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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갭이어를 스킵하고 시작된 나의 밑미 라이프

by 보리 Bori



성장과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쉼 없이 달리다 잠시 방향을 잃었던 작년, 우연히 밑미를 만났다.

그동안 생산성을 위한 책에 밀려 눈길도 주지 않던 소설책을 읽고 매일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냈다. 한 달이 모인 감정일기를 읽어볼 때면 잘 알고 있다 착각했던 진짜 나, 무대 위에 올라있는 나를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처럼 조금 더 객관적이고 넓은 시야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이런 하루와 한 달이 쌓여 리추얼로 자리 잡아갈 때쯤 자연스레 이 시간이 나를 위로하고 치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나를 옭아매던 작은 세상의 껍데기는 알게 모르게 천천히 금이 가고 있었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을 때쯤 최진석 교수님의 기사를 접하게 된다.


젊음이여 황당무계하게 살아라… 그래야 세상이 바뀐다

“인간은 건너가는 존재다. 탐험하고 도전하는 존재란 뜻이다. 인생 짧다. 되도록 황당무계하게 거침없이 살아볼 필요가 있다. 무슨 뜻인지 설명하지 않겠다. 화두로 남겨주고 싶다. 황당무계…”


일의 의미와 재미를 느끼기 못한 채 월급의 노예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던 때, 이 글은 내가 갇혀있던 작은 알의 껍데기를 드디어 빠직 깨지게 만드는 하나의 촉매제가 되었다.

내가 일하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이 되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위해 도전해 보기로 했고, 그렇게 갭이어를 계획하게 되었다.


그리고 갭이어의 청사진이었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글은 "밑미의 콘텐츠 에디터가 된다."는 문장으로 끝났다. 당시 원 없이 책 읽고 돌아다니면서 글도 쓰고 영상도 만들어 보고 싶었기에 1년 동안 열심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질을 키워서 밑미팀에 합류하고 싶었다. 1년을 기다리면서 열심히 칼을 갈다보면, 기회가 한 번쯤은 찾아오겠지…

그러다 어느 날 밑미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두근거리는 피드를 발견했다.


밑미팀에 합류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만들어 낸 환시인가 몇 번을 확인할 정도였다. 신나서 지원서를 쓰는 나에게 친구가 쉬고 싶어 했는데 힘들지 않겠냐고 물었다.

"쉬면서 하고 싶은 일 원 없이 해보겠다는 생각이 확 사라졌어! 얼른 지원서 써서 밑미에서 일하고 싶다!!"



다시 한번 쓰는 자기소개서

왜 밑미?

워라밸보다 일상이 일과 연결되기를 희망하는 나는 덕업 일치가 되어야만 하는 사람이다. 최근 나의 삶에서 가장 뿌듯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은 리추얼을 통해 나를 알아가고 나와 비슷한 취향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다. 밑미를 통해 나를 돌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고 있고, 일과 회사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졌다. 회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내가 바라보는 방향과 같은 곳, 그리고 브랜드의 페르소나가 나와 일치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내가 원하고 만족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진정성이 전달될 것이라 믿는다.

이런 찐 팬이 덕업 일치를 이룬다면 재미와 의미는 기본, 성취감과 성장도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다. 나도 밑미도…


왜 운영담당자?

지난 1년간 오랫동안 꿈꾸던 마케팅으로 커리어 전환을 하고서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다양한 업무들을 수행해온 과정 속에서 좋아했던 일, 하기 싫었던 일도 정리해보고, 업무 결과를 객관적으로 보면서 내가 잘하는 일과 상대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했던 결과에 좌절했던 일도 정리해보았다.

하고 싶다 생각했던 일은 크리에이티브한 일들이었지만 막상 오래 고민해도 좋은 아이디어는 잘 떠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펼쳐진 많은 일들을 구조화하고 우선순위를 파악해 실행해 나가는 일에 자신 있고 이런 일을 했을 때 결과도 좋았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누군가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그걸 현실화시키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현하는데 더 적합한 사람이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기에 하고 싶은 일보다 잘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상적인 비율은 <잘하는 일 : 하고 싶은 일이 8:2 정도> 된다면 좋겠다 희망했다.

