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터치포인트 개선을 위한 실행 과제
브랜드마케팅팀의 고객 터치포인트 개선 프로젝트(1)와 연결되는 글입니다.
고객 저니 맵과 터치포인트를 조사하다가 발견한 문제점 중 대부분이 브랜드마케팅팀에서 할 수 없거나 컨트롤 불가한 것들이 많았는데, 그 드물게 우리가 바로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 서비스의 이용 방법이나 안내가 고객 관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 공급자적인 관점에서 적힌 표현들이 많다.
- 용어의 통일이 안되어있다.
대고객 콘텐츠의 카피라이팅을 수행하는 담당자가 서로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다른 용어나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사 공유된 가이드라인이 잘 지켜졌다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텐데... 이 기회에 리브랜딩 과정을 통해 재정립된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맞춘 구체적인 카피라이팅 가이드라인을 다시 수립하고 배포하기로 한다.
카피라이팅 가이드라인의 구성은 아래와 같다.
기본원칙
카피라이팅에 대한 회사의 원칙을 정의한다.
- 카피라이팅 가이드라인 및 어조에 기반하여 작성
- 맞춤법 및 띄어쓰기 준수 필수 (추천 : 맞춤법 검사기)
- 문맥상의 자연스러움을 고려한 조정 가능
- 커뮤니케이션 상황과 채널 성격을 고려하여 일부 표현 및 어조 조정 가능
-> 어느 회사든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고, 조정 가능 정도 등에 대한 것들을 더 구체적으로 표기해도 좋을 것
카피라이팅 작성 원칙
- 기획 단계 : 커뮤니케이션 목적 명확화, 타깃 고려, 전달 내용 구조화, 한 번에 너무 많은 내용을 전달하려 하지 않기 등
- 작성 단계 : 문장부호 사용법, 한자나 영문 사용법, 유행어, 이모지 활용, 우리만의 단어나 표현 등에 대한 원칙
- 표기 규칙 : 날짜, 시간, 화폐 등 표기에 대한 규칙을 정하기
어조 (Tone of Voice)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연결되는 적절한 어조를 최대한 자세히 기재한다. 예를 들면 정중하게, 친절하게, 친근하게, 쉽게, 재미있게, 직관적으로, 감성적으로, 신뢰를 줄 수 있도록 등등
추가로 채널에 따라 커뮤니케이션 톤을 어떻게 조절해서 쓸 수 있는지도 넣어주는 것이 좋다. 공식 채널은 보다 정중하고 세심하게 한다던지 SNS 채널은 친근하고 이모지나 유행어 등도 사용 가능하다던지 하는 식이다.
자주 발견되는 실수
위에서 설명한 내용을 보고 막상 작성자가 이 가이드대로 작성하려 할 때, 정확하게 어떤 부분을 어떻게 쓰라는 건지 충분히 와 닿지 않는다는 피드백이 있었다. 그동안 자주 발견된 예시를 충분히 추가하여 이해하기 쉽도록 했다.
이렇게 다시 전사에 카피라이팅 가이드라인을 배포한다. 하지만 각자의 업무에 치이다 보면 누군가는 실수로 가이드라인에 적합하지 않은 카피라이팅을 진행할 수도, 누군가는 공지 자체를 확인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자신이 하는 일에 익숙해지고 전문성이 높아지다 보면 고객 입장에서 이해되는지 고민했어도 놓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번거롭더라도 앞으로 대고객 콘텐츠 카피라이팅은 브랜드 마케팅팀에서 가능한 모두 검수를 하기로 한다.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되거나, 정책이 바뀌거나, 혹은 앱 개편에 따른 각종 문구들(특히 부정적인 내용일 경우 반드시) 브랜드마케팅팀으로 요청하고, 그때그때 시간이 되는 사람들이 검수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문구 검수하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가이드를 과연 왜 배포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드는 순간들도 많았다. 앱에서 1줄짜리 15자의 문구와 타이틀을 정하기 위해 관련 부서 담당자들에게 히스토리를 설명받고, 나름의 결론으로 제안하고 다시 의견 받아 조율한다.
파일의 댓글 너머로 ‘이거 과연 이렇게까지 고민할 일입니까?’ 하는 상대방의 소리 없는 외침이 들려오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어찌합니까. 이렇게 안 하면 난장판이 되는 것을…
별 성취감이 느껴지지 않고 귀찮게만 느껴졌던 이 업무는 나에게 의외로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카피라이팅 검토를 위한 팩트체크의 시간을 거치다 보니 어느새 잘 모르겠던 회사의 많은 서비스들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특히 개편으로 인한 서비스 소개서나 가이드 등을 작업하고 나면 경험치가 쭉쭉 상승하는 기분이었다.
부서별로 정해진 카피라이팅을 담당자도 몇 번의 검토 과정을 함께 거치면서 점점 수정할 내용이 줄어들고 있었다. 마치 가이드라인을 서로 체득하며 몸으로 익혀나가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기회가 되면 앱과 홈페이지 등의 모든 기본 용어와 호칭 등을 정리하여 통일해 보고 싶다는 장기적인 계획도 가지게 되었고, 하나하나 모으는 것부터 실행 중이다.
끝이 없는 일이지만 개미처럼 열심히 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겠지…
이런 디테일이 결국 브랜딩을 만드는 것이라고 위안 삼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