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시작하면서 1년 이내 보리 작가라는 이름으로 독립출판물을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한 나는 최근에 회사 근처 독립서점에서 진행하는 인디진 만들기 워크숍을 신청했다. 5명이 각각 3장의 사진과 글로 공동 출판을 하는 과정이라, 이를 시작으로 내 개인 사진집을 출판해 보겠다는 큰 목표를 가지고 시작해 보기에 딱이었다.
그렇게 워크숍을 하면서 사진과 가깝게 지내다 보니 오랜만에 사진전을 가고 싶어 졌고, 나의 꿈과 자아실현을 위해 기꺼이 따라 나서 주는 친구와 어느 주말 북서울 미술관으로 향했다.
인디진용 사진 촬영에 참고하려 서민규, 스톤김 작가의 사진도 유심히 보았지만, 사진집을 출판하겠다 마음먹고 찾아와서인지 나는 사진 하나하나보다 작품을 통해 작가들이 메시지를 어떻게 일관되게 표현하는지 찾고 있었다.
그렇게 눈에 들어온 두 명의 작가
1. 고양이 수리의 죽음을 추모하며 사진/영상/음반 등 다양한 작품을 만든 소피 칼
2. 애나 폭스의 [어머니의 찬장과 아버지의 말]
잘 정리된 찬장 속 이미지와 어머니를 무시하고 괴롭히는 아버지의 잔인한 말이 사진과 글로 하나씩 매칭 되어 있다. 아무런 관계가 없는 듯하지만 묘하게 사진과 글이 연결되는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찻잔이 쌓여있는 사진 - 저년은 지 엄마처럼 귀가 일곱개야
연고와 밴드가 쌓인 사진 - 저년은 손이 고릴라 발톱같아
작가 본인의 가족 관계의 마찰을 상징하는 곳으로 찬장을 활용했다고 한다.
"좁은 공간에 종류별/사이즈별로 완벽하게 정리된 찬장의 모습은 폐쇄공포증과 숨고 싶은 욕망, 그리고 결벽으로 표출되는 일종의 공격성을 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아버지의 폭언에 대한 침묵의 대답과 같이 느껴졌다." - 작가의 인터뷰 내용 중 발췌
사진앨범이 여러 개 들어있는 서랍의 사진과 이빨 빠진 호랑이 같은 아버지의 마지막 멘트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제 너의 엄마한테 달렸어. 나는 힘이 없어"
이 작품을 왜 만들었을까 하는 질문이 들 때쯤 마침표를 찍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 작품 앞에 한참을 서있던 친구의 모습도 신기했다. 보통은 함께 미술관에 오면 한 바퀴 쓱 돌아보고 자리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던 친구인데, 이 작품을 와서 보라며 나에게 손짓했다.
(개뿔도 없으면서) 나의 창작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이다.
하고 싶은 게 생겼으면 회사를 그만두고 해 보라며 적극 지원해주는 친구. 정작 나에게는 용기가 부족하지만 힘을 내서 이것도 저것도 열심히 해보리라 다짐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