내가 꿈꾸었던 일은 위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콘텐츠 에디터였다. 하지만 그건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개발된다는 조건이 수반될 때의 이야기이고 조금 막연하기도 했던 바람이었다. 일단 오퍼레이터로서 몇 년 내 역할을 잘 해낸다면 어쩌면 나중에 기회가 생길 수도 있겠지...


조직 내에서 서로 보완이 가능한 구성이 중요하다. 마케터가 두 명이나 모인 지금의 밑미에서는 내가 운영담당자로 일할 때 서로 보완하며 해낼 수 있는 역할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운영이다. 특히 공간 오픈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했던 경력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덧. 운영담당자로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기획자나 마케터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은 많이 봤어도 아직까지 오퍼레이터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은 만나보기 어려웠다. 기획이나 마케팅으로 가기 위해 발판 삼는 일로 생각하는 경우도 더러 보았다. 나 역시도 운영을 담당하던 시절, 자질구레 신경 쓸 것도 많고 잘해도 티도 안나는 일보다 조금은 더 재미있어 보이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듯 해 보이는 기획이나 마케팅을 동경했었지…

많은 경험을 통해 내가 자신 있게 잘 해내고 싶은 일로 다시 선택한 오퍼레이터.

밑미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운영’이라는 것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 기록으로 남기면서 오퍼레이터에 적합한 나와 비슷한 강점을 가진 누군가에게 오퍼레이터라는 직무를 알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인터뷰도 달랐던 밑미

보리님에게 제일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co-founder 네 분과 각각 30분씩 진행된 인터뷰에서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받았던 질문이다. 생각해 보지 못했기에 처음 이 질문을 받았을 때 하루하루 후회 없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우물쭈물 대답했었더랬다. 욜로도 아니고 무슨 이런 임팩트 없는 대답을;;

그리고 인터뷰가 끝나고 며칠 동안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나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오늘의 하루가 나의 인생이라고 생각하기에 오늘의 행복은 나에게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이게 다인가? 며칠을 고민하다가 한 가지 키워드를 더 발견했다. 바로 성장!


며칠 후 마지막 네 번째 분과 진행되는 인터뷰에서 신기하게 또 이 질문을 받았고 나는 답했다.

“오늘을 후회 없이 행복하게 살고 오늘보다 조금이라도 더 성장한 내일을 사는 것이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밑미 라이프 한 달



갭이어의 D-day를 내 생일로 잡았던 그때만 하더라도 나의 생일을 밑미의 동료들과 함께 밑미홈에서 맞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밑미에 출근한 지 약 한 달이 되어간다. 해야 할 수많은 일들의 바닷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 그 어느 때보다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6개월째 이어가고 있는 리추얼은 퇴사와 입사로 인해 루틴이 무너진 시기에 위기를 맞았지만, 바쁘고 정신없는 와중에 리추얼이 나의 하루와 복잡한 머릿속을 가지런히 정리해 준다는 느낌을 새롭게 경험했고, 내가 일하는 회사의 서비스로 이렇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감사했다.

밑미 덕분에 새로운 삶을 찾았다는 후기를 마주할 때, 밑미홈에서 함께 하고 싶다는 진심이 가득 담긴 지원서를 읽어 내려갈 때, 그리고 이런 내용을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공감하고 손뼉 치며 힘을 얻을 때,, 과연 내 인생에 이런 회사생활이 가능할까 싶었던 일들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하다.



지난 글 <EP9. 갭이어(GAP YEAR) 프로젝트>에 다음 글을 기다린다는 댓글과 연락에 다음 글에 대한 약간의 마음의 부채감이 있었는데, 좀처럼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쉽게 나지 않고 뭔가 잘쓰고 싶다는 욕심에 쉽게 글을 시작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어제 밑미레터를 작성하다가 문득! 어쩌다 보니 내가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콘텐츠 에디터의 일도 벌써 하고 있구나 싶어 묘한 기분이 들어 가볍게 정리해보자는 생각으로 EP10을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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