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먹기
성수기를 준비하는 6월의 어느 날, 마케팅 채널에 본부장님이 글을 올렸다.
스타트업에서 제품개발을 하면서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개밥먹기' 라고 생각합니다.
(Dogfooding = 본인 서비스를 사용보면서 개선점을 찾는 것)
성수기 전에 최대한 쏘카를 많이 타보고 불편한 점, 개선할 점을 찾아주세요! 결과물들 모아서 어떻게 개선할지 전사적으로 논의해보려고 합니다.
개밥먹기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다. IT 분야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이고, 구글이나 많은 스타트업들이 제품개선을 위해 많이 실행하고 있었다.
어쩌다 개밥먹기라는 용어가 되었는지 궁금해서 좀 더 찾아보니, 애완견 사료 제조업체인 마스(Mars)의 경영진이 실제로 오래전부터 자기들이 생산하는 개 사료를 직접 먹은 것에서 비롯되었단다.
강아지 사료도 먹는데 상징적인 표현으로 좋네!
그렇게 개밥먹기가 시작되었다.
고객 터치포인트를 담당하는 브랜드 마케팅팀에서 이용행태와 이슈사항, 개선사항을 상세하게 기재할 수 있도록 양식을 만들어 배포했다.
너도 나도 그동안 쏘카를 이용하면서 ‘이건 정말 아니지’ 했던 문제들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한 듯하다. 순식간에 30여개가 채워졌다.
가장 많은 내용이 차량을 이용하면서 만나는 정상적이지 않은 오류에 대한 문제들이었고, 탐색 단계에서 서비스와 상품들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내용들도 다수 보였다.
그렇게 모인 40여개의 사례들로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제품 개선 : 앱 개편, 전기차 등 정책 관련 -> 해당팀과 관련TF 이관
차량 개선 : 네비게이션 기기 -> 장기적으로 네이게이션을 교체하는 방법 고민 필요
서비스 개선 : 서비스 센터 안내 교육 -> 운영팀 이관
하위 상품 개선 : 법인상품 -> 해당팀 이관
설명, 안내 개선 : 목적과 타깃에 따른 방법 찾고 추가 안내 -> 마케팅 본부
이 중 마케팅 본부에서 해결가능한 문제는 아래 3가지
1. 앱 이용 안내 개선
문제점 : 서비스가 낯선 사람들에게 친절하지 못함, 현재의 가이드가 어디게 있는지 찾기 어려움
해결 방법 : 타게팅 팝업배너를 활용하여 초보자에게 이용가이드를 별도 노출, 초보자용 온보딩 개편, SNS에 정기적으로 노출, SNS 컨텐츠 업데이트
2. 차량 이용가이드 안내
현황 : 블로그에 차종별로 안내, 예약 시 문자로 전달
문제점 : 너무 많은 정보가 담겨있어 필요한 정보를 찾기 어려움
해결 방법 : 문의가 많은 특수차종에 한정적으로 진행하던 쏘카 앱 내 차량 이용가이드를 별도로 진행하고, 목차를 작성해 필요한 정보로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
3. 쏘카존 개선 프로젝트
현황 : 일부 쏘카존의 사이니지 부재, 주차선 표기 안됨, 입구에 주차되어있어 출입 불가 등
문제점 : 쏘카존 증대에만 에너지를 집중하다보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음
해결 방법 : 보완이 시급한 쏘카존을 선정하여 개선 작업 시행 후 L&L 통해 개선 프로세스화 하기, 관리 및 신규 개발 시 참고 할 수 있도록 가이드 수립
이렇게 1차 개밥먹기 리뷰를 마치고, 마케팅 본부에서는 개밥먹기 프로젝트를 지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달단위로 문제의 해결방법을 고민하다가 개밥먹기 프로젝트의 한계를 발견한다.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의 대부분이 마케팅 본부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것. 대부분의 문제들을 해당팀으로 이관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본부장님은 개밥먹기 프로젝트를 전사 차원으로 확대하여 진행하도록 이슈레이징했다. 그리고 지금은 본부차원에서의 개밥먹기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다.
회사가 너무 사업성만 쫒다 보니 고객관점에서의 이해와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고민이 부족하지 않고, 앞으로 영영 개선되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이렇게 하나씩 가능성을 찾아가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의미있게 느껴졌던 프로젝트이다.
이렇게 하나씩 개선해 다가면서, 다음 고객 터치포인트 조사 시에는 조금 나아진 저니 맵을 그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