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법률 미디어 <로웨이브> 기획부터 창간까지
"법률 미디어를 창간하게 되었는데 같이 안 해볼래요?"
선배의 제안에 기쁨과 동시에 부담감이 훅 몰려왔다. 물론, 여러 미디어를 창간한 선배를 보조하면 되는 역할이었지만, 나에겐 매체 경력이 있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법률' 미디어라는 게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그동안 늘 그래왔듯,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본능적으로 새로운 분야에 끌렸고, 무엇보다 선배와 함께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렇게 선배의 회사, 에디토리얼 컨설턴시 ‘아장스망’ 소속 에디터가 되었고, 미디어가 창간된 1월부터 현재까지 법률 미디어 <로웨이브>의 편집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월평균 12개의 기사를 발행하고, 주로 변호사 독자를 위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한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 고민하고 취재하고, 인터뷰하고, 글과 이미지로 전달하고, 웹페이지를 관리한다. 법률 미디어인 만큼 판결문을 요약하기도 하며, 변호사의 원고를 윤문 하기도 한다.
2024년의 내가 가장 몰입하고 있는 일이고, 이 일을 하면서 글쓰기나 일에 대한 가치관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에디터 업무일지’로 미디어 편집부 소속 에디터가 하는 일을 하나하나 풀어보고 싶어진 이유이다. 제일 먼저 브랜드 미디어를 기획하고 창간했던 과정을 단계별로 가볍게 훑어보면서 <로웨이브>를 소개해 볼까 한다. 신문이나 매거진이 미디어의 전부이던 시절을 지나 다양한 매체가 점점 많아지는 요즘, 브랜드 미디어는 어떤 이유로 생겨나고 어떻게 기획되고 만들어지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공부하는 변호사를 위한 온라인 법률 미디어.
업의 본질에 집중하며 대안을 탐구하는 변호사님들을 위해 깊이 있는 판례 독해를 돕고, 변호사 업의 고민과 자긍심을 나누는 콘텐츠로 법조계에 신선한 물결을 일으키는 미디어가 되고자 한다.
리걸테크 기업 ‘엘박스’가 변호사를 위한 법률 미디어를 만들고자, 에디토리얼 컨설턴시 ‘아장스망’에 창간을 의뢰하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엘박스는 ‘법을 사람들에게 더 가깝고 의미 있게 만든다’는 미션을 가진 리걸테크 기업이다. 법률 전문가를 돕는 것이 곧 법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2024년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310만 건의 판례 DB를 기반으로 판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법률 인공지능을 통해 법률전문가의 업무 생산성을 혁신해 나가고 있다.
아장스망은 브랜드가 가진 자산을 통해 업의 본질을 정의하고 메시지를 도출하여 종이 잡지, 디지털 미디어 등의 매체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에디토리얼 컨설턴시이다. 브랜드 인격을 선명하게 전달하는 콘텐츠 전략을 바탕으로 LG전자의 <Porch>, 직방의 <Directory>, 소울에너지의 <1.5℃>, 데스커의 <differ> 등 다수의 브랜드 미디어를 창간했다.
브랜드 미디어의 전략을 세우는 일은 곧 브랜드 미디어가 추구하는 바를 메시지로 정의하는 것. 미디어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브랜드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업의 본질을 파악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법조계라는 환경과 변호사, 그리고 리걸테크라는 산업을 조사했다.
스터디: 변호사 이해, 엘박스 유저 인터뷰 등 자료 공부
리서치: 국내외 리걸테크 사례 조사, 법률 미디어 조사
예비 독자(변호사) 인터뷰 : 경력별/소속별 심층 인터뷰, 엘박스 유저 대상 설문조사
전략을 뾰족하게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질문.
우리가 만들 브랜드 미디어는 변호사에게 무엇을 주어야 하나?
리걸테크 시장과 국내외 리걸테크 브랜드를 조사하며 모브랜드인 엘박스의 비즈니스 원천이 무엇이며,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는지 정의했다. 또한 엘박스 유저가 만족하는 점과 기대하는 점을 확인했다.
