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친구의 소비생활에 대하여

A2B 전기자전거 - 보리작가 시점

by 보리 Bori

우리는 자산 관리를 따로 한다. 결혼할 때 친구가 먼저 제안했다.

독립적인 소비생활을 하고 싶다는 이유에서~ 내가 번 돈으로 소비하는데 제약을 받기 싫다 했다. 씀씀이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어 좀 걱정이 되었지만, 일단 오케이


그렇게 우리는 결혼할 때 각자의 출발점을 공유하고 결혼식 비용부터 함께 지출한 것에 대해 매달 정산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옷, 카메라 등 기본적인 소비가 많은 편이었지만 아껴야 잘 산다는 잔소리를 듣고 자란 나는 월급을 적당히 저축한 편이었다. 그에 비해 첫 월급을 나보다 늦게 받기 시작했고 중간에 잘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백수생활을 즐겼던 친구는 상대적으로 비축된 돈의 규모가 적었다.


이 부분은 내가 돈을 빌려주는 형태로 정리했다. 친구는 본인의 소비생활에 터치받기 않기 위해 대출금에 대해 이자를 내겠노라 했다. 나는 제안했다. 매달 일정 금액 이상을 상환하면 이자를 면제해 주겠다. 대신 (갑자기 예상치 못한 소비가 있을 수도 있으니) 상환하지 못하는 사유가 납득되는 상황은 고려하기로~

둘은 이에 합의했다.


친구의 소비 패턴 상 무언가 사고 싶은 것이 생기면 나에게 이자를 내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예외 조항대로 나를 납득시키기 위해 소비의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허가 아닌 허가 같은 시스템이 된 셈이다. 본인이 처음 원했던 터치받지 않는 소비생활은 이런 게 아니었을 터인데...

어쨌건 이렇게 친구의 화끈한 소비생활에 대해 구구절절이 관여하게 되었다.


어느 날 전기자전거를 사야겠다며 사진 하나를 보내왔다.

‘하~ 오늘 퇴근 후 주제는 이 아이가 되겠구나~ 근데 이쁘긴 하네.’ 대중교통 대신 출퇴근할 때 이용하겠노라 했다. 1년에 자전거 탈 수 있는 날씨가 절반도 안될 텐데? 잠시 옥신각신했지만, 결국은 오케이



물건을 구입하는 데 있어 친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 다음은 디자인, 다음은 가격이다. (당연히 합리적인 가격을 생각하는 게 보통인데, 이분은 그렇지 않다. 비싸야 합격이다;;) 본인의 취향에 맞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블랙 & 비싼 가격)를 가진 브랜드를 정하고 그 브랜드 안에서 소비했으며, 새로운 품목이 등장하면 어디서 사는 것이 좋을지 브랜드부터 탐색했다. 이런 호구스러운 소비생활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어떡하나 이게 결혼생활인데 ^^;;

그렇게 3년 전쯤 A2B 전기자전거는 우리 집에 합류했고, 한번 산 물건은 꼼꼼하게 잘 관리하는 친구는 정기적으로 청소도 하고 기름칠도 해주었다.


올해 봄, 겨우내 자전거 주차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쓰던 자전거를 오랜만에 타려고 하니 모터가 작동하지 않는단다. 서비스센터에 예약했고 예약이 밀려 3주를 기다렸다.

집 근처 자전거 수리점을 가자 했지만 통할리 없었다. 공식 서비스센터가 아니면 오염이 된다나 뭐라나;;


주말 아침 차에 자전거를 싣고 서비스 센터로 향했고, 나간 김에 주변도 마실 다녀오기로 했다. (집돌이인 친구와 바깥나들이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유후~)

가는 동안 배터리를 교체해야 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는데, 자리에서 부품 하나를 교체하니 정상적으로 작동될 정도로 간단히 수리가 끝났다.



약 6년의 결혼생활에 나는 주로 친구의 패턴에 동화되는 쪽이다.


친구의 소비생활을 통해 내가 배운 부분

- 꼭 필요한 물건만 구매한다. 세일해서, 혹은 사두면 언젠가 쓸 것 같아서의 이유로 구매하지 않는다.

- 100% 마음에 들어야만 구매한다. '이 부분은 좀 아쉬운데' 하는 점이 있으면 구매하지 않는다.


합리화하며 동화된 부분

나는 물건 구입 시 디자인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마음에 딱 드는 디자인은 대부분 가격이 사악하기 때문에 항상 저렴한 차선을 선택해왔었다. 그리고는 자주 버리고 새로 산다. 결혼을 하고 그동안의 내 소비 패턴에 반하는 가격의 물건들을 사면서 처음에는 죄의식도 느끼기도 했지만, 비싼 가격일지라도 100% 마음에 드는 제품들은 매일 보고 사용할 때마다 기분 좋고 만족스러웠다. 잘 관리하게 되고, 고장도 잘 안 나고, 서비스도 잘되고 합리화시킬 수 있는 이유는 가득했다.



그렇게 나는 친구의 소비생활에 동화되었고, 우리는 호구들의 소비생활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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