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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미홈 오픈 그리고 그 이후

It's meetme time! - 밑미 오퍼레이터인 나를 만나는 시간

by 보리 Bori

밑미홈을 처음 만난 2월의 어느 날


2차 인터뷰가 끝나고 “Would u join meetme?”라는 꿈만 같던 말에 “함께해요” 물개 박수를 치던 2월의 어느 날, 나는 벌렁대는 마음을 안고 그들이 알려준 주소를 향했다.

서울숲길 44 = 메쉬커피 맞은편 = 슬로우스테디클럽 건물, 그곳은 밑미홈이었다.

하얀 옷을 새로 차려입은 건물 공사는 아직 한창 진행 중이었다.



밑미 오렌지색의 노을빛이 떨어지는 하얀 벽에 그림자놀이도 하고, 앞으로 밑미홈이 어떤 모습으로 펼쳐지게 될지 이 곳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될는지 행복한 상상을 해보며 한편으로는 김칫국 드링킹 방지 차원에서 스스로를 진정시키기도 했던 것 같다.



5층 옥상에 올라와서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생각이 사라졌고 그냥 멍하니 해가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심심한 옥상은 멍 때리게 만드는 힘이 있는 듯)




밑미 독립기념일 = 밑미홈으로 이사


입사하고 2주 정도 머물렀던 오롤리데이 사무실에서 밑미홈으로 이사하면서 본격적인 오픈 준비가 시작되었다. 문서로 정리가 되어야 뭔가 시작할 수 있는 나는 밑미홈 론칭기획안을 작성하여 처음 공간을 기획했던 팀 멤버들과 논의하며 운영방안을 고민하고 타임라인을 관리했다.

-> '밑미홈 오픈 기획' 업무일지로 정리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공사와 쇼핑이라는 키워드로 압축될만한 한 달여의 시간을 보냈다. 건축공사 후 펀칭 리스트를 점검하고, 에어컨설치/방충망교체/온수기설치/변기교체/전등교체/전기공사 등을 숨은 고수님들과 함께했다. 이케아/무지/쿠팡/오늘의 집 등에서의 끝나지 않는 쇼핑을 즐겼다. 매일 수십 개의 택배 배송 문자와 함께...

아! 그리고 옥상을 싱그럽게 채우려 사다리차로 화분도 옮기고, 그렇게 힘들게 옮긴 화분을 3일 만에 직사광선에 태워먹기도 했다지...





밑미홈 오픈하우스


오픈 준비를 하던 당시 나는 1개월 차 직원이자 6개월 동안 리추얼에 참여하던 찐 팬이기도 했다. 카톡과 줌으로 만났던 메이트들을 오프라인에서 만나보고 싶다는 바람도 있었고, 밑미의 새로운 공간이 오픈할 때 초대받으면 좋을 것 같다는 팬심에 오픈하우스를 제안했다. 그리고 모두의 공감과 함께 바로 실행을 위한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다.

공식 오픈 2주 전 오픈하우스에 밑미 메이트를 초대해 밑미에 퍼부어주신 무한애정에 감사를 전하고,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밑미홈에 대한 솔직한 피드백을 받아 공식 오픈전까지 부족한 점들을 보완하면 좋을 것 같았다.

D-Day가 생기면 어떻게든 맞추게 되어있다고, 까대기와 채우기, 짐 나르기와 청소가 이어지고 롤리의 조쓰까지 출장 와서 드릴과 시트 작업까지 하고 나니 도대체 언제 다 될까 싶던 오픈하우스 준비가 하루 전날 완성되었다. 몸은 좀 지쳤지만, 이제 좀 봐줄 만하게 손님 맞을 준비가 된 밑미홈을 보고 있자니 뿌듯했다. 심심한 옥상에 두런두런 모여 앉아 시원한 바람에 몸이 공기 빨래한 듯 팡팡해져 나중에 여기서 사일런스 콘서트, 선풍기 영화제 등의 프로그램을 하면 좋겠다며 신나게 아이디어를 뿜어냈다. 그리고 모두 모두 고생 많았다며 토닥였다.