결론.
엘박스답다는 건 변호사 업의 본질에 집중하는, 정확하고 기능적인, 군더더기 없는, 대안을 탐구하는 것
다음은 독자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두 번째 질문.
변호사는 어떤 독자들인가?
변호사라는 직업인을 이해하기 위해 스터디를 하고, 경력과 소속이 다양한 변호사를 심층 인터뷰했다. 또한 변호사 약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과 인터뷰 결과 파악한 변호사의 특징은 다음과 같았다.
변호사는 시간이 없다.
변호사는 업무연관성이 높은 정보에 만족한다.
변호사라면 최신 이슈에 민감해야 한다.
팩트 기반 양질 정보를 원한다. 익숙한 방식이 편하다.
변호사는 혼자 고군분투한다. 영업에 대한 고민이 늘 있다.
결론.
변호사는 최신 판결 동향을 정확히 전하는, 깊이 있는 독해를 돕는, 변호사 업의 고민과 자긍심을 나누는 콘텐츠를 필요로 한다.
우리가 만들 브랜드 미디어는 변호사에게 무엇을 주어야 하나? 그리고 변호사는 어떤 독자들인가? 이 질문에 답을 찾아가며 자연스럽게 브랜드 스테이트먼트를 정리하게 된다. 추가로 모브랜드와 미디어의 관계, 넓은 범위의 서브 독자 등을 고민하여 전략을 세부적으로 완성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의미를 담아 네이밍은 '로웨이브'로 결정.
로웨이브는 공부하는 변호사를 위한 연결의 장입니다.
업의 본질에 집중하면서 전문성을 쌓아가고, 동료 변호사 사회, 나아가 의뢰인과 변호사 업의 자긍심을 나눕니다.
‘공부하는 변호사를 위한 연결의 장’이라는 미디어의 정체성을 반영하여 ‘오프라인에서의 공부하는 경험’을 온라인에 녹여낸다. 웹사이트 개발은 STUDIO DEERSTEP와 디자인은 Studio I’m Ready와 함께 했다. 디자인 아이덴티티나 모티브 등은 디자인 스튜디오의 소개글로 대신한다.
로웨이브는 공부하는 변호사를 위해 리걸테크 기업 엘박스에서 새롭게 론칭한 온라인 미디어입니다. 업의 본질에 집중해 대안을 탐구하는 변호사를 위해 깊이 있는 판례 독해를 돕고, 변호사 업의 고민과 자긍심을 나누는 콘텐츠로 법조계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주요 콘텐츠는 시간을 투자하여 읽을 수 있는 텍스트 기반의 아티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스튜디오 아임레디는 사용자가 오랫동안 머물며 깊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변호사를 위한 공공 도서관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그 의미를 반영한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하기 위해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펜으로 쓴 듯한 스크립트 타입의 로고는 미디어 안에서 이뤄지는 독자의 학습 행위를 시각화하며, 로고의 알파벳들은 하나의 획으로 이어져 로웨이브가 일으키는 법조계의 새로운 파도를 상징합니다. 종이 책에서 영감을 받은 심볼은 로고를 보조하며 학구적인 미디어의 인상을 강조합니다.
