이라고 정의하며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의 다양한 형태로 깊이와 넓이를 조절해 가며 관계를 맺고, 심지어 멀티페르소나를 활용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알림과 소음으로부터 단절되어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해 에이플레인 모드와 명상 등이 필요하다 했다. 스위치를 켜고 끄며 연결과 단절을 조절하는 그들의 일상이 인상적이었다.
진화학자인 장대익 교수는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터넷과 SNS 발달로 우리의 관계망이 커졌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진화적 관점에서 초연결 사회는 우리 뇌와 잘 맞지 않는다. 뇌의 소셜 스키마는 수렵채집 시대와 다르지 않다. 때문에 관계의 과부하와 부대낌을 피해서 ‘고독’을 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 강연 내용 요약
Z세대가 초연결을 즐기면서도 ‘단절’와 ‘멍 때리기’를 휴식으로 이해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 단절이 오히려 쉼이라는 그들은 언제 외로움을 느낄까?
LG크루의 발표자료에서 시작하여 Z세대의 주거 관련 리포트와 기사, 공유주거를 설계한 배경과 과정이 담긴 건축가의 책, 그리고 장대익 교수님의 책과 강연 등을 읽으며 질문지를 정리했다.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
언제 단절되고 싶다고 느끼는지
단절이 필요할 때 시간을 보내는 법
Z에게 집의 의미, 이상적인 주거의 모습
집에서의 단절과 연결의 방법
공유주거에 대한 생각
언제 외롭다고 느끼는지, 어떻게 극복하는지
코로나 이후의 관계 맺기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관계 맺기와 연결을 도와주는 서비스나 제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약 2시간 동안 5인과 대담을 나누었고 동시에 촬영팀이 인터뷰 스케치 사진과 프로필 사진을 담았다.
연결과 단절을 자유자재로 선택하는 그들의 특징을 살리고자 Me time와 We time을 비교하는 구조로 정리했다.
1. 나를 찾는 고독의 시간 vs 소속되고 연결되고 싶은 욕구 : 단절과 연결이 필요한 순간
2. ‘나' 중심의 느슨한 연결함 vs ‘우리' 중심의 끈끈한 연결감 : 깊이와 넓이를 조절하는 연결의 형태
3. 나만의 공간 vs 확장되는 공간 : 집이라는 공간에서 단절과 연결을 경험하는 다양한 방법
처음 기사를 정리할 때 오로지 의미 있는 문답을 요약하는데만 집중했었다. 인터뷰이가 5명이나 되다 보니 기본적으로 분량이 너무 길었고 때문에 뒤로 갈수록 지루해진다는 느낌이었다. 뜻이 중복되는 발언도 많아서 무엇을 살리고 줄여야 할지 선택하고 정리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들였다.
초고를 본 편집장은 “인터뷰 글이라는 건 인터뷰이가 한 말을 그대로 정리하는 게 아니다. 현상을 나열하는 글은 독자에게 인사이트를 줄 수 없다. 그들의 말을 아우를 수 있는 컨셉이 필요하다.”며 문답 형태에서 벗어나, 인터뷰이들의 응답에서 비슷한 메시지들을 추리고, 그 메시지들이 잘 보일 수 있는 구조로 재구성해보라고 제안했다. 참고할 수 있도록 1호의 <밀레니얼 세대가 말하는 집의 기쁨과 슬픔> 기사를 샘플로 공유받았다. 18인의 심층 워크숍 결과를 바탕으로 거실, 주방, 작은방 등 ‘집의 공간’ 별로 인터뷰이의 답변을 편집한 기사였다.
다시 원점에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인터뷰에서 인상적이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의도했던 방향은 무엇이었나? 그 내용을 잘 드러내기 위해 어떤 컨셉을 줄 수 있을까?
그러면서 ‘연결'과 ‘단절'을 상대적으로 비교하여 볼 수 있도록 “vs” 구조를 활용하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게 단절과 연결이 필요한 순간, 깊이와 넓이를 조절하는 연결의 형태, 집에서의 연결과 단절을 각각 비교하여 6페이지로 구성했다. 그리고 주요 인사이트를 한 줄의 소제목과 해당 발언의 형태로 엮었다.
완성된 후 초고와 비교해 보니 차이가 확실히 보였다.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방식,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니 완전 다른 콘텐츠가 되었다.
에디팅은 의미화되기 전의 ‘잡음' 속에서 특정 정보에 주목해서 ‘신호', 다시 말해 의미의 맥락을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 최혜진, 에디토리얼 씽킹
함께 일하는 편집장님의 책 내용이 피부로 와닿는 순간이었다. ‘읽을 때는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던 게 실제 일을 하면 이렇게 적용되는 거구나!’ 업무를 회고해 보니, 에디터로의 첫 기사를 통해 배운 것은 신기하게도 "에디팅이 무엇인가, 에디토리얼 씽킹이 무엇인가"였다. 경험을 통해 하나씩 배워가는 중.
다음 글. 인터뷰는 인터뷰어가 느낀 인터뷰이의 인상과 해석 브랜드 매거진 <Porch> 객원 에디터 업무 회고(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