대망의 오픈하우스 당일


표현력이 부족하여 글로는 잘 전달되지 않는 그날의 기억들




밑미 메이트 분들께 받은 오픈하우스 선물들


꽃이며 빵이며 두 손 가득 선물을 사 오셨던 반가운 메이트들을 보고 있자니 마치 우리 집 집들이를 하는 기분이었다. 마스크에 얼굴 절반을 가려 눈밖에 안 보이는데도 한눈에 서로를 알아보고 반가워하는 모습이 누군가 해주신 말처럼 고등학교 동창회의 느낌이기도 했고 :)

오픈하우스가 끝나고 무엇보다 공간에 대한 피드백을 꼼꼼하게 전한 포인트에서 다시 한번 듬뿍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시간과 비용 탓을 하며 준비가 부족했다 느낀 부분은 여지없이 개선점으로 콕 집어주셨다. 그렇게 꼭 개선이 필요했던 점들은 오픈전까지 서서히 보완되어 갔다. 옥상의 인조잔디도, 심심한 옥상의 커피 바 이용방법 안내 등도...



쇼타임 이후의 진짜 운영의 시작


오픈하우스라는 화려한 쇼타임이 끝나고 공식 오픈을 한 밑미홈에서의 첫날

초대받은 사람들만 찾아오고 오며 가며 들러주는 사람이 없어 오픈했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 이 근처를 구경하는 사람들을 맞이하기에 준비가 안된 사이니지, 밑미를 모르는 사람들이 왔을 때 이곳이 뭐하는 곳인지 알기 어려운 부족한 안내, 상점이라기엔 좀 휑하고 어딘가 어설픈 디스플레이 등등


처음으로 정말 내 새끼를 키우듯 한 달 넘게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애지중지 키워서 짠! 했는데… 막상 세상에 내놓고 보니 초라하다. 완성했다는 만족감의 콩깍지가 벗겨지고 현실을 직시하니 아직 부족한 것이 너무 많다. 오픈하면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밥도 먹고 공간 투어도 해드리고 하려 했는데,, 이거 초대하기 좀 부끄러운데?

이제 막 100m 결승선에 도착해 헥헥거리며 숨을 고르려는데 알고 보니 400m 달리기였다는 그런 기분.



기존에 기획하고 오픈했던 공간들의 경우는 어땠나?


그동안은 공간 오픈 준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랑땜이 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었다. 트렌드 조사와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비즈니스와 공간을 기획하지만, 실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그 계획을 온전히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였으니까. 또한 타깃도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인지 오픈이 끝나면 새로 공간을 담당할 사람에게 열쇠와 ID/PW를 넘겨주며 다시 들춰보지 않을 일기장을 봉인하는 것처럼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경우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거봐 내가 운영할 때 이런 문제가 생길 거라고 했지만 내 말을 무시했잖아. 그러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결과지.'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내가 처음부터 기획한 것은 아니지만 취지나 목적에 공감하며, 밑미홈을 방문할 사람들이 나라고 생각하고 계획할 수 있었고, 내가 해보고 싶다고 의견을 내는 많은 부분들이 반영될 수 있었기에 신이 나서 준비할 수 있었다.

오픈하고 나서도 내가 마치 밑미홈의 호스트인 것 마냥 사람들에게 더 좋은 경험을 주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했고, 그러다 보니 마음에 차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다시 수정해야 할지 현실적인 수준에서 유지관리가 가능한 수준은 어디까지인지 감이 오지 않아 복잡스럽고 막막한 느낌이었다.



좋은 공간이란


막막함에 의욕이 꺾이려던 어느 출근길, 머리를 비우려 메모를 하려는데 3월에 밑미홈을 기획하면서 정리했던 메모가 눈에 띄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공간이란?


처음부터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꾸준히 개선되어 가는 게 보이는 살아있는 곳이기를 바란다.

정답은 이미 내 안에 있었다. 오픈이라는 행위에 의의를 두지 않고 조금씩 꾸준히 개미처럼 계속 잘 가꾸며 계속 숨 쉬면서 변화하는 공간이 되도록 하자!

공간 기획과 운영을 하는 사람에게 너무나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마음가짐일 수 있는데, 이 마음을 이제야 갖게 되었다는게 조금 부끄럽긴 하네…



그렇게 오픈하자마자 바로 시작된 개편 작업 : 달려라 밑미홈!

개편 작업을 잘 끝내고 7월에 다시 글로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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