웹사이트는 오프라인 공부 환경에서 익숙하게 접하는 일상적인 물건들에 기반한 시각언어로 디자인되었습니다. 스티키 노트를 붙여 메모를 하거나 문장에 밑줄을 긋는 등 공부하는 과정에서 흔히 보이는 행위에서 출발한 그래픽 요소들을 웹사이트 디자인에 적용하고자 했습니다. 텍스트를 드래그할 때 나타나는 하이라이트 박스, 언더라인으로 강조되는 텍스트, 종이책에서 볼 수 있는 형식의 아티클 레이아웃, 펜으로 그린듯한 일러스트레이션 스타일 등, 웹사이트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모두 이러한 의도가 반영된 것입니다. 자연스러운 그림자로 레이어 된 화면 안에서 아티클 페이지는 표지와 내지의 형식을 갖추어 콘텐츠를 읽는 독자는 화면을 스크롤하며 책장을 넘기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로웨이브는 새롭게 구축된 웹사이트를 통해 공부하는 변호사들이 서로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들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출처: 스튜디오 아임레디 웹페이지
변호사는 시간이 없다. > 시간을 쓸 이유가 정확한 콘텐츠
변호사는 업무연관성이 높은 정보에 만족한다. > 판례 중심의 업무연관성 높은 콘텐츠
변호사라면 최신 이슈에 민감해야 한다. > 최신 법조 트렌드 파악이 가능한 콘텐츠
팩트 기반 양질 정보를 원한다. 익숙한 방식이 편하다. > 데이터, 정보 기반의 글 중심 아티클
변호사는 혼자 고군분투한다. 영업에 대한 고민이 늘 있다. > 업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피처 스토리
위와 같이 전략을 수립하며 파악한 변호사 독자의 니즈에 따라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방향을 정하고, 크게 두 종류의 콘텐츠로 분류했다. 실용적인 측면에서 판례와 엘박스의 데이터 통계를 활용한 콘텐츠와 정서적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콘텐츠. 각각의 메뉴명은 LEARN 그리고 FEEL.
[HEADLINE] 최신 판결 요지와 판결문 링크 / 월 4회 업데이트
변호사의 '최다 입수 요청 판례'를 매주 큐레이션. 해당 판례의 쟁점을 간결하고 시의성 있게 전달하는 속보성 기사.
[LECTURE] 변호사의 판례 해석 / 월 4회 업데이트
변호사가 직접 판례를 해석해 주는 콘텐츠로, 시즌별로 두 종류의 판례 해석을 진행.
- 인기판례 수행 변호사의 직강 포인트 : 변호사가 가장 많이 참고하는 판례를 사건을 직접 수행한 변호사가 해설하며 비하인드 스토리나 비슷한 사건을 준비하는 변호사를 위한 정보 공유.
- 전문위원의 인사이트: 분야별 전문위원 변호사님들의 깊이 있는 판례 해설과 분석
[Trend] 이번 달 인기 검색어, 인기 판례 / 월 1회 업데이트
엘박스 유저 행동 데이터를 다시 콘텐츠화하여, 가장 검색량이 많은 키워드나 조회수가 높은 판례 순위를 소개하는 스트레이트 기사. 실제 인기 검색어와 판례를 분석해 보니 워낙 다양한 분야가 모래알처럼 퍼져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기획은 월간 급상승 검색어를 변호사가 해석해 주는 형태로 수정하여 실행되고 있다.
[Trend] 판결문 경향 분석 / 격월 1회 업데이트
엘박스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깊은 이해와 인사이드를 전달하는 판결 데이터 분석형 롱리드 기사. 엘박스 데이터분석팀과 협업하여 진행.
[Wokrlife] 도제식 정보와 멘토링 등 공감 콘텐츠 / 월 2회 업데이트
전국법원의 업무실 정보와 주차, 맛집 등의 정보나 개업 A to Z 같은 업무에 도움이 되는 실용 정보와 변호사 업에 대한 자조부터 자긍심까지 건강하게 나눌 수 있는 캐주얼한 콘텐츠.
[Interview] 커리어패스 인터뷰 / 월 2회 업데이트
자신만의 업을 일구고 다양한 커리어 패스를 만들어가는 변호사님들을 소개. 화려한 성공담보다는 진솔한 실패의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인물의 개성을 전하고, 다양한 진로를 소개하며 대안과 가능성을 제시.
[LECTURE] 변호사의 판례 해석
당장 실무에 도움 되는 판례를 소개할 수 있도록 '2023년 엘박스에서 가장 많이 복사된 판례' 순위를 뽑아 보았다. 본문이 많이 복사되었다는 뜻은 다수의 변호사님들이 서면 작성에 해당 판례를 참고했다는 뜻이니 '당장 실무에 도움 되는 판례'일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다.
순위를 확인한 뒤에는 1위부터 사건을 수행한 변호사님을 직접 찾아서 판례 해설 원고를 청탁했다. 판결문을 보고 수행한 변호사님의 정보를 확인하고 구글링도 하여 한 분 한 분께 공문과 함께 메일을 드렸다. 직접 로펌에 연락해 진행하신 분들 수소문하기도 하고 광고로 오해하시는 분도 많아서 사무실에 전화해 취지를 설명했다. 흔쾌히 승낙해 주신 12명의 변호사님들 덕분에, 사건을 직접 수행한 변호사가 해설하는 원고를 선보일 수 있었다.
내가 필진 변호사님들을 섭외하는 동안 선배는 판례 해설 원고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일러스트 작가님을 찾았다. 커다란 썸네일이 로웨이브의 인상을 결정지을 거라며 디자인 방향을 고민하던 시점부터 숙고해서 작가를 찾았고 Studio Clown 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판결문을 읽고, 이해하여 적합한 이미지를 소통하며 완료해 내기까지 처음엔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다. 특히나 판결문의 내용이 추상적인 개념을 내포하는 경우가 많아서 초반에는 한 시간씩 통화하며 서로 의견을 나누고 조율했다. 그리고 일러스트 이미지를 받을 때마다 감탄을 했더랬다.
https://studioclown.com/lawwave-contents-illustration
[Trend] 판결문 경향 분석
엘박스 데이터 분석팀과 첫 미팅을 통해 앞으로 다룰 몇 가지 주제와 협업 방식을 논의했다. 이후 편집부에서 데이터 분석 기사 관련 요청 사항을 보내고 엘박스 데이터 분석팀과 화상미팅 혹은 자료 전달을 받아 기사화했다.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로 확인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기까지 여러 번 의견을 주고받으며 정말 많은 담당자들의 피와 땀으로 완성되는 기사.
[Wokrlife] 도제식 정보와 멘토링 등 공감 콘텐츠 / 월 2회 업데이트
창간 특집은 전국법원의 업무실 정보와 주차 정보 등을 제공하는 '전국 법원지도'. 창간 준비를 위해 예비 독자 변호사님들을 인터뷰하며 확실한 니즈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전국 출장이 많은 변호사들은 각 지방 법원 별로 변호사가 이용할 수 있는 업무실이 있는지, 주차는 용이한지, 근처에 출력이 가능한 문구점 등이 있는지, 혹시 변호사가 추천하는 맛집이 있는지 등을 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검색하면 나오지만 매번 찾기가 귀찮으니 누가 하나로 모아주었으면 좋겠다는 것. 편집부는 여기서 출발하기로 했다.
객원 에디터들과 함께 법원과 각 지방변호사회에 직접 전화문의를 하고, 로드뷰를 확인하고 모두의 주차장과 카카오 T 주차장 등을 확인하여 주차장 정보, 주변 문구점과 카페 정보 등을 하나하나 찾았던 취재의 끝판왕. 기사를 발행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조회수가 많이 나오지 않아 시무룩 해졌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9개의 지방을 소개하는 마지막 서울 법원지도가 소개된 후 엄청난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매달 늘 top 5 안에 들어가는 인기기사 중 하나이다. (볼 때마다 뿌듯한 부분)
[Interview] 커리어 인터뷰 / 월 2회 업데이트
기존의 법률 미디어에 소개된 인터뷰는 오랜 경력을 가진 분들의 커리어 성공담이 대부분이었다. 로웨이브에서는 화려한 성공담보다는 실패와 시행착오 속에서 인물의 개성을 전하고자 했다. 많은 이들이 추구하는 뻔한 길이 아닌 대안을 찾아 고민하고 도전하고 시도한 분들을 찾았다. 첫 인터뷰이로 스스로를 '변방의 변호사'라 소개하는 류재언 변호사님을 만나 삶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자신의 무대를 스스로 세팅하며 '협상'이라는 키워드를 전문성으로 키워온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다.
카테고리별 취재를 마치고 웹페이지가 완료되기만을 기다렸다. 피그마로 확인하던 웹페이지가 실제 구현되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의 짜릿함, 그리고 온에어가 되고 나서의 뿌듯함. 이 맛에 선배가 연쇄 창간을 하나보다.
미디어 창간은 처음이었지만 '기획'은 종종 해오던 일이었다. 이벤트, 커뮤니케이션, 광고, 호텔 등 다양한 필드에서 크고 작은 규모의 여러 기획을 해봤기에 흐름 자체는 익숙했지만, 이번에는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묘한 만족감이 있었다. 처음엔 결과물이 흡족해서 그런가 보다 했지만,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발행하면서 진짜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누군가의 니즈에서 출발해, 함께 의견을 조율해 만들어낸 완성물이 ‘내게도’ 아쉬운 것 없이 마음에 쏙 든다는 포인트가 주요했다.
대기업에서 공간이나 브랜드를 기획할 때는 답이 이미 정해진 경우가 많았다. 누군가가 ‘추구하는 모습’과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탑다운으로 내려와 그 추상적인 모습이 과연 무엇일지 추정하여 콘셉트와 전략을 세우고 어떻게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방법을 찾는데 가까웠다. '누군가'의 가치관이나 추구미가 나와 달라 고민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내 회사, 내 브랜드를 만들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다는 편견을 깨뜨려 주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변호사라는 업의 본질을 선명한 언어로 정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미디어를 만드는 우리도, 브랜드도 모두가 “공부하는 변호사”에 공감하고,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기 때문.
브랜드 미디어를 창간하던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기준은 단 하나다. 공부하는 변호사를 위한 콘텐츠를 변호사들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 설문조사를 하고 인터뷰를 하며 얻은 변호사들의 특징, 그들이 원하는 점을 반드시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미디어의 존재 목적을 정의하는데서 끝나지 않고 콘텐츠 하나하나, 그리고 콘텐츠를 담는 그릇까지 모두 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설계하고 구현해 내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도 새로운 특집을 기획할 때, 형식과 콘셉트를 고민할 때, 짧은 인트로 글로 쓸 때도 늘 생각한다. '독자에게 유용할까? 어떤 방식이 눈길을 잡을까? 어떤 차별화가 필요할까?' 늘 독자를 염두하기. 개인적으로 더 좋은 기획자나 에디터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키우고 싶은 역량이다.
법률 미디어를 운영하며 가장 어려운 점은?
독자가 변호사라는 것, 정확하게는 비법조인이 변호사를 위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많은 이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법이라는 영역에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고 가까이 조언을 구할 사람도 없다. 정말 이 콘텐츠가 필요한 건지,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의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 잘 모르니 열심히 찾아보는 수밖에. 덕분에 변호사를 위한 책과 기사를 찾아 읽고 법원 사이트를 들락거리고 로펌의 뉴스레터도 구독하며 취재력을 키우는 중이다. 법률 분야를 탐구하다 보니, 이제 판결문의 구조나 공식도 눈에 들어오고 법률 용어도 제법 알게 되었다. 논리적인 걸 좋아하는 성격에도 잘 맞아 재미있게 일하는 중이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작지만 명확한 타깃을 설정할 수 있어서 오는 좋은 점도 있다. 내가 만든 콘텐츠가 공중에 흩뿌려진다는 느낌 대신 특정한 곳에 가닿는다는 실재감이 있고, 피드백도 명확하다. 대중을 대상으로 할 때에 비해 절대적인 숫자는 소박하긴 해도, 페이지 평균 체류시간이 2~3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수치를 확인할 때면 고생한 보람이 느껴진다. 미지의 영역이기에 오히려 속단하지 않고 늘 의심하며 겸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법률 미디어에서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 변호사라는 독자와 법조계를 탐구하며 배우고 느끼는 점 등은 앞으로 더 자세히 풀어볼 예정이다. 이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어서 로웨이브의 소개 겸 창간기를 시작하게 되었으니.
모쪼록 온라인 미디어 창간과정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로웨이브가 앞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고 도움이 되는 미디